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아이가 친구한테 폭행을 당했어요" 학교폭력전문변호사 박상능변호사가 전하는 형사와 학폭위, 민사 대응 절차
학폭위 징계
"아이가 친구한테 폭행을 당했어요" 박상능 변호사가 전하는 형사와 학폭위, 민사 대응 절차
학교폭력 사건을 맡다 보면 부모님들이 오시는 시점이 대개 비슷합니다. 아이가 며칠 말이 없다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고, 학교에 알렸더니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물으십니다. "학교에 맡기면 알아서 해 주는 것 아닌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는 세 개의 절차가 있고, 셋은 각각 다른 곳에서 따로 굴러갑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진행되는 학교폭력 절차, 경찰과 검찰에서 진행되는 형사 절차, 그리고 법원에서 진행되는 민사 절차입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학폭위에서 조치가 나왔다고 치료비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형사에서 처분이 있었다고 학생부에 기재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하셔야 할 첫 번째 일은 가해 학생을 어떻게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하고 그에 맞는 절차를 고르는 일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절차를 순서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소제목 1. 지금 어떤 상황인지부터 나눠 보겠습니다
유형 1. 다투다가 한 번 맞은 경우
말다툼 끝에 밀치거나 때린 경우입니다. 가장 흔하고, 학교에서도 가장 가볍게 정리하려는 유형입니다. 다만 다친 정도와 이후 태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진단서가 절차를 바꿉니다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가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러니 다치셨다면 병원에 가서 정확히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진단서를 무기로 쓰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로 어느 정도 다쳤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유형 2. 오래 괴롭힘을 당하다가 폭행까지 간 경우
이 유형이 실제로는 더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마지막 폭행만 신고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일회성 사건으로 정리되어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해 버립니다. 지속성이 있었다는 점은 피해 측에서 자료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유형 3. 여러 명이 가담한 경우
직접 때린 아이, 옆에서 막아선 아이, 촬영한 아이, 부추긴 아이의 위치가 다릅니다. 학폭위에서도 형사에서도 각자의 관여 정도가 따로 판단되므로,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나눠서 정리해야 합니다.
유형 4. 학교 밖에서 벌어진 경우
학원이나 놀이터, 하교 후 골목에서 일어난 일도 학교폭력에 해당합니다. 같은 학교 학생 사이의 일이라면 장소가 학교 밖이라는 이유로 절차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목격자와 영상 확보 방법이 달라집니다.
유형 5. 가해 학생이 만 14세가 되지 않은 경우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은 되지 않고 소년보호처분 대상이 됩니다. 만 10세 미만이면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이 경우 형사 쪽으로는 얻을 것이 적으므로, 학폭위와 민사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유형 6. 우리 아이도 손을 댄 경우
맞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몸싸움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이때 피해 신고를 하면 상대도 맞신고를 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 아이의 행동까지 포함해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확인해 보셔야 할 항목입니다. 위쪽일수록 급합니다.
☐ 아이가 병원 진료를 받았다
☐ 다친 부위를 사진으로 남겼다
☐ 진단서를 발급받았거나 발급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 학교에 서면이나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신고했다
☐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 사건 경위를 아이에게 들은 그대로 적어 두었다
☐ 목격한 학생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 폐쇄회로 영상이 있는지, 보존을 요청했는지 확인했다
☐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그 시기와 내용을 정리했다
☐ 대화방이나 메시지 기록을 캡처해 두었다
☐ 학교로부터 자체해결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 아이가 등교를 힘들어하거나 잠을 못 자고 있다
세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아야 하는가
제가 부모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것은 첫 며칠에 할 일입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다친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날 안에 그대로 적어 두시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기억이 흐려지고, 반복해서 물어보는 과정에서 진술이 조금씩 바뀝니다. 그 변화가 나중에 신빙성을 의심받는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여러 번 캐묻지 마시고, 처음 들은 그대로를 부모님이 기록해 두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폐쇄회로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으므로 학교나 시설에 보존을 요청하는 서면을 바로 내셔야 합니다.
