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MOU체결 기업자문 양해각서 체결 시 검토해야 할 조항과 유의점
MOU가 문제되는 5가지 유형과 조항별 체크리스트
"일단 MOU만 먼저 맺기로 했습니다. 구속력 없는 거니까 그냥 사인해도 되겠죠?"
법원은 표지에 '양해각서'라고 적혀 있어도 안에 이행 시기, 가격, 수량, 위약금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으면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구속력이 없는 문서라 해도, 상대방이 그 문서를 믿고 인력을 뽑고 설비를 들였는데 이쪽에서 갑자기 발을 빼면 교섭을 부당하게 깨뜨린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MOU는 '가벼운 서류'가 아니라 '조항별로 무게가 다른 서류'입니다.
MOU체결 기업자문을 하다 보면, 사고는 대부분 문서를 안 봐서가 아니라 어느 조항이 살아 있고 어느 조항이 죽어 있는지를 정하지 않은 채 사인해서 생깁니다. 아래에 실무에서 반복되는 유형과 검토 순서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유형 ① 구속력 애매형: "구속력 없음"이라고만 적어 둔 경우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합니다. 맨 아래에 "본 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한 줄만 넣어 두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정작 살아 있어야 할 조항까지 같이 죽습니다. 비밀유지, 비용 부담, 준거법과 관할, 이 세 가지는 반드시 구속력이 있어야 하는데 위 문장 하나로 전부 무력화됩니다. 협상이 깨진 뒤 상대가 우리 자료를 들고 경쟁사로 가도 붙잡을 근거가 사라지는 겁니다.
유형 ② 정보 유출형: 검토받겠다며 다 보여주는 경우
특히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MOU를 맺을 때 자주 봅니다. "협업 검토를 위해 기술 자료를 주시죠"라는 요청에 사업계획서, 데모, 원가 구조까지 넘깁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비슷한 서비스가 상대 회사 이름으로 출시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거래 교섭 과정에서 제공받은 타인의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 목적에 반해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하고 있고, 고의가 인정되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사후 구제입니다. 자료를 넘기기 전에 제공 범위와 목적, 반환·폐기 의무를 문서로 못 박아 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유형 ③ 배타적 협상 함정형: 한쪽만 묶이는 독점 조항
"본 각서 체결일로부터 6개월간 갑은 제3자와 동일한 사업에 관하여 협의하지 아니한다." 이런 조항이 들어 있는데 상대방에게는 같은 의무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파트너를 못 만나는 동안 상대는 여기저기 다니는 구조죠. 배타적 협상권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기간이 합리적인지, 상호 의무인지, 위반했을 때 효과가 무엇인지를 보셔야 합니다.
유형 ④ 홍보용 남발형: 보도자료가 먼저 나가는 경우
MOU 체결식 사진과 보도자료가 먼저 나가고 실무 협의는 그다음에 시작되는 순서,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문제는 그 뒤에 협업이 무산됐을 때입니다. 상장사라면 공시 대상 여부와 번복 시의 불성실공시 문제가 걸리고, 비상장사라도 투자자나 거래처에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 됩니다. 공표에 관한 조항, 즉 언제 누구의 동의를 받아 어떤 내용으로 알릴지를 정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형 ⑤ 교섭 파기 분쟁형: 믿고 준비했는데 무산된 경우
MOU를 믿고 공장 라인을 비워 두거나, 전담 인력을 채용하거나, 다른 거래처를 정리한 뒤에 상대가 돌아서는 경우입니다. 우리 법원은 계약 교섭이 상당히 진전되어 상대방이 계약 성립을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파기하면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배상 범위는 계약이 이행됐을 때의 이익이 아니라 그 신뢰 때문에 지출한 비용에 그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얼마나 지출했는지 기록을 남겨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MOU 필수 검토 조항 정리표
서명 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이 문서가 확정계약이 아니라는 점이 본문에 명확히 적혀 있는가
☐ 구속력 있는 조항을 조문 번호로 특정했는가
☐ 비밀유지 조항이 구속력 있는 조항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가
☐ 상대에게 제공할 자료의 범위를 사전에 정하고, 제공 이력을 기록하기로 했는가
☐ 배타적 협상 의무가 한쪽에만 부과되어 있지는 않은가
☐ 협상 기간과 자동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는가
☐ 보도자료나 공시 전에 상대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는가
☐ 상장사라면 공시 대상인지 사전에 검토했는가
☐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와의 MOU라면 가격·거래조건 정보 교환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가
☐ 해외 기업이 상대라면 준거법과 분쟁해결 기관이 지정되어 있는가
☐ 종료 후에도 존속하는 조항(비밀유지, 인력 유인 금지 등)이 지정되어 있는가
☐ 이 MOU를 믿고 지출할 비용의 규모를 미리 계산해 보았는가
아홉 번째 항목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경쟁사업자끼리 협력을 논의하면서 가격이나 거래 조건, 생산량 같은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으면, 협업이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문제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보 교환의 범위 자체를 제한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변호사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검토 절차와 사건 유형별 조력
MOU체결 기업자문을 맡으면 저희는 조항을 고치는 일보다 먼저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이 문서를 왜 쓰려고 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1단계. 이 MOU의 목적을 확정합니다
같은 MOU라도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 상대를 묶어 두려는 것인지, 내부 의사결정용 명분이 필요한 것인지, 대외 홍보가 주된 목적인지, 아니면 실사를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절차인지에 따라 문서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이걸 정하지 않고 조항부터 손대면 어중간한 문서가 나옵니다.
