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명예훼손 고소 범죄일람표 작성법과 실제로 처벌되는 사례
실제 처벌 유형, 고소 전 체크리스트
명예훼손 상담에서 가장 자주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의뢰인이 휴대전화를 꺼내 스크롤을 내리면서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라며 화면을 보여 주시는 상황입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는 고소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게시글이 서른 개라면 서른 개가 각각 별개의 범죄이고, 수사기관은 각 건마다 언제 어디에 어떤 내용이 올라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고소장에 범죄일람표를 별지로 붙입니다. 이 표가 부실하면 수사가 늦어지거나 일부만 입건되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됩니다.
명예훼손 고소는 감정을 호소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실을 정리해 제출하는 절차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처벌되는 유형과 함께, 범죄일람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1. 실제로 처벌되는 여섯 가지 유형과 고소 전 체크리스트
유형 ① 사실을 적었는데도 처벌되는 경우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우리 형법은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을 처벌합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다 사실인데 뭐가 문제냐"는 항변은 그 자체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진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의 다툼은 대부분 이 지점에서 벌어집니다.
유형 ② 허위 사실을 적은 경우
형량이 크게 올라갑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정보통신망을 통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허위라는 점을 고소인이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를 항목별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유형 ③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특정된 경우
이니셜만 썼거나 업체명을 가렸어도, 주변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지역, 업종, 근무 기간, 특징적인 사건을 함께 언급했다면 실명이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소를 준비하실 때는 그 글을 보고 자신을 알아본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큰 힘이 됩니다.
유형 ④ 몇 사람에게만 말한 경우
공연성 문제입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한 말이 아니어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체 대화방은 물론이고 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전한 말도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형 ⑤ 후기나 리뷰 형식으로 올린 경우
병원, 학원, 식당, 미용실 후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소비자로서 겪은 일을 알리는 것 자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섞여 있거나, 표현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여러 사이트에 올려 영업 자체를 방해하는 정도에 이르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유형 ⑥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에 해당하는 경우
구체적인 사실 없이 욕설이나 인신공격만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모욕죄가 문제되는데,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낮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라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다툴 방법이 없습니다.
유형별 정리표
고소 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문제되는 게시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 두었는가
☐ 각 게시물의 주소를 전체 형태로 복사해 두었는가
☐ 캡처에 게시 일시와 주소가 함께 보이도록 찍었는가
☐ 삭제될 것에 대비해 원문을 별도로 저장했는가
☐ 게시자의 아이디나 닉네임을 정확히 적어 두었는가
☐ 같은 사람이 여러 계정을 쓴 정황이 있는지 확인했는가
☐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항목별로 표시했는가
☐ 그 글을 보고 나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했는가
☐ 조회수나 댓글 수를 기록해 두었는가
☐ 게시물을 처음 알게 된 날짜를 특정할 수 있는가
☐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면 6개월이 지나지 않았는가
☐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가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됩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상대가 게시물을 지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캡처에 주소와 시각이 함께 보이지 않으면 그 게시물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화면을 찍을 때 주소창과 시계가 함께 나오도록 찍어 두시기 바랍니다.
범죄일람표 작성과 고소 절차
1단계. 죄명을 먼저 정합니다
명예훼손 고소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작업입니다. 게시된 곳이 온라인이면 정보통신망법이, 오프라인 발언이면 형법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각 게시물이 사실 적시인지 허위 사실 적시인지, 아니면 구체적 사실 없이 비방만 있는 모욕인지를 나눕니다. 한 사람이 올린 글이라도 게시물마다 죄명이 다를 수 있습니다.
2단계. 범죄일람표를 만듭니다
이 사건의 핵심 작업입니다. 게시물이 여러 개인 경우 고소장 본문에 전부 풀어 쓰면 읽히지 않습니다. 별지에 표로 정리해 붙이는 이유입니다.
작성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게시 내용은 요약하지 말고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요약하면 표현의 수위가 사라지고 죄명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둘째, 주소는 줄이지 말고 전체를 적습니다. 셋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는 문장에 표시를 해 둡니다. 넷째, 각 행마다 증거 자료의 번호를 붙여 캡처와 연결합니다.
