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포항 금투자사기 피해 회수,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형태로 피해가 발생하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금은 실물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주식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있고, 무게가 있으니까요.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정작 손에 남은 것은 보관증 한 장이거나, 그마저도 없이 문자 몇 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항에서도 상담 요청이 옵니다. 지역에서 오래 장사하던 곳이라 믿었다거나, 아는 사람 소개로 시작했다거나, 시세보다 싸게 준다기에 목돈을 넣었다는 사연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소개를 타고 번지는 형태라 피해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형태의 피해가 있는지, 그리고 돈을 실제로 되찾기 위해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고소부터 하시는 것이 순서가 아닙니다.
금은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시세가 오르는 시기에는 조급함까지 더해집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물이 오가기 때문에 계좌 흐름만으로는 추적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골드바로 받은 뒤 현금으로 바꾸고 다시 가상자산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160억원 규모의 조직이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사기를 저지르는 쪽에서 보면 금은 추적을 끊기 좋은 수단인 셈입니다.
유형 1. 금은방이나 귀금속 업체에 맡기는 형태
가장 흔합니다. 시중보다 싸게 금을 사 주겠다거나, 금을 맡겨 두면 매달 수익금을 주겠다는 방식입니다.
실제 사건을 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50대 금은방 업주가 이런 방식으로 약 150명에게서 150억원대를 받아 챙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변 금은방 상인들까지 귀금속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이 업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구속기소되었고, 유사수신에 해당하는지는 추가로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보관증을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맡긴 금이 실제로 보관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종이만 받아 두신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면 애초에 그만큼의 금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형 2. 투자 리딩과 결합된 형태
리딩방에서 수익을 낸 것처럼 화면을 보여 준 뒤, 출금 대신 금으로 받으라고 유도하거나 금 구매 자금을 보내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실물이 오가면 피해자도 뭔가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의심이 늦어집니다.
유형 3. 기관을 사칭해 실물을 수거해 가는 형태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면서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자산을 금으로 바꿔 보관해야 한다고 속이고, 수거책이 직접 찾아와 금괴를 받아 가는 방식입니다. 이런 조직이 검거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유형은 고령층 피해가 특히 많습니다.
유형 4. 실물 없이 장부로만 오간 형태
적립식으로 금을 사 준다며 매달 돈을 받아 갔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장부에만 숫자를 적어 둔 경우입니다. 새로 들어온 돈으로 먼저 들어온 사람의 수익금을 주는 방식이라 어느 시점에 반드시 무너집니다.
유형 5. 지인 소개로 번진 형태
포항처럼 생활권이 좁은 지역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형태입니다. 계모임이나 동창 모임, 종교 모임을 타고 번지기 때문에 피해자끼리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개한 사람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가 애매해서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확인해 보셔야 할 항목입니다. 위쪽 항목일수록 급합니다.
☐ 마지막으로 돈이나 금을 건넨 날짜가 언제인지 안다
☐ 계좌로 보낸 것인지 현금이나 실물로 준 것인지 구분된다
☐ 상대방 계좌번호와 예금주를 알고 있다
☐ 상대가 아직 연락이 되거나 영업을 하고 있다
☐ 상대 명의의 부동산이나 차량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 보관증, 계약서, 영수증 중 하나라도 갖고 있다
☐ 수익금을 약속하는 내용의 대화나 녹음이 남아 있다
☐ 지금까지 받은 수익금과 넣은 원금을 계산해 보았다
☐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소개해 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돈을 넣었는지 안다
☐ 아직 고소장을 내지 않았다
☐ 상대가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옮기려는 정황을 보았다
피해를 실제로 되찾기 위해 하는 일
첫째, 순서를 바로잡습니다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가 고소부터 하시는 것입니다. 고소장을 내면 상대는 곧바로 알게 되고, 그 시점부터 재산을 정리합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몇 달 사이에 부동산 명의가 바뀌고 계좌가 비워집니다.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종이 한 장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금투자사기 사건에서 저희가 먼저 하는 일은 상대의 재산을 확인하고 묶는 것입니다.
둘째, 계좌로 보냈다면 지급정지를 검토합니다
돈을 계좌로 이체하신 경우라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급정지가 가능한지 먼저 봅니다.
예전에는 투자 리딩처럼 용역을 제공하는 것처럼 꾸민 사기에는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2024년에 정리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재화나 용역을 가장하면서 실제로 대가관계 있는 이익을 얻은 경우만 제외되는 것이고, 대가관계 없이 속여서 빼앗은 것이라면 이 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좌에 돈이 남아 있는 초기라면 이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셋째, 재산을 묶습니다
부동산, 차량, 사업장 임차보증금, 계좌, 매출 채권이 대상입니다. 가압류는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되므로 고소보다 먼저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명의가 넘어간 재산이 있다면 채권자취소권을 검토합니다. 다만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이라는 기간이 있으므로 미루시면 안 됩니다.
