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테더거래를 하다 보이스피싱 가담자로 연루되었다면?
어떤 거래가 문제가 될까요?
이 상담은 대개 계좌가 막히면서 시작됩니다. 평소처럼 거래하고 며칠 지났는데 은행 앱이 열리지 않고, 다른 은행 계좌까지 함께 정지되어 있습니다. 그다음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찾아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비슷합니다. 시세 차이를 보고 코인을 사고팔았을 뿐이라거나, 오픈채팅방에서 원화를 받고 USDT를 보내 주는 일을 몇 번 했을 뿐이라거나, 아는 사람 소개로 송금만 대신해 줬다는 것입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사기를 친 적이 없으니 억울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보는 그림은 다릅니다. 피해자가 돈을 잃은 단계와 그 돈이 사라지는 단계를 나눠서 보고, 후자를 자금세탁으로 다룹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거래가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왜 하필 테더인지부터 말씀드립니다
서울경찰청이 대포통장 유통 조직과 중국에 기반을 둔 자금세탁 조직을 적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170억원 규모였는데, 세탁 방식 중 테더를 이용한 가상자산 송금이 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나머지는 상품권 업체로 위장한 방식이 19%, 계좌이체가 9%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만 149명이 송치되었고 그중 116명이 송금책이었습니다.
전체 흐름도 비슷합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적발 건수는 2026년 상반기에만 1,214건으로 집계되어 전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의 79.4%를 차지했습니다. 3,113억원 규모의 사건에서는 피해금을 테더로 바꿔 해외 지갑으로 보내고 금과 은 거래, 환치기까지 섞어 추적을 끊는 방식이 확인되었습니다.
값이 달러에 고정되어 있고, 국경을 넘기기 쉽고, 개인 지갑끼리 바로 옮길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테더가 표적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 어딘가에 평범한 개인 거래자가 끼어 있게 됩니다.
유형 1. 개인 간 장외 거래로 시작한 경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에서 상대를 만나 원화를 받고 USDT를 보내 주는 방식입니다. 본인은 시세 차익을 보고 한 거래인데, 그 원화가 피해금이었던 경우입니다.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한 번인지 여러 번인지가 갈림길입니다
한두 번의 개인 거래와 계속 반복된 거래는 완전히 다르게 평가됩니다. 반복성이 붙는 순간 영업으로 보이고, 그때부터는 자금세탁뿐 아니라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영업 문제까지 함께 걸립니다.
유형 2. 웃돈을 받고 계속 거래한 경우
시세보다 높은 값을 받거나 고정 수수료를 받으면서 반복적으로 거래한 경우입니다. 본인은 환전상처럼 일했다고 생각하시지만, 법이 보기에는 신고 없이 가상자산 사업을 한 것이 됩니다.
유형 3. 현금을 직접 받은 경우
만나서 현금 다발을 받고 코인을 보내 준 경우입니다. 이 유형이 가장 위험합니다.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굳이 대면으로 현금을 주고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 사실 자체가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쓰입니다.
유형 4. 송금 아르바이트로 참여한 경우
내 계좌로 돈을 받아 코인을 사서 지정된 지갑으로 보내면 일정 비율을 준다는 제안에 응한 경우입니다. 최근 텔레그램과 사회관계망을 통해 일반인을 모집하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 적발된 송금책 116명이 대부분 이 유형입니다.
유형 5. 해외와 연결된 환치기 형태
국내에서 원화를 받고 해외에서 외화나 코인이 지급되는 구조에 관여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등록 없이 외국환 업무를 한 문제까지 추가됩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상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조사 전 준비가 급합니다.
☐ 계좌가 지급정지되었고 채권소멸절차 공고를 확인했다
☐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
☐ 경찰에서 출석 요구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았다
☐ 거래한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한 자료가 있다
☐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 대화가 남아 있다
☐ 거래소 매매 내역과 지갑 주소를 확보할 수 있다
☐ 시세보다 높은 값이나 수수료를 받은 적이 있다
☐ 현금을 직접 받아 본 적이 있다
☐ 같은 상대와 여러 번 거래했다
☐ 해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보낸 내역이 있다
☐ 거래 상대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시도한 기록이 있다
☐ 이미 진술을 했고 그 내용을 기억한다
지금부터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가
이 사건은 두 갈래로 동시에 굴러갑니다. 하나는 막힌 계좌를 푸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형사 문제입니다. 두 갈래는 판단 기준도 기간도 다른데, 한쪽에서 낸 설명이 다른 쪽에서 그대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순서를 정하지 않고 움직이면 스스로 불리한 자료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건을 맡으면 무엇을 어느 쪽에 먼저 낼지부터 정합니다.
