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 피의자 경찰조사 앞두고 있다면
어떤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문장이 있습니다. "통장 하나 빌려준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법은 그 통장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와 별개로, 넘긴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피해가 없었어도 성립하고, 상대가 어디에 썼는지 몰랐어도 사정에 따라 성립합니다. 그래서 "제 통장으로 사고가 났는지도 몰랐다"는 설명이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접근매체는 통장만이 아닙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계좌 비밀번호, 인증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그리고 이것들을 조합해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모두 포함됩니다. 통장은 안 주고 카드와 비밀번호만 알려 줬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셨다면 그 판단부터 다시 보셔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행위가 어떻게 나뉘는지, 실제로 무엇을 다투는지, 그리고 이 죄명이 왜 벌금만으로 끝나지 않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몇 가지로 나뉩니다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대가를 주고받기로 하면서 대여하거나 빌리거나 보관하고 전달하고 유통하는 행위,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거나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하거나 빌리는 행위, 질권을 설정하는 행위, 그리고 이런 행위를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행위입니다.
벌칙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접근매체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처럼 성격이 다른 유형에는 더 무거운 조항이 적용됩니다.
양도와 대여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양도를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위가 확정적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봅니다. 반면 대여는 내 관리와 감독 없이 일시적으로 쓰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깐 심부름을 부탁하며 맡기는 정도는 어느 쪽에도 이르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 구분이 이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는 자리입니다.
유형 1. 팔거나 넘긴 경우
돈을 받고 통장과 카드를 넘긴 경우입니다. 양도에 해당하고 가장 무겁게 다뤄집니다.
유형 2. 대가를 받고 빌려준 경우
돌려받기로 하고 일정 기간 쓰게 하면서 돈을 받은 경우입니다. 대가를 주고받기로 한 것만으로 금지 행위에 해당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보증금과 매달 일정 금액을 받기로 한 것이 대가로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유형 3. 대가 없이 지인에게 빌려준 경우
돈을 받지 않고 아는 사람에게 빌려준 경우입니다. 대가가 없다는 사정은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유형 4. 취업이나 부업으로 알고 넘긴 경우
급여 계좌 등록이라며 통장 사본과 카드를 요구받아 넘긴 경우입니다. 정식 채용 절차처럼 보이는 형태를 갖춘 경우도 많습니다. 이 유형은 어떤 설명을 듣고 응했는지가 방어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유형 5. 가족이나 회사 업무로 맡긴 경우
배우자가 대신 관리하게 한 경우, 회사에서 경리 담당자에게 맡긴 경우입니다. 내 관리 아래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진 위임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유형 6. 알선하거나 모집한 경우
다른 사람의 통장을 모아 넘겨준 경우입니다. 본인 계좌를 준 것이 아니어도 별도의 금지 행위에 해당하고, 여러 명이 얽히면 조직적인 사건으로 확대됩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상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쪽 항목이 죄명과 형량을 가릅니다.
☐ 무엇을 넘겼는지 안다 (통장, 카드, 비밀번호, 인증서 등)
☐ 몇 개의 계좌가 문제 되는지 안다
☐ 돈이나 물품을 받기로 했는지, 실제로 받았는지 안다
☐ 돌려받기로 한 것인지 아주 넘긴 것인지 구분된다
☐ 상대에게 어떤 설명을 듣고 응했는지 기억한다
☐ 그 대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 넘긴 뒤에도 내가 계좌를 확인하거나 관리했는지 안다
☐ 계좌가 지급정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 피해자가 있다면 피해 규모를 들었다
☐ 지급정지 통보를 받고도 계속 사용하게 두지 않았다
☐ 이전에 같은 종류로 처분받은 적이 있는지 안다
☐ 아직 진술을 하지 않았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 대응
먼저 이 죄의 성격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 법은 결과가 아니라 행위를 벌합니다. 내 통장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상대가 실제로 쓰지 않았어도 넘긴 행위 자체로 성립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안 났으니 괜찮다"는 전제로 대응하시면 안 됩니다.
다투는 자리는 세 곳입니다.
첫째는 양도인지 대여인지, 아니면 그에 이르지 않는 위임인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법원은 양도를 배타적 이용 지위가 확정적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고, 대여를 내 관리와 감독 없이 일시적으로 쓰게 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넘긴 뒤에도 내가 계좌를 확인했는지,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상태였는지, 실제로 돌려받았는지가 자료로 확인됩니다. 배우자나 직원에게 업무상 맡긴 경우라면 이 부분을 보여 주는 것으로 정리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둘째는 대가입니다. 돈을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받기로 약속했거나 요구한 사실만으로 해당합니다. 반대로 아무 대가가 없었다면 그 사정이 양형에서 분명히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계좌에 들어온 돈 중에 대가로 볼 만한 것이 있는지, 그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정리합니다.