넷째, 형사 고소를 진행합니다
금투자사기는 형법상 사기가 기본이고,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여러 사람에게 수익금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형태라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도 함께 검토합니다.
고소장을 쓸 때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흐름입니다. 언제 누가 어떤 말을 해서 얼마를 보냈는지, 그 약속이 왜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것이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애초에 그만큼의 금을 확보한 적이 없다는 사실, 새로 들어온 돈으로 앞사람 수익금을 준 정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섯째, 배상명령을 신청합니다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피해 배상을 명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사기 사건도 대상이 되고, 공판이 시작된 뒤 판결 선고 전까지 신청합니다. 인용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그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피해 금액이 명확하지 않거나 다툼이 크면 각하될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의 세 번째 단계가 먼저인 것입니다.
여섯째, 국가가 환수하는 절차를 활용합니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어 2025년 11월 국회를 통과했고 2026년 중 시행됩니다. 보이스피싱, 다단계, 유사수신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의 수익을 국가가 반드시 몰수하고 추징해서 피해자에게 돌려주도록 의무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전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몰수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재량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범행 기간에 취득한 재산이 금액이나 시기로 볼 때 범죄수익일 가능성이 높으면 범죄피해재산으로 추정하는 규정과, 과세 정보나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새로 들어갔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자금 흐름을 밝혀야 했던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입니다.
일곱째, 피해자 모임을 어떻게 쓸지 정합니다
같은 사건 피해자들이 모이면 자료가 빠르게 모이고 수사기관도 사안을 무겁게 봅니다.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으로 돈을 넣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먼저 들어와 수익금을 받아 간 분과 마지막에 들어와 한 푼도 못 받은 분의 위치가 다르고, 소개를 많이 한 분은 나중에 가담자로 의심받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동 대응과 개별 대응을 나눠서 봅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분들께 부탁드리는 것
상대와 연락이 되는 동안에는 대화를 끊지 마시기 바랍니다. 화가 나서 차단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화 안에서 상대가 채무를 인정하는 말이 나오면 그것만큼 강한 자료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받은 수익금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나중에 드러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금투자사기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대개 처음 몇 주입니다. 상대가 아직 재산을 정리하지 않았고, 계좌에 돈이 남아 있고, 다른 피해자들이 아직 흩어지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저희는 사건을 많이 맡지 않습니다. 자금 흐름을 한 줄씩 따라가며 남은 재산을 찾아야 하는 사건일수록, 한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결과를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민사소송, 형사사건, 재산범죄, 기업자문
FAQ
Q. 고소를 먼저 해야 하나요, 가압류를 먼저 해야 하나요?
A. 가능하면 가압류가 먼저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상대가 알게 되고 그때부터 재산을 정리합니다. 가압류는 상대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진행되므로, 재산이 있는 것을 확인하셨다면 순서를 이렇게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보관증만 있고 계약서가 없는데 가능할까요?
A. 가능합니다. 보관증, 문자, 통화 녹음, 계좌 이체 내역이 모두 자료가 됩니다. 오히려 정식 계약서가 없는 사건이 대부분입니다. 있는 자료로 돈이 오간 사실과 약속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 저희 일입니다.
Q. 수익금을 조금 받은 적이 있는데 그래도 피해자인가요?
A. 그렇습니다. 다만 피해액을 계산할 때 받은 금액이 반영됩니다. 그리고 수익금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소개하셨다면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으므로, 상담에서 이 부분을 먼저 정리하셔야 합니다.
Q. 상대가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방법이 없나요?
A. 본인 명의로 없는 것과 실제로 없는 것은 다릅니다. 가족 명의로 넘어간 재산이 있는지, 사업장의 매출이나 보증금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개정된 법에 따라 국가가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절차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을 받으면 돈을 받을 수 있나요?
A. 배상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상명령 신청과 재산 확보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Q. 다른 피해자들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 나은가요?
A. 자료가 모이고 수사도 빨라지므로 대체로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입금 시기와 수익 수령 여부에 따라 각자의 사정이 다르므로, 공동으로 할 부분과 개별로 할 부분을 나누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시간이 꽤 지났는데 지금도 가능할까요?
A. 사기죄 자체는 시간이 지나도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명의가 넘어간 재산을 되돌리는 절차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걸려 있으므로, 정황을 아셨다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