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리딩사기 사이트에 통장을 빌려주고 계좌가 전부 묶였다면
리딩방 사기에도 이 법이 적용되는지
어느 날 아침에 카드 결제가 막힙니다. 은행 앱에 들어가 보면 계좌가 정지되어 있고, 다른 은행 계좌까지 같이 막혀 있습니다. 급여가 들어오는 계좌도, 관리비가 빠져나가는 계좌도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금융감독원 공고를 통해 내 계좌가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의 사연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투자 리딩방에서 알게 된 사람이 세금 문제 때문에 잠깐 계좌가 필요하다고 했다거나, 재택 아르바이트로 입금된 돈을 다른 곳으로 보내 주면 수수료를 준다고 했다거나, 가상자산 거래 대행이라며 통장 사본과 체크카드를 요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상황은 계좌만 푸는 문제가 아닙니다. 형사 문제가 함께 걸려 있고, 두 갈래를 같이 보지 않으면 한쪽을 풀다가 다른 쪽이 나빠집니다. 이 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우선 계좌가 왜 묶였는지부터 말씀드립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된 것입니다.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이 정보를 주면 금융회사는 즉시 그 계좌 전부에 지급정지를 겁니다. 명의인의 동의를 받지 않습니다. 그다음 금융감독원이 채권소멸절차 개시를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면 계좌에 남은 돈에 대한 명의인의 권리가 사라집니다. 그 돈은 피해자들에게 환급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2개월이라는 기간입니다. 이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리딩방 사기에도 이 법이 적용되는지
예전에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 법은 재화를 공급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한 행위를 적용 대상에서 빼고 있어서, 투자 리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꾸민 사기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2024년에 정리되었습니다. 가짜 거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264억원을 모은 선물거래 사기 조직 사건에서, 1심은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로 보아 이 법의 적용을 배제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재화나 용역을 가장하면서 실제로 대가관계 있는 이익을 얻은 경우만 제외되는 것이고, 대가관계 없이 그냥 속여서 빼앗은 것이라면 이 법이 적용된다는 취지입니다. 리딩방 사기 자금이 오간 계좌도 지급정지와 채권소멸절차의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유형 1. 대가를 받기로 하고 넘긴 경우
수수료나 일당을 받기로 하고 통장, 체크카드, 인증서를 넘긴 경우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따릅니다. 대가를 주고받기로 한 경우는 조항 자체가 달리 적용되고, 처벌 수위도 올라갑니다.
유형 2. 취업이나 부업으로 알고 넘긴 경우
가장 딱한 유형입니다. 정식 채용 절차처럼 근로계약서를 쓰고, 회사 이름과 사업자등록증까지 받은 뒤에 급여 계좌 등록 명목으로 접근매체를 넘긴 경우입니다. 이 경우 범죄에 쓰일 것을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므로, 그 정황을 자료로 보여 주는 것이 대응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형 3. 지인 부탁으로 잠깐 빌려준 경우
리딩방에서 알게 된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사업상 이유를 대며 부탁한 경우입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관계와 부탁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어떤 설명을 듣고 넘겼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유형 4. 통장을 넘긴 적이 없는데 지목된 경우
정상적인 물품 판매 대금이나 용역 대금을 받았는데, 그 돈이 알고 보니 사기 피해금이었던 경우입니다. 자영업자나 중고거래 판매자에게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이 경우는 유형이 완전히 다르고, 다툴 여지도 가장 큽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상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위쪽 세 항목은 기간이 걸린 문제라 급합니다.
☐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확인했고 공고일이 언제인지 안다
☐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
☐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했거나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 계좌에 묶인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했다
☐ 그 돈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설명할 수 있다
☐ 접근매체를 넘긴 상대와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 있다
☐ 채용 공고, 계약서, 회사 소개 자료 같은 것을 받아 둔 것이 있다
☐ 대가를 받기로 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기억한다
☐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
☐ 정지된 계좌가 몇 개이고 어느 은행인지 정리했다
☐ 급여나 자동이체 때문에 당장 생활에 지장이 있다
☐ 이미 진술을 한 적이 있고 그 내용을 기억한다
어떤 순서로 대응하는지 말씀드립니다
첫째, 두 갈래를 나눠 놓고 시작합니다
한쪽은 계좌를 푸는 문제이고, 다른 한쪽은 형사 문제입니다.
계좌 쪽에서는 이의제기와 소송으로 채권소멸을 막고 지급정지를 해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형사 쪽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안에 따라 사기방조까지 검토됩니다. 문제는 계좌를 풀기 위해 낸 설명이 형사에서 그대로 증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느 순서로 낼지 먼저 정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의제기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합니다. 법이 정한 사유는 세 가지입니다. 내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것, 재화나 용역의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계좌가 피해금을 빼앗는 데 쓰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통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자료입니다. 어디서 왜 그 돈이 들어왔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소명이 충분하면 2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지급정지가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검토합니다
이의제기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으로 갑니다. 피고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신고한 피해자입니다. 내가 그 피해자에게 갚아야 할 돈이 없다는 점을 법원에서 확인받는 소송입니다.
