형사 칼럼
학교폭력 사건, 법률사무소 정로가 다루는 방식
어떤 사건을 맡고, 각각 어떻게 흘러가는지
먼저 숫자로 시작하겠습니다. 교육부의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2.5%였습니다.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었고, 초등학교는 5.0%로 특히 높았습니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9.0%, 집단 따돌림이 16.4%, 신체폭력이 14.6%, 사이버폭력이 7.8%였습니다. 목격했다는 응답은 6.1%로 모든 학교급에서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먼저 보여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 아이한테만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절차를 아는 분과 모르는 분의 결과가 크게 다를 뿐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에서 학교폭력 사건은 대한변호사협회 학교폭력전문변호사인 박상능변호사가 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희가 어떤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알고 계셔야 할 절차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유형 1. 피해를 입은 학생 측
가장 많이 오시는 유형입니다. 아이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고 학교에 알린 뒤 조사가 시작된 시점에 연락을 주십니다.
첫 며칠이 사건 전체를 좌우합니다
병원 진료와 진단서, 다친 부위 사진,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날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모든 절차의 기초가 됩니다. 특히 진단서는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유형 2. 가해로 지목된 학생 측
아이 휴대전화에서 무언가가 나왔거나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저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아이의 나이와 실제로 한 행동의 범위입니다. 부인할 사안인지 인정하고 회복에 집중할 사안인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유형 3. 서로 몸싸움이 있었던 경우
한쪽이 신고하면 상대도 맞신고를 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 경우 처음부터 우리 아이의 행동까지 포함해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어야 방어와 청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유형 4. 조치가 나온 뒤 불복하는 경우
가해 학생 측이 조치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리고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피해 학생 측도 절차에 참가할 수 있고, 법원은 집행정지를 판단할 때 피해 학생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어렵게 받은 조치가 정지됩니다.
유형 5. 성적인 사안이 포함된 경우
성희롱이나 불법촬영, 합성물 관련 사안입니다. 이 경우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형사 절차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형 6. 학교 밖에서 벌어진 경우
학원이나 놀이터, 온라인에서 일어난 일도 같은 학교 학생 사이의 일이라면 학교폭력에 해당합니다. 다만 목격자와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유형별 비교
부모님이 확인하실 체크리스트
☐ 아이가 병원 진료를 받았고 필요한 경우 진단서를 받았다
☐ 아이에게 처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 두었다
☐ 학교에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알렸다
☐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 폐쇄회로 영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보존을 요청했다
☐ 대화방이나 메시지를 캡처해 두었다
☐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그 시기를 정리했다
☐ 학교로부터 자체해결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 상대 부모에게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
☐ 온라인에 사건 내용을 올린 적이 없다
☐ 아이가 등교를 힘들어하는지 살펴보았다
저희가 사건을 다루는 방식
이 분야에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세 개의 절차를 한 사람이 함께 본다는 점입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진행되는 학교폭력 절차, 경찰과 검찰의 형사 절차, 그리고 법원의 민사 절차입니다. 셋은 각각 다른 곳에서 굴러가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학폭위에서 한 진술이 형사에서 쓰이고, 형사 결과가 민사에서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한쪽만 보고 대응하면 다른 쪽에서 결과가 나빠집니다.
첫 상담에서 저희가 정하는 것은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가 아닙니다. 지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입니다. 가해 학생과 떨어지는 것이 급한지, 치료비와 배상이 필요한지,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인지에 따라 절차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처벌부터 이야기하시는 부모님께는 이 순서를 바꿔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다음이 자체해결 여부에 대한 판단입니다.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없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시 복구되었을 것,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신고에 대한 보복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요건이 갖춰져도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이 서면에 서명하면 원칙적으로 그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교에서 자체해결을 권할 때 바로 답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는지, 아이가 같은 반에서 계속 지낼 수 있는 상태인지, 상대가 실제로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확인한 뒤에 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변호사를 찾으시는 시점이 대개 이 질문을 받은 직후인데, 실제로 가장 중요한 판단이 여기에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로 가기로 하면 준비가 시작됩니다. 심의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21일 이내에 열리는 것이 원칙이고 사정이 있으면 7일 범위에서 연장됩니다. 그 사이에 저희가 하는 일은 자료를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진단서와 진료기록, 사진, 대화 기록, 목격 학생의 진술, 이전 사건이 있었다면 그 경과를 시간순으로 묶습니다. 이 자리는 재판이 아니라 제출된 자료를 보고 판단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말로 호소하는 것보다 정리된 문서가 훨씬 강하게 작용합니다.