셋째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입니다. 여기서 법원은 확실히 알았을 것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일에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넘겼다면 인식이 인정됩니다. 판단에 쓰이는 정황도 정해져 있습니다. 대면 절차 없이 진행되었는지, 익명 수단으로 연락했는지, 대가가 일에 비해 지나치게 컸는지, 비밀번호나 인증서까지 함께 요구받았는지입니다. 그래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확보하는 자료가 부탁받을 당시의 대화입니다. 그 안에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가 남아 있고, 그것이 인식을 다투는 유일한 근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죄명이 혼자 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넘긴 계좌가 실제로 범죄에 쓰였다면 사기방조가 함께 검토되고, 그 돈을 옮기는 데 관여했다면 범죄수익을 숨긴 문제까지 붙습니다. 그리고 형사와 별개로 계좌가 지급정지됩니다. 문제 된 계좌만이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까지 함께 막히는 경우가 많아 급여 수령과 자동이체가 한꺼번에 멈춥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형사 처분이 확정되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지정되면 일정 기간 계좌 개설과 전자금융거래에 제약이 생깁니다. 벌금 몇 백만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몇 년간 금융생활 전체에 영향이 가는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이 점을 모르고 빨리 끝내려고만 하시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양형에 관해서도 현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초범이면 벌금으로 끝나겠거니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가로 6만원을 받고 계좌를 넘긴 사안에서 그 계좌로 약 2,404만원의 피해가 발생하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계좌를 몇 개 넘겼는지, 대가가 있었는지, 비밀번호나 인증서까지 함께 넘겼는지, 그 계좌로 얼마의 피해가 났는지, 그리고 지급정지 통보를 받고도 계속하게 두었는지가 형량을 정합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은 결정적입니다.
반대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정도 분명합니다. 한 번에 그쳤는지, 대가가 없었는지, 스스로 신고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피해 회복은 이 유형에서도 가장 크게 반영되는 요소이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시면 안 되고 대리인을 통해야 합니다.
절대 하지 마셔야 할 것을 정리하겠습니다. 대화 기록을 지우는 것,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것, 상대에게 연락해 말을 맞추는 것,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도 계좌를 계속 쓰게 두는 것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방어 자료를 스스로 없애면서 증거인멸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은 알고도 계속했다는 근거가 되어 형량을 크게 올립니다. 지급정지 통보를 받으셨다면 그 시점에 즉시 관계를 끊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준비의 순서입니다. 무엇을 몇 개 넘겼는지, 언제 어떤 경로로 부탁받았는지, 대가가 있었는지, 넘긴 뒤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십시오. 그리고 부탁받을 당시의 대화를 그대로 확보하십시오. 이 두 가지가 있는 상태로 조사에 가시는 것과 없는 상태로 가시는 것의 차이가, 같은 사실관계에서 기소유예와 집행유예를 가르기도 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은 단순해 보이지만 초기 정리가 결과를 정하는 사건입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부탁받을 당시의 대화를 지우지 마시고 그대로 가져와 주십시오. 불리해 보이는 문장이 섞여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 본인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가 남아 있고, 그것이 이 사건에서 가장 강한 자료입니다.
이 사건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는 정말로 가볍게 생각하고 넘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가볍지 않습니다. 계좌가 막히고, 전과가 남고, 몇 년간 금융거래에 제약이 생깁니다.
지금 하실 일은 무엇을 왜 넘겼는지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사건을 많이 맡지 않습니다. 대화 한 줄과 계좌 흐름을 다시 맞춰 봐야 하는 사건일수록, 한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결과를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형사사건, 금융범죄, 민사소송, 기업자문
FAQ
Q.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됩니다. 이 법은 결과가 아니라 접근매체를 넘긴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다만 피해가 없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Q. 대가를 받지 않았으면 괜찮은가요?
A. 대가가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유리합니다. 다만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대가가 없어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잠깐 심부름을 부탁하며 맡긴 것도 문제인가요?
A. 내 관리와 감독 아래에서 일시적으로 맡긴 정도라면 양도나 대여에 이르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넘긴 뒤에도 계좌를 확인했는지,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었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Q. 초범이면 벌금으로 끝나나요?
A. 보장되지 않습니다. 6만원을 받고 넘긴 계좌로 2천만원대 피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예가 있습니다. 계좌 수와 대가, 피해 규모가 형량을 정합니다.
Q. 계좌가 왜 다 막히나요?
A.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면 문제 된 계좌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의 거래까지 제한됩니다. 그래서 급여 수령과 자동이체가 한꺼번에 멈춥니다. 별도의 소명 절차를 함께 진행하셔야 합니다.
Q. 형사가 끝나면 다 정리되나요?
A. 처분이 확정되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고, 그러면 일정 기간 계좌 개설과 전자금융거래에 제약이 생깁니다. 형량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Q.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무엇을 몇 개 넘겼는지, 어떤 설명을 듣고 응했는지, 대가가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시고 그때의 대화를 확보하십시오. 그리고 아직 상대가 계좌를 쓰고 있다면 즉시 끊으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