범죄일람표 기본 양식
3단계. 증거를 일람표와 연결합니다
표만 있고 자료가 따로 놀면 수사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캡처 파일에 순번을 붙이고 표의 증거 번호와 일치시킵니다. 게시물이 이미 삭제되었다면 검색 엔진에 남은 흔적이나 다른 이용자가 인용한 글, 캡처를 공유받은 기록이 자료가 됩니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4단계. 작성자를 특정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익명 게시물이라면 수사기관이 사이트 운영자와 통신사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고소인이 할 일은 특정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최대한 모아 제출하는 것입니다. 같은 표현 습관을 쓰는 다른 계정, 특정 시간대에만 활동하는 패턴,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근거를 정리해 두시되, 단정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5단계. 기간을 확인합니다
죄명에 따라 기간이 다릅니다. 모욕죄는 친고죄라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방법이 없습니다. 명예훼손은 친고죄가 아니지만 반의사불벌죄여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이후 번복할 수 없습니다. 홧김에 상대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한 기록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6단계. 삭제와 민사를 함께 진행합니다
형사 절차만으로는 게시물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나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절차를 병행하고, 필요하면 게시금지 가처분을 검토합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형사 결과가 나온 뒤에 하시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소멸시효를 고려해 시점을 정합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의뢰인 정보는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했으며,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이 사건에서 자주 보는 실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게시물을 캡처만 해 두고 주소와 시각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지우고 나면 그 게시물이 존재했다는 사실부터 다투게 됩니다.
둘째, 게시 내용을 순화해서 옮기는 것입니다. 원문을 그대로 적는 것이 껄끄러우실 수 있지만, 표현의 수위가 그대로 드러나야 죄명과 양형이 제대로 평가됩니다.
셋째, 상대에게 직접 항의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오간 말이 상대의 맞고소 자료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명예훼손 고소는 결국 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리했느냐로 결정됩니다. 화가 나는 마음은 잠시 접어 두시고, 표부터 만드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는 다수 게시물 사건에서 범죄일람표 작성과 증거 정리, 고소 진행부터 삭제 요청과 손해배상까지 함께 봅니다. 성립이 어려운 사안이라면 그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지켜 온 원칙입니다.
캡처와 주소만 모아 오셔도 무엇이 성립하고 무엇이 어려운지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서울 서초동 | 형사고소 대리, 온라인 명예훼손, 민사 손해배상
FAQ
Q. 사실을 그대로 쓴 것도 처벌되나요?
A. 됩니다. 우리 형법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진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다툼은 대체로 그 글이 공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두고 벌어집니다.
Q. 게시물이 서른 개가 넘습니다. 전부 고소해야 하나요?
A. 전부 정리해서 제출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각 게시물이 별개의 범죄이고, 반복성과 확산 정도는 양형에 직접 반영됩니다. 다만 성립이 어려운 게시물까지 섞으면 전체의 설득력이 떨어지므로, 죄명별로 나눠 정리한 뒤 어떤 것을 넣을지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Q. 범죄일람표는 꼭 있어야 하나요?
A. 게시물이 여러 건이라면 사실상 필수입니다. 없으면 수사기관이 각 건을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가 누락되기도 합니다. 표를 잘 만들어 두면 수사 속도가 달라지고, 나중에 민사 청구를 할 때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실명을 쓰지 않았는데도 고소가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이니셜이나 별칭만 썼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지역이나 업종, 근무 기간처럼 조합하면 알 수 있는 정보가 함께 있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글을 보고 자신을 알아본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 사실을 자료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Q.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도 해당되나요?
A. 해당될 수 있습니다. 공연성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를 요구하지 않고,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전한 말도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됩니다. 대화방의 구성원과 이후 내용이 퍼진 경위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Q. 욕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A. 그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이 문제됩니다. 법정형이 낮고, 무엇보다 친고죄여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형사 절차로는 다툴 방법이 없으므로,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Q. 이미 게시물이 삭제됐습니다.
A. 캡처가 있다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캡처가 없더라도 검색 결과에 남은 흔적, 다른 이용자가 인용한 글, 캡처를 공유받은 기록으로 존재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므로 지금 남아 있는 것부터 확보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