조치가 나온 뒤에도 끝이 아닙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아홉 가지로 나뉘고, 조치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 기간이 다릅니다. 가벼운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무거운 조치는 졸업 후 몇 년이 지나야 삭제됩니다. 그래서 가해 측은 조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투고, 조치 뒤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조치가 나온 시점에 상대의 불복 가능성을 함께 살피고, 집행정지가 신청되면 피해 학생 측 의견을 제출합니다.
형사 절차는 사안마다 판단합니다.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은 되지 않고 소년보호처분 대상이고, 만 14세 이상이면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두 갈래가 모두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죄명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가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모든 사건에서 고소를 권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하고 형사 절차가 길어질수록 반복해서 진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태도와 사안의 무게를 보고 정합니다.
민사는 치료비와 위자료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가해 학생 본인과 함께 감독 의무가 있는 부모에게도 책임을 묻고, 사안에 따라 학교나 학원 쪽의 관리 책임을 검토합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보상도 함께 확인합니다.
아이를 대하는 원칙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아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묻지 않습니다. 처음 들은 내용을 부모님이 기록해 두시게 하고, 이후 필요한 확인은 최소한으로 합니다. 반복해서 물으면 아이가 다시 힘들어지고, 진술이 조금씩 바뀌면서 신빙성까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차가 몇 달씩 이어지는 동안 상담 지원을 함께 받으시도록 안내합니다.
반대로 저희가 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상대 학생이나 그 가족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온라인에 사건 내용을 올리지 않으며, 아이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말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통화 내용이 그대로 자료가 되어 다른 의미로 쓰이고, 두 번째는 명예훼손 문제로 번져 피해자였던 부모님이 오히려 피의자가 되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아이의 진술을 무너뜨립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사건을 많이 맡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분야는 서면 한 장의 차이가 결과를 바꾸는데, 그 서면을 쓰려면 몇 달치 대화 기록과 아이의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한 사무실에서 수십 건을 동시에 진행하면 그 작업이 나오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변호사를 찾으실 때 사건 수를 물어보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저희가 다루는 사건과 대응 방향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정리해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처음 들은 이야기를 적은 메모, 진단서, 그리고 학교와 주고받은 기록만은 그대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세 가지가 사건의 뼈대가 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부모님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것은 결과가 늦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신고하고 몇 주가 지나야 심의가 열리고 그 사이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고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를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도 결국 그것입니다. 절차를 대신 밟아 드리고,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미리 알려 드리는 일입니다.
FAQ
Q. 학교에서 자체해결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바로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서면으로 동의해야 가능한 절차이고, 서명하시면 원칙적으로 다시 심의를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사건 여부와 상대의 약속을 확인한 뒤에 정하시기 바랍니다.
Q. 심의위원회는 언제 열리나요?
A. 요청을 받은 날부터 21일 이내에 여는 것이 원칙이고 7일 범위에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자료를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준비의 핵심입니다.
Q. 조치가 나왔는데 상대가 불복했습니다.
A. 가해 측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 학생 측도 절차에 참가할 수 있고 법원이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으므로, 통지를 받으시면 바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Q. 형사 고소는 꼭 해야 하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상해가 무겁거나 보복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필요하지만, 모든 사건에서 정답은 아닙니다. 아이가 반복해서 진술해야 하는 부담을 함께 고려해 판단합니다.
Q. 가해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먼저 아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듣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파일이나 대화 기록을 지우지 마시고 상대 쪽에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두 가지가 결과를 가장 크게 나쁘게 만듭니다.
Q. 상대 부모에게 사과하거나 따져도 될까요?
A. 권하지 않습니다. 통화 내용이 그대로 자료가 되어 나중에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달할 말씀이 있으시면 학교나 대리인을 통해 하시기 바랍니다.
Q. 치료비는 어떻게 받나요?
A. 민사로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보상도 함께 확인합니다. 상대가 부담하겠다고 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두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