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 수사 대상이 됐을 때의 변호사의 대응
반도체 기술유출 상황과 초기 대응 체크리스트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 수사 대상이 됐을 때의 대응
이 사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문장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늘 하던 일인데요."
퇴사를 앞두고 자기가 작성한 보고서를 개인 메일로 보냈고, 그동안 정리해 둔 자료를 외장 하드에 옮겼고, 이직할 회사에서 경력을 설명하려고 프로젝트 개요를 정리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자기 성과물이고, 업계에서 흔한 일이라고 여기셨을 겁니다.
그런데 반도체 분야는 다릅니다. 이 영역의 상당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있고, 그렇게 되면 적용 법률과 형량 구간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게다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침해 범죄의 양형기준을 새로 정비해 2024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경우 가중 구간의 권고 형량이 5년에서 12년에 이릅니다. 예전 감각으로 판단하시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셨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억울함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느 법의 어느 유형에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1. 사건이 되는 여섯 가지 상황과 초기 대응 체크리스트
유형 ① 퇴사 전 자료 반출
가장 흔합니다. 개인 메일로 전송하거나, 외장 저장매체에 복사하거나,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경우입니다. 본인은 참고용이었다고 하시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무단 반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반출 시점과 퇴사 시점의 간격, 그리고 반출한 자료의 성격입니다. 퇴사 직전 며칠 사이에 대량으로 옮긴 정황은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유형 ② 경쟁사 이직 후 사용
이직한 회사에서 이전 직장의 자료나 지식을 활용한 경우입니다. 파일을 그대로 쓰지 않았더라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개인의 숙련이나 일반적인 지식과 회사의 영업비밀은 다릅니다. 전자는 근로자가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이고, 후자는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지점이 바로 이 경계입니다.
유형 ③ 해외 기업이나 해외 법인으로의 이직
국외로 나가는 순간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내 침해와 국외 침해는 법정형 구간이 다르고,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도 크게 벌어집니다. 실제로 이직하지 않았더라도 해외 기업과 접촉한 정황, 조건을 협의한 기록이 있으면 국외 유출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유형 ④ 협력업체와 장비업체 관련
장비 반입이나 공정 지원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다른 고객사에 전달한 경우입니다. 이 유형은 계약 관계가 복잡해서,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업무 범위이고 어디부터가 비밀 유출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비밀유지계약의 문구, 자료 제공 승인 절차, 실제 업무 관행이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유형 ⑤ 브로커나 헤드헌터를 통한 접촉
높은 연봉 제안을 받고 자료를 요구받은 경우입니다. 실제로 넘기지 않았더라도 협의한 기록이 남아 있으면 예비 단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정체를 몰랐다는 주장이 통하는지가 관건인데, 제안 조건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다면 그 자체가 인식의 근거로 쓰입니다.
유형 ⑥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눠 자료를 모으고 옮긴 경우입니다. 이 유형은 개인 사건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형법상 업무상배임이 함께 적용되고,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며, 조직 관련 죄명까지 검토됩니다.
유형별 정리표
반도체 사건에서 특히 무거워지는 이유
일반 영업비밀 사건과 달리 이 분야는 두 개의 법이 겹칩니다.
하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영업비밀을 국내에서 침해한 경우와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침해한 경우를 나눠 규정하고 있고, 후자가 훨씬 무겁습니다.
다른 하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반도체 분야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항목이 여럿 있습니다. 자신이 다룬 기술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으로 사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가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은 벌금 상한이 대폭 상향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 왔고, 고의적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배상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양형기준이 있습니다. 영업비밀 국외침해는 기본 구간이 1년 6개월에서 5년, 산업기술 국외침해는 2년에서 6년, 국가핵심기술 국외침해는 3년에서 7년이 권고되고, 가중되면 각각 더 올라갑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사정이 영업비밀 침해에서는 감경 요소에서 빠졌다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압수수색이나 조사 통보를 받은 직후 체크리스트
☐ 어떤 법률의 어떤 조항으로 입건됐는지 확인했는가
☐ 부정경쟁방지법인지 산업기술보호법인지, 국내인지 국외인지 구분했는가
☐ 업무상배임이 함께 적용되어 있는가
☐ 문제된 자료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했는가
☐ 반출한 자료의 목록과 시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가
☐ 그 자료가 회사에서 어떤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아는가
☐ 접근 권한이 나에게 정상적으로 부여되어 있었는가
☐ 입사 시와 퇴사 시 서명한 서약서의 내용을 확인했는가
☐ 이직한 회사에서 해당 자료를 열어 보거나 사용한 적이 있는가
☐ 해외 기업이나 중개인과 접촉한 기록이 있는가
☐ 압수수색을 받았다면 영장에 기재된 죄명과 압수 대상을 확인했는가
☐ 자료를 삭제하거나 기기를 초기화한 적이 없는가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항목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그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어야 합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유 폴더에 있었거나, 등급 표시가 없었거나, 통제 없이 돌아다니던 자료였다면 비밀관리성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회사가 관리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실제 운영이 달랐던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열두 번째 항목은 반대 방향의 경고입니다. 조사를 앞두고 파일을 지우거나 기기를 초기화하시면 복구 흔적이 그대로 남고, 그 행위가 유출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입니다. 지금 시점에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변호사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2. 변호사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1단계. 적용 법조부터 확정합니다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 사건은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사건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사안인지 산업기술보호법 사안인지, 국내인지 국외인지,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수사 초기에는 넓게 잡아 두었다가 정리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조사 과정에서 확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판단이 서야 어디에 힘을 쏟을지 정해집니다.
