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코인 거래하려고 보낸 돈을 돌려받았는데 계좌가 정지됐습니다" 채무부존재소송으로 해결될까요
어떤 거래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상담에서 정말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거래하려고 돈을 보냈다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환불을 받았을 뿐인데, 며칠 뒤 계좌가 전부 막히고 그 돈이 사기 피해금이라는 통보를 받는 상황입니다.
먼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기 조직은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을 자기 계좌로 넣지 않습니다. 대신 코인이나 상품권을 거래하려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환불이나 대금 명목으로 피해자가 직접 송금하게 합니다. 그러면 사기범 계좌는 깨끗한 채로 남고,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의 계좌에 피해금이 찍힙니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그 계좌가 막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본인이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던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부터 드리면, 채무부존재소송은 이 상황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소송을 내면 자동으로 계좌가 풀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이의제기가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의미가 있어서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 어떤 거래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유형 1. 개인과 직접 거래하고 환불받은 경우
가장 흔합니다. 오픈채팅이나 커뮤니티에서 상대를 만나 코인을 사려고 원화를 보냈는데, 거래가 취소되어 돈을 돌려받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돌려받은 그 돈이 사기 피해자가 보낸 돈이었습니다.
돌려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유리한 사정입니다
내가 먼저 돈을 보냈고 그만큼을 돌려받은 것이라면, 대가 없이 이유 없는 돈이 들어온 경우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내가 보낸 이체 기록과 돌려받은 금액이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유형 2. 중개인을 통해 거래한 경우
거래소가 아니라 개인 중개인에게 돈을 보내고 코인을 받기로 한 경우입니다. 중개인이 사기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다면 환불금이 피해금으로 들어옵니다. 이 경우 중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시도한 기록이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유형 3. 신고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경우
이 유형은 다투기가 조금 더 어렵습니다. 거래소 자체가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알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유형 4. 시세 차이를 노려 반복적으로 거래한 경우
여러 번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웃돈을 받거나 수수료를 받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계좌 문제와 별도로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영업 문제까지 검토됩니다. 계좌만 보고 대응하시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유형 5. 정식 거래소에 입금했다가 취소한 경우
거래소 계좌로 입금했다가 취소해 환불받은 경우입니다. 이 유형은 거래소의 입출금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설명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상황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확인해 보셔야 할 항목입니다. 위쪽 세 개가 가장 급합니다.
☐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이미 났는지 확인했다
☐ 공고가 났다면 공고일이 언제인지 안다
☐ 은행이 이의제기를 왜 받아 주지 않는지 이유를 들었다
☐ 내가 먼저 보낸 이체 기록이 남아 있다
☐ 돌려받은 금액과 보낸 금액이 대응된다
☐ 거래 상대와 나눈 대화가 그대로 있다
☐ 상대의 이름이나 계정을 확인하려고 시도한 기록이 있다
☐ 거래소 계정이 있다면 그 시각의 매매 기록을 뽑을 수 있다
☐ 같은 방식의 거래가 처음인지 여러 번인지 안다
☐ 웃돈이나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다
☐ 경찰에서 별도로 연락을 받았다
☐ 잔액을 인출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먼저 은행에서 이의제기가 안 된다고 한 이유를 정확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말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뜻이 있고,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첫째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이의제기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난 뒤에 그 공고에 대해 하는 절차입니다.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하고, 그 전에는 접수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직 공고가 나지 않은 단계라면 지금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때는 금융회사에 소명자료를 내면서 지급정지를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공고가 나오는지를 계속 확인하셔야 합니다.
둘째는 자료가 부족해 받아 주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자료를 보강해 다시 내야 합니다. 참고로 2026년 5월부터 은행권에서는 명의인이 충분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도록 절차가 개선되었습니다. 물품 거래라면 사업자등록증과 거래 관련 서류 중 한 종류, 대화 내역 정도로 제출 자료도 간소화되었습니다. 또 소액이고 지급정지 이력이 없으며 생계 목적이 분명하면 문제 된 금액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쓸 수 있게 하는 일부 지급정지도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니 자료를 다시 정리해 내는 것만으로 풀릴 여지가 예전보다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유형에서 채무부존재소송을 검토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입니다.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나면 2개월 뒤에 계좌에 남은 돈에 대한 권리가 사라지고 그 돈은 피해자에게 환급됩니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대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가 제외됩니다. 소를 제기하는 것만으로 그 시계를 멈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오해는 없으셔야 합니다. 소송을 냈다고 지급정지가 곧바로 풀리지는 않습니다. 법이 정한 지급정지 종료 사유는 이의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이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고 확인했을 때 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은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 최종적으로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정받는 절차이지, 즉시 해제 버튼은 아닙니다. 이 점을 알고 시작하셔야 실망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면 이길 수 있느냐가 남습니다. 기준은 명확합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판결에서 송금받은 사람이 그 돈이 사기로 빼앗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악의나 중대한 과실을 증명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중고거래로 정상적으로 대금을 받은 판매자가 그 돈이 사기 피해금이었더라도 몰랐다면 반환 의무가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입니다.
