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선생님, 교권침해입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부터 나눠 보겠습니다
이 상담은 대개 목소리부터 다릅니다. 다른 교권 사건은 답답함을 호소하시는데, 폭행을 당하신 선생님들은 말씀을 잘 못 이으십니다. 몸에 남은 것보다 그 상황 자체가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분이 같은 고민을 하십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교에도 부담이 되고, 그 학생이 우리 반 아이이고, 내년에도 계속 봐야 하니까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그 판단이 대체로 손해로 돌아옵니다. 폭행은 다른 유형의 교권 침해와 다르게 첫날 무엇을 했느냐가 그대로 결과가 되는 사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셔야 하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이 일이 얼마나 흔한지 말씀드립니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실태조사에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건수는 4,234건이었고 그중 약 93%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되었습니다. 보호자에 의한 침해 유형 중 상해와 폭행은 3.5%였습니다.
비중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매년 상당수의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실제로 맞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유형은 신고되지 않고 넘어가는 비율이 다른 유형보다 훨씬 높습니다.
유형 1. 신체에 직접 접촉이 있었던 경우
밀치거나, 붙잡거나, 때리거나, 물건을 던진 경우입니다. 다치지 않았더라도 폭행은 성립합니다. 형법상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지고, 다쳐서 상해에 이르면 7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올라갑니다.
멍이 없어도 폭행입니다
많은 선생님이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신고를 망설이십니다. 폭행죄는 유형력을 행사한 것 자체로 성립하므로 상처 여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상해로 갈지 폭행에 그칠지는 진단서가 가르기 때문에, 병원 기록은 반드시 남겨 두셔야 합니다.
유형 2. 몸을 막거나 가두는 형태였던 경우
교실 문 앞을 막아서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팔을 잡아 붙들어 두거나,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경우입니다. 직접 때린 것이 아니어서 넘어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행위도 폭행이나 감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유형 3. 물건을 부수거나 던진 경우
교실 집기를 부수거나 서류를 집어 던진 경우입니다. 사람에게 맞지 않았더라도 그 행위가 향한 방향에 따라 폭행이 될 수 있고, 재물손괴가 함께 문제 됩니다.
유형 4. 국공립학교에서 벌어진 경우
여기가 실무에서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국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므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다면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검토됩니다. 공무집행방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절차가 그대로 진행됩니다. 사립학교라면 상황에 따라 업무방해가 검토됩니다.
유형 5. 폭행 전후로 다른 행위가 이어진 경우
그날 이후 협박성 연락이 계속되거나, 온라인에 글이 올라오거나,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우입니다. 실제로 이 유형이 가장 많습니다. 폭행 하나만 떼어 보지 말고 전체 흐름을 하나의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확인해 보셔야 할 항목입니다. 위쪽일수록 급합니다.
☐ 사건 당일 또는 그다음 날 병원에 갔다
☐ 진단서를 발급받아 두었다
☐ 다친 부위나 옷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 그 자리에 있던 교사나 학생이 누구인지 정리했다
☐ 학교 폐쇄회로 영상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 학교에 서면이나 메일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보고했다
☐ 사건 경위를 그날 안에 시간순으로 적어 두었다
☐ 사건 이후 그 학부모로부터 연락이 계속되고 있다
☐ 아동학대로 신고당했거나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 학교나 주변에서 조용히 마무리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한 적이 있다
☐ 출근이나 수업이 어려운 상태다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병원에 가시는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날 안에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받아 두셔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폭행으로 끝날지 상해로 갈지를 가르는 것이 진단서이고, 두 죄명은 이후 절차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갑니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인 반면, 상해는 그렇지 않아서 선생님의 의사와 무관하게 절차가 진행됩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신고하려 해도 며칠이 지난 뒤에 받은 진단서는 인과관계를 다투게 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몸에 흔적이 없더라도 그날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다음은 사건을 기억이 아니라 문서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몇 시에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그날 안에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며칠만 지나도 순서가 흐려지고, 진술이 흔들리면 그것만으로 사건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목격한 동료 교사가 있다면 그분께도 기억이 선명할 때 간단한 메모를 남겨 달라고 부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학교 폐쇄회로 영상은 보관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으므로 보존해 달라는 요청을 서면으로 남기셔야 합니다. 학부모 폭행 사건에서 며칠 사이에 자료가 사라져 손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학교에 알리실 때는 말로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관리자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왜 정식으로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메일이든 공문이든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알리시고, 그 시점부터 그 학부모와의 연락 창구를 학교로 돌려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개인 휴대전화로 이어지는 연락을 끊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많은 선생님이 부딪히는 것이 조용히 마무리하자는 권유입니다. 학교 입장도 이해가 되고, 학급 아이들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지치셔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지십니다. 다만 한 가지만은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는 일입니다. 폭행처럼 피해자의 의사가 결정적인 죄에서는 그 서명 한 장으로 형사 절차가 끝나고, 한번 표시한 의사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시더라도, 그 서류에 서명하는 시점은 사과가 실제로 이뤄지고 재발 방지가 확인된 뒤여야 합니다. 순서가 바뀌면 사과는 오지 않고 절차만 끝납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교원지위법에 따른 절차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3월 28일부터 학교에 있던 교권보호위원회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에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되었습니다. 학교 밖 기구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학교 사정에 좌우되지 않고, 그만큼 선생님께 유리합니다. 침해가 인정되면 그 보호자에게 서면사과와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심리치료 같은 조치가 내려지고,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보호자에 대한 조치가 법으로 정해진 뒤로 아무 조치 없이 끝나는 비율이 49%에서 8.5%로 줄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치료비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 부분은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심리상담과 치료, 요양에 드는 비용은 관할청이 먼저 부담하고, 그다음에 침해행위를 한 사람에게 구상하는 방식입니다. 선생님이 사비로 감당하다가 나중에 받아 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치료비 청구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지원은 신청해야 시작되므로,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절차를 여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됩니다.