2단계. 자료의 성격을 하나씩 봅니다
반출된 자료 전체를 한 덩어리로 다루면 방어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파일 단위로 나눠 봅니다. 공개된 자료인지, 본인이 작성한 것인지, 이미 특허로 공개된 내용인지,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 지식인지, 실제로 비밀 등급이 부여되어 관리되던 것인지를 구분합니다. 목록에서 상당 부분이 빠지면 이득액 산정과 형량이 함께 움직입니다.
3단계.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을 다툽니다
영업비밀이 되려면 비밀로 관리되고 있어야 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실제 보안 운영이 어땠는지, 접근 권한 관리가 이뤄졌는지, 문서에 등급 표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사안이라면 해당 기술이 지정 고시된 범위에 실제로 포함되는지도 검토 대상입니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자동으로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4단계. 사용과 사용 의도를 분리합니다
반출과 사용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옮겨는 놓았지만 열어 본 적도 없고 이직한 회사의 시스템에 올린 적도 없다면, 그 점이 양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사용 정황이 있다면 무리한 부인보다 범위를 정확히 한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직한 회사의 시스템 접속 기록과 파일 열람 이력이 근거가 됩니다.
5단계. 국외 요소를 정리합니다
국내와 국외의 차이가 결과를 가장 크게 가릅니다. 해외 기업과 접촉한 기록이 있더라도 그것이 통상적인 채용 협의였는지, 자료 제공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정리되면 적용 조항과 권고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6단계. 민사와 회사 대응을 함께 봅니다
형사 사건과 나란히 전직금지 가처분이나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형사에서 한 진술이 민사에서 그대로 쓰이기 때문에, 두 절차를 따로 준비하면 반드시 충돌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상향된 상황이라 민사 쪽 부담이 형사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의뢰인 정보는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했으며,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업계에서 다 이렇게 한다"는 생각입니다. 관행이었다는 주장은 법정에서 거의 통하지 않고, 오히려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부 인정해 버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반출 자료 목록에는 공개 자료나 본인 작성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걸러내지 않으면 이득액이 실제보다 크게 잡힙니다.
정확한 접근은 파일 단위로, 행위 단위로, 시점 단위로 나눠 보는 것입니다.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 사건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싸움이 아니라 범위의 싸움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는 기술유출 사건에서 압수수색 단계부터 형사 변론, 그리고 병행되는 가처분과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나로 묶어 봅니다. 다툴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솔직하게 구분해서 말씀드립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지켜 온 원칙입니다.
압수수색을 받으셨거나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영장과 근로계약 관련 서류만 가지고 오셔도 지금 어느 단계인지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서울 서초동 | 형사변호, 영업비밀·기술유출 사건, 기업 형사
FAQ
Q. 제가 만든 자료를 가져간 것도 유출인가요?
A. 작성자가 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자료가 개인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업무 과정에서 회사의 자원과 정보를 이용해 만든 결과물은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그 자료가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는 별개로 따져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툴 여지가 있는 지점입니다.
Q. 파일을 옮기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습니다.
A. 반출과 사용은 구분됩니다. 실제로 열어 본 적이 없고 이직한 회사의 시스템에 올린 적도 없다면 그 점은 양형에서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다만 반출 자체로 성립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무혐의를 기대하기보다 범위를 정확히 한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입니다. 이직한 회사의 접속 기록과 파일 열람 이력을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Q. 회사에서 보안 관리를 제대로 안 했는데도 처벌받나요?
A.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어야 합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거나, 등급 표시가 없었거나, 반출 통제가 사실상 없었다면 비밀관리성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의 규정과 실제 운영이 달랐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판단 구조가 조금 다르므로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Q. 국내 이직인지 해외 이직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A. 가장 중요합니다. 국외 유출은 적용 조항과 법정형 구간이 다르고,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도 크게 벌어집니다. 국가핵심기술이 국외로 유출된 경우라면 차이가 더 커집니다. 실제로 이직하지 않았더라도 해외 기업과 조건을 협의한 기록이 있으면 국외 요소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접촉 경위를 정확히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Q. 초범이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나요?
A. 예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새 양형기준에서는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사정이 감경 요소에서 제외되었고, 산업기술 침해에는 집행유예를 부정하는 요소가 별도로 설정되었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정에만 기대기보다, 자료의 범위를 줄이고 사용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쪽에 힘을 쏟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Q. 회사에서 가처분과 손해배상 소송도 걸었습니다.
A. 형사와 민사가 함께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형사에서 한 진술이 민사에서 그대로 증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두 절차를 따로 준비하면 반드시 충돌이 생깁니다. 특히 고의적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상향되어 있어서 민사 쪽 부담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셔야 합니다.
Q. 조사 전에 파일을 정리해도 되나요?
A. 절대 하지 마십시오. 삭제와 초기화 흔적은 대부분 복구 과정에서 드러나고, 그 행위 자체가 유출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오히려 남아 있는 기록이 반출 범위와 시점을 한정해 주는 유리한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