말씀하신 상황은 이 기준에 걸어 볼 만합니다. 내가 먼저 돈을 보냈고 그 거래가 취소되어 같은 금액을 돌려받은 것이라면, 아무 이유 없이 돈이 들어온 경우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코인 거래는 다른 거래보다 중대한 과실 판단이 엄격하게 이뤄지는 편입니다. 거래 방식 자체가 통상적이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준비해야 할 자료가 분명해집니다. 내가 상대에게 보낸 이체 내역과 돌려받은 내역이 시각과 금액으로 맞아떨어진다는 것, 그 무렵 실제로 거래를 시도한 흔적, 상대의 신원이나 계정을 확인하려고 물어본 대화, 그리고 거래소 계정이 있다면 그 시각의 매매 기록입니다. 웃돈이나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유형은 계좌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찰에서 별도로 연락이 오면 범죄수익을 숨긴 것이 아닌지, 신고 없이 가상자산 거래를 영업으로 한 것이 아닌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은행에 낸 설명과 경찰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양쪽 모두 나빠집니다. 계좌를 빨리 풀고 싶은 마음에 은행에 아무 설명이나 적어 내시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갈래에 무엇을 어떤 순서로 낼지 정하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채무부존재소송을 준비하실 때도 이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절대 하지 마셔야 할 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묶이지 않은 다른 계좌로 돈을 옮기려 하지 마시고, 거래 상대와 나눈 대화를 지우지 마십시오. 그 대화 안에 본인이 정상적인 거래를 하려 했다는 증거가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알려 주지도 않을뿐더러 그 시도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거래 상대에게 연락해 사정을 따지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공고가 났는지부터 확인하고, 났다면 며칠이 지났는지 셉니다. 그다음 이체 대응 관계와 대화, 거래 기록을 묶어 소명자료를 다시 제출합니다.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다가오는데 해결이 보이지 않으면 그 전에 소를 제기해 시계를 멈춥니다. 이 유형에서 채무부존재소송은 계좌를 되찾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그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정받는 절차입니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사건이라면 미루실 이유가 없습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이 상황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억울한 마음에 은행에 여러 번 전화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결과를 바꾸는 것은 통화가 아니라 자료입니다. 내가 보낸 돈과 돌려받은 돈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한 장에 정리해 보여 드리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민사소송, 형사사건, 금융범죄, 기업자문
FAQ
Q. 은행에서 이의제기를 받아 주지 않는데 왜 그런가요?
A.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나지 않아 시기가 되지 않은 경우와, 자료가 부족해 받아 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공고 전이라면 지금은 소명자료를 내면서 해제를 요청하는 단계이고, 자료 문제라면 보강해서 다시 내셔야 합니다.
Q. 소송을 내면 계좌가 바로 풀리나요?
A. 바로 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가 제외되어 2개월이 지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해제는 소명이나 소송 결과에 따라 이뤄집니다.
Q. 제가 먼저 보낸 돈을 돌려받은 것뿐인데 왜 문제가 되나요?
A. 돈이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직접 송금하게 하는 방식이라 계좌에는 피해자의 이름이 찍힙니다. 다만 내가 먼저 보낸 기록과 돌려받은 금액이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강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Q. 몰랐다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나요?
A.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했으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반환 의무가 없다는 것이 판례이고, 그 점을 증명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상적인 거래를 하려 했다는 사정을 자료로 보여 주셔야 합니다.
Q. 경찰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A. 계좌 문제와 별도로 범죄수익 관련 조항이나 가상자산 영업 관련 조항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은행에 낸 설명과 경찰 진술이 어긋나면 양쪽 모두 나빠지므로, 무엇을 어느 쪽에 어떤 순서로 낼지 정하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Q. 대화방을 정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A. 지우지 마십시오. 그 안에 상대에게 신원을 물었거나 거래 조건을 확인한 내용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지운 사실이 확인되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Q.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도 되나요?
A. 하지 마십시오. 묶이지 않은 계좌로 잔액을 옮기거나 인출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심을 키웁니다. 지금은 그대로 두시고 자료를 정리하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