이 소송에는 중요한 효과가 하나 있습니다. 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런 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가 제외됩니다. 즉 2개월이 지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벌면서 다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 이름과 주소를 모를 때
실무에서 가장 먼저 막히는 부분입니다. 신고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를 통해 피고를 특정합니다. 이 절차를 모르고 혼자 소장을 쓰시다가 각하되는 경우가 있어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초기부터 절차를 알고 시작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넷째, 돈을 돌려줘야 하는지를 따집니다
여기가 승패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판결에서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송금받은 사람이 그 돈이 사기로 빼앗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악의나 중대한 과실을 증명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중고거래로 물건을 팔고 정상적으로 대금을 받은 판매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돈이 사기 피해금이었더라도 몰랐다면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반대로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긴 경우라면 이 기준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섯째, 거래 제한 지정 문제를 함께 봅니다
형사 처분이 확정되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지정되면 일정 기간 계좌 개설과 전자금융거래에 제약이 생깁니다. 계좌 하나 푸는 문제로 끝나지 않고 몇 년간 금융생활 전체에 영향이 가는 사안이라, 형사 단계에서의 결과를 가볍게 보시면 안 됩니다.
여섯째, 넘긴 사실이 있다면 방향을 바꿉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넘긴 것이 자료로 확인되는 사건에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으로 계좌를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결과가 갈리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어떤 설명을 듣고 넘겼는지, 범행 전체에서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그리고 절대 하시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대화 기록을 지우거나, 상대와 말을 맞추거나,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는 것입니다. 계좌 흐름은 이미 확보되어 있어서 거의 그대로 드러나고, 이런 행동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로 이어져 결과를 훨씬 나쁘게 만듭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상담 오실 때 대화방을 정리하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부끄러운 내용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 어떤 말을 듣고 넘겼는지가 남아 있어서, 고의를 다투는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운 기록은 복구되면 훨씬 불리하게 쓰입니다.
이 사건들을 맡다 보면 정말로 몰랐던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조금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멈출 수 있었던 지점도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중요한 것은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공고일로부터 2개월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저희는 사건을 많이 맡지 않습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처럼 계좌 흐름을 한 줄씩 따라가며 설명을 만들어야 하는 사건일수록, 한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결과를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형사사건, 민사소송, 금융범죄, 기업자문
FAQ
Q. 그냥 차에 타고 있었을 뿐인데 처벌받나요?
A. 동승 자체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고의라는 것을 알았고 보험금을 받아 낼 계획에 가담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합의금을 받고 다른 사람과 나눈 정황이 있으면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돈이 어떻게 오갔는지를 먼저 정리하셔야 합니다.
Q. 보험사 조사에 응해야 하나요?
A. 협조 자체를 거부할 일은 아니지만, 준비 없이 길게 설명하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말이 그대로 수사 자료가 됩니다. 조사 요청을 받으셨다면 어떤 부분을 확인하려는 것인지 파악한 뒤에 응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블랙박스를 제출하면 불리해지지 않나요?
A. 사안마다 다릅니다. 다만 이미 상대 차량이나 주변 차량의 영상이 확보된 경우가 많아서, 내 영상만 없으면 오히려 의심을 키웁니다. 제출 여부는 영상 내용을 먼저 확인한 뒤에 판단할 문제입니다.
Q. 보험금을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반환만으로 처벌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득액이 줄면 적용되는 조항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양형에서도 크게 참작됩니다. 특히 5억원을 기준으로 형량 구간이 완전히 바뀌므로 금액 정리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Q. 사고 아르바이트인 줄 모르고 참여했는데 어떻게 되나요?
A. 어떤 설명을 듣고 참여했는지가 관건입니다. 모집 글의 내용, 연락 시점, 실제로 한 행동이 자료로 남아 있으면 인식 범위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2024년 8월부터는 모집이나 권유 행위 자체도 처벌되므로, 가담 시점을 정확히 정리하셔야 합니다.
Q. 사고는 진짜인데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입원했습니다. 이것도 문제인가요?
A. 사고가 실제라면 사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필요 이상의 진료를 받은 부분에 관여했다고 보이면 청구 부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초진 기록과 실제 증상, 전원 경위를 정리해 두시면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Q. 여러 사고가 한꺼번에 문제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사고를 하나로 묶어 보는 시선을 풀어 주는 것이 첫 과제입니다. 각 사고의 시간과 장소, 동승자 관계, 수리와 진료 내역이 어떻게 다른지를 나눠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전부를 부인하기보다, 다툴 사고와 인정할 사고를 나누는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