2단계. 구속력 지도를 그립니다
조항을 하나씩 짚으면서 "이건 지켜야 하는 것", "이건 노력만 하면 되는 것", "이건 참고 사항"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그 분류를 문서에 그대로 반영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구속력 조항을 별도의 조문에 번호로 열거하는 방식이 가장 깔끔합니다. 이 작업만 제대로 해도 나중에 생길 분쟁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3단계. 정보 제공 계획을 세웁니다 (2~3일)
무엇을 언제 어느 단계에서 넘길지를 단계별로 나눕니다. 1단계에는 공개 가능한 개요만, 2단계에는 비식별 처리된 데이터, 3단계에는 핵심 기술 자료를 주는 식이죠. 그리고 각 단계마다 상대의 확인 서명을 받습니다. 나중에 아이디어 탈취를 주장하려면 무엇을 언제 줬는지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합니다.
4단계. 상대방 초안을 조항별로 뒤집어 봅니다 (3~5일)
상대가 보내온 초안을 그대로 읽으면 대개 무난해 보입니다. 저희는 각 조항을 "상대가 이 조항을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기준으로 다시 읽습니다. 이렇게 보면 '노력한다'는 표현 뒤에 숨은 의무나, 종료 조항에 빠져 있는 존속 조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정 요청은 보통 대여섯 건 정도로 정리해 드립니다.
5단계. 체결 이후 관리 방식을 정합니다 (상시)
MOU는 체결이 끝이 아닙니다. 협상 진행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유효기간이 다가오면 연장할지 종료할지 판단하고, 무산될 경우 자료 반환과 폐기를 어떻게 확인할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종료 통지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아 몇 년 뒤에 "그 MOU는 아직 유효하다"는 주장을 듣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 자료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표에서 아래로 갈수록 다투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다투는 사건은 대부분 위쪽 항목을 건너뛴 결과입니다. MOU체결 기업자문을 초기 단계에 받으시라고 권해 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초안 검토는 며칠이면 끝나지만, 유용 분쟁은 해를 넘기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MOU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기대를 적어 두는 문서입니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정해지지 않은 것을 정해지지 않았다고 쓰고, 지킬 것을 지킨다고 쓰는 것, 그게 잘 만든 MOU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는 스타트업의 첫 협업 각서부터 상장사의 대규모 사업 제휴까지 MOU체결 기업자문을 맡아 왔습니다. 조항을 손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문서를 왜 쓰는지부터 함께 정리합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지켜 온 원칙입니다.
지금 검토 중인 초안이 있으시다면 보내 주십시오. 어느 조항을 먼저 손봐야 할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기업자문팀
서울 서초동 | 기업 일반 자문, 계약 검토, 제휴·투자 자문
FAQ
Q.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A. 문서 제목이 무엇이든 법원은 실제 내용을 보고 판단합니다. 이행 시기, 수량, 대금, 위약금 같은 사항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명칭이 양해각서여도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했더라도 비밀유지 위반이나 교섭의 부당한 파기에 대해서는 별개로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속력 없음"은 만능 면책 문구가 아닙니다.
Q. 비밀유지 계약(NDA)을 따로 썼는데 MOU에도 비밀유지 조항이 필요한가요?
A. 두 문서의 범위가 겹치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NDA가 먼저 체결됐다면 MOU에 "본 각서에 따른 비밀유지는 O년 O월 O일자 비밀유지계약에 따른다"는 연결 조항을 두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두 문서의 기간이나 대상 정보 범위가 서로 다를 때입니다. 이럴 때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정해 두지 않으면 분쟁이 생깁니다.
Q. 대기업에서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A. 거절이 아니라 순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처음부터 전부 넘기지 말고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제공했는지 목록과 날짜를 남기시기 바랍니다. 제공 목적을 문서에 명시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중에 목적에 반해 사용됐다는 점을 주장하려면 애초에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기록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MOU를 체결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중단하고 싶은데 문제가 되나요?
A. 교섭 단계에서 협의를 중단하는 것 자체는 자유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계약 성립을 신뢰할 만한 상황까지 진행된 뒤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단 사유를 정리해 서면으로 통지하고, 그동안의 협의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MOU 체결 사실을 보도자료로 내도 되나요?
A. 상대방과 사전에 합의하셔야 합니다. 문구, 시점, 사용할 로고까지 확인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장사라면 공시 대상인지 별도로 검토해야 하고, 이후 협업이 무산됐을 때 정정이나 번복 문제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발표는 되돌리기 어려운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Q. 해외 기업과 MOU를 맺을 때 특별히 볼 것이 있나요?
A. 준거법과 분쟁해결 방법을 반드시 정하셔야 합니다. 국내 법원 관할로 할지, 중재로 갈지, 중재라면 어느 기관과 어느 도시에서 할지까지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서를 두 개 언어로 작성한다면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도 정해 두셔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빠지면 정작 다툼이 생겼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Q. 검토를 의뢰하면 얼마나 걸리나요?
A. 상대방이 보낸 초안을 검토하는 경우는 통상 3일에서 5일, 처음부터 작성하는 경우는 1주에서 2주 정도가 걸립니다. 급한 사안이라면 우선 위험 조항만 먼저 짚어 드리고 나머지를 이어서 진행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초안과 함께 상대방이 누구인지, 이 MOU로 무엇을 얻고 싶으신지를 알려 주시면 검토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