민사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치료비 같은 실제 지출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 청구권에는 3년의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실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잘못이 확인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의 접촉을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폭행 이후에도 연락이나 방문이 계속된다면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함께 검토합니다.
한 가지 더 대비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폭행 사건이 신고되면 상대 쪽에서 아동학대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지만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2024년 3월부터 교육감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면 관계 기관에 신속히 의견을 제출해야 하고, 임용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3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교원에 대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1,870건 중 종결된 993건의 90.4%가 무혐의로 끝났고, 교육청은 그중 1,352건에 대해 정당한 교육활동이자 생활지도였다는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가 바뀐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 된 생활지도의 경위를 미리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시고, 절대로 신고한 학부모나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자신을 돌보는 일이 절차의 일부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부모 폭행 사건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몸의 상처가 아니라 그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감각입니다. 무혐의나 처분이 나온 뒤에도 학교를 옮기시는 분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절차를 진행하시는 동안 상담 지원과 병가, 필요하다면 비정기 전보까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절차를 끝까지 밟기 위한 조건이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혼자 감당하실 일이 아닙니다. 동료 교사, 교원단체, 교육지원청의 지원 창구를 함께 쓰셔야 합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장 걱정하시는 것이 아이들이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이 맞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장면이 더 나쁜 교육입니다. 잘못한 행동에는 절차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사건을 많이 맡지 않습니다. 학부모 폭행처럼 첫 며칠의 기록이 전부를 좌우하는 사건일수록, 한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결과를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FAQ
Q. 다치지 않았는데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할 수 있습니다. 폭행은 유형력을 행사한 것 자체로 성립하므로 상처가 없어도 됩니다. 다만 상해로 다뤄지려면 진단서가 필요하므로, 당일에 병원에 가서 기록을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서명하면 되돌릴 수 있나요?
A. 폭행처럼 피해자의 의사가 결정적인 죄에서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한번 표시한 의사는 번복할 수 없다고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사과와 재발 방지가 실제로 이뤄진 뒤에 서명하시기를 권합니다.
Q. 학교에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합니다.
A. 학교 안에서 정리되지 않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지원청에 있으므로 절차를 여실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에 알린 사실만은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Q. 치료비는 제가 부담해야 하나요?
A. 심리상담과 치료, 요양 비용은 관할청이 먼저 부담하고 침해행위를 한 사람에게 구상하는 방식입니다.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을 해야 시작되므로 위원회 절차를 여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Q. 아동학대로 맞고소당했습니다.
A. 교육청에 교육감 의견 제출을 요청하시고, 문제 된 생활지도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십시오. 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직위해제되지 않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상대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시는 것만은 피하셔야 합니다.
Q.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차이가 있나요?
A. 있습니다. 국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므로 직무 수행 중의 폭행이나 협박에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검토됩니다. 이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절차가 진행됩니다. 사립학교라면 사안에 따라 업무방해를 검토합니다.
Q. 변호사가 위원회 절차에도 함께해 주나요?
A. 가능합니다. 이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자료 정리와 진술의 일관성인데,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에서 혼자 하시기가 어렵습니다. 형사 고소와 위원회 절차, 민사 청구를 어떤 순서로 갈지 정하는 것부터 함께 판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