학교에 알리실 때는 반드시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하십시오. 담임 선생님께 구두로만 말씀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언제 알렸는지가 다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지체 없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해야 하고, 접촉과 협박, 보복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담기구가 사실 확인 조사를 진행하는데, 2024년부터는 학교 밖의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맡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부모님이 가장 중요한 판단을 하시게 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할 것인지입니다. 자체해결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합니다.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없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시 복구되었을 것,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신고에 대한 보복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갖춰져도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이 서면에 서명하는 순간 그 사건은 원칙적으로 마무리됩니다.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거나 새로운 피해나 보복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다시 심의를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자체해결을 권할 때 바로 답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이가 계속 같은 반에서 지낼 수 있는 상태인지, 상대 쪽이 실제로 무엇을 약속했는지,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뒤에 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심의위원회로 가기로 하셨다면 시간표를 알고 계셔야 합니다. 심의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21일 이내에 열리는 것이 원칙이고, 사정이 있으면 7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저희가 하는 일은 자료를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진단서와 진료기록, 사진, 대화 기록, 목격 학생의 진술, 그리고 이전 사건이 있었다면 그 경과를 시간순으로 묶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재판이 아니라 자료를 보고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말로 호소하는 것보다 문서가 훨씬 강합니다. 학교폭력전문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자료가 정리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아홉 가지로 나뉘고, 조치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삭제 시점이 달라집니다. 가벼운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무거운 조치는 졸업 후 몇 년이 지나야 삭제됩니다. 그래서 가해 측은 조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투고, 조치가 나온 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피해 학생 측도 그 절차에 참가할 수 있고, 상대가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법원이 피해 학생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어렵게 받은 조치가 그대로 정지되는 일이 생깁니다. 조치가 나왔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형사 절차는 나이에 따라 갈립니다. 만 14세 이상이면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사안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져 보호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은 되지 않고 보호처분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죄명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다쳐서 상해가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단서가 여기서도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저는 모든 사건에서 고소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하고, 형사 절차가 길어질수록 아이가 반복해서 진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태도와 사안의 무게를 보고 정합니다.
민사는 치료비와 위자료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가해 학생 본인에게 책임을 묻고, 감독 의무가 있는 부모에게도 함께 책임을 묻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책임이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학교나 학원 쪽의 관리 책임을 함께 검토하기도 합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보상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가 부모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 법적으로 확인받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세 절차의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치료와 기록, 그다음 학교 신고와 분리, 그리고 자체해결 여부 판단입니다. 심의위원회로 갈 사안이라면 그 준비에 집중하고, 형사와 민사는 심의 결과와 상대의 태도를 보고 결정합니다. 다만 상해가 무겁거나 보복이 이어지는 사안이라면 형사를 먼저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 판단은 사건마다 다르므로, 학교폭력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실 때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부터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지 마셔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상대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 따지는 것, 아이에게 몇 번씩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게 하는 것, 그리고 온라인에 사건 내용이나 상대 아이의 정보를 올리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통화 내용이 그대로 자료가 되어 나중에 전혀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를 다시 힘들게 하면서 진술의 일관성까지 해칩니다. 세 번째는 명예훼손 문제로 번져 피해자였던 부모님이 오히려 피의자가 되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학교나 대리인을 통해 전달하십시오.
그리고 절차보다 중요한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조치 몇 호가 아니라, 부모가 내 편이라는 확신입니다. 절차가 몇 달씩 이어지는 동안 아이는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합니다. 상담 지원을 함께 받으시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폭력전문변호사로서 여러 사건을 겪어 보면, 결국 아이가 회복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그 부분이었습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상담 오실 때 자료를 완벽하게 정리해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처음 들은 이야기를 적은 메모와 진단서, 그리고 학교와 주고받은 기록만은 그대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세 가지가 이 사건의 뼈대가 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부모님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것은 결과가 늦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신고하고 몇 주가 지나야 심의가 열리고, 그 사이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고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를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학교폭력전문변호사 박상능 변호사 / 서울 서초동 | 학교폭력, 형사사건, 소년사건, 민사소송
FAQ
Q. 학교에서 자체해결하자고 하는데 동의해야 하나요?
A. 바로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체해결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서면으로 동의해야 가능합니다. 서명하시면 원칙적으로 다시 심의를 요구하기 어려우므로,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는지와 상대가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확인한 뒤에 정하시기 바랍니다.
Q. 진단서는 꼭 받아야 하나요?
A. 받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있으면 자체해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형사에서도 폭행인지 상해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실제로 어느 정도 다쳤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Q. 심의위원회는 언제 열리나요?
A. 요청을 받은 날부터 21일 이내에 여는 것이 원칙이고, 사정이 있으면 7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자료를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준비의 핵심입니다.
Q. 조치가 나왔는데 상대가 불복했습니다.
A. 가해 측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합니다. 이때 피해 학생 측도 절차에 참가할 수 있고 법원이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조치가 정지될 수 있으니 통지를 받으시면 바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Q. 가해 학생이 어려서 처벌이 안 된다고 합니다.
A.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은 되지 않고 소년보호처분 대상입니다. 다만 학폭위 조치와 민사상 손해배상은 별개로 진행되고, 부모의 감독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Q. 치료비는 어떻게 받나요?
A. 민사로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보상도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자발적으로 부담하겠다고 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Q. 상대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그 통화 내용이 그대로 자료가 되어 나중에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감정이 격해지면 오히려 우리 쪽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전달할 말이 있으시면 학교나 대리인을 통해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