계좌 쪽은 시간이 걸린 문제라 먼저 손을 대야 합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되어 지급정지가 걸리고 채권소멸절차가 시작되면,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날 때 계좌에 남은 돈에 대한 권리가 사라집니다. 이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셔야 하고, 여기서 통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그 돈이 정당한 거래의 대가로 들어온 것임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거래소의 매매 체결 기록, 같은 시각의 시세, 상대에게 보낸 코인의 전송 기록, 지갑 주소가 서로 맞아떨어지면 적어도 실제 거래는 있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이의제기만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신고한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데, 이 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가 제외되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형사 쪽에서는 어떤 조항이 걸리는지부터 알고 계셔야 합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그 성격을 감추는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범죄수익인 줄 알면서 받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자산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이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붙고, 해외와 맞물린 형태라면 등록 없이 외국환 업무를 한 것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이 추가됩니다. 계좌나 인증서를 넘긴 사실이 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별도로 성립합니다. 하나의 거래에서 여러 법이 겹치기 때문에 실제 형량은 개별 조항의 상한만 보고 짐작하실 수 없습니다. 참고로 자금세탁범죄에 대해서는 2026년 7월 1일부터 별도의 양형기준이 적용되어, 금액 규모와 조직적으로 반복되었는지, 앞선 범죄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가 형량에 직접 반영됩니다.
실제 조사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알고 있었느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이 방향을 잘못 잡으십니다. 완전히 몰랐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방식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몇 가지 신호를 놓고 판단하는데, 거래 상대가 소수의 아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오픈채팅이나 소개를 통한 불특정 다수였는지, 거래가 한 번으로 끝났는지 몇 주 몇 달 이어졌는지, 고정 수수료나 웃돈 같은 대가가 있었는지, 해외 송금이나 해외 계좌가 얽혀 있었는지, 그리고 현금 다발이나 제3자 명의 입금처럼 이상한 정황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이 신호가 여러 개 겹치면 몰랐다는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실제로 다투는 자리는 조금 다릅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던 것은 맞더라도, 그 돈이 범죄수익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까지는 없었다는 구간이 있습니다. 실제로 환전 거래가 있었다는 점을 송금 내역과 환율, 시기, 금액이 서로 대응하는 자료로 보여 주면 검사가 그 돈이 피해금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무죄로 가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거래 하나하나를 시간과 금액으로 맞춰 표로 만드는 작업부터 합니다. 상대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시도한 기록, 용도를 물어본 대화, 이상하다고 느껴 거래를 거절한 이력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자료가 됩니다.
영업으로 볼 수 있는지도 별도로 다툽니다.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으로 처벌하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대가를 받으면서 계속 반복해서 거래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광고나 모집을 한 적이 없다는 점, 거래 상대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 수수료를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 계산으로 투자한 것이라는 점을 자료로 보여 줍니다. 해외 지급을 지시한 적이 없고 단순히 거래 상대였을 뿐이라면 외국환 문제도 분리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도 결론이 갈리기 때문에, 테더거래 이력이 많으신 분일수록 거래를 성격별로 나누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절대 하지 마셔야 할 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갑을 정리하거나 거래 기록을 지우는 것,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가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것, 거래 상대와 연락해 말을 맞추는 것입니다. 거래소 기록과 블록체인 전송 내역은 대부분 남아 있어서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고, 지웠다는 사실만 추가로 확인됩니다. 오히려 그 대화 안에 본인이 용도를 물었거나 이상하다고 반응한 문장이 남아 있어 방어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지우셨다면 그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순서에 관한 말씀입니다. 계좌가 막혀 당장 생활이 어려우신 상태에서 경찰 조사까지 앞두고 계시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럴수록 먼저 하실 일은 진술이 아니라 자료 정리입니다. 어떤 거래가 언제 얼마에 이뤄졌고 상대가 누구였는지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에 나가시면, 기억에 의존한 설명이 나중에 기록과 어긋나면서 신빙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테더거래 사건에서 결과가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첫 조사 이전에 결정됩니다.
사건 유형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의뢰인께 부탁드리는 것
거래 상대와 나눈 대화 중에 본인에게 불리해 보이는 문장이 있어도 숨기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문장 하나 때문에 사건이 결정되는 경우보다, 숨겼다가 나중에 드러나 진술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유형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정말로 시세 차익만 보고 움직인 분도 있고,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한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필요한 것은 본인의 거래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억울함은 자료로 옮겨져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현재 보이스피싱 가담자로 분류되었다면, 바로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사안이 급한 만큼 바로 착수해서 조력하겠습니다.
FAQ
Q. 정말 시세 차익만 보고 거래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그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진행했다면 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가 그 돈이 피해금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실제 거래가 있었다는 자료를 갖추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한 번만 거래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한 번이라도 그 돈이 피해금이었다면 계좌 지급정지는 걸립니다. 다만 반복성이 없다면 영업으로 보기 어려워 신고 의무 위반 문제는 빠질 수 있고, 형사 처분 수위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거래 횟수와 상대 범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계좌가 언제 풀리나요?
A.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거나 소송에서 정리되어야 풀립니다. 소명이 충분하면 2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면 계좌에 남은 돈에 대한 권리가 사라지므로, 날짜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Q. 형사에서 잘 정리되면 계좌도 자동으로 풀리나요?
A. 자동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와 지급정지 절차는 별개입니다. 수사기관이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고 인정하면 절차가 끝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의제기나 소송으로 따로 풀어야 합니다.
Q. 수수료를 조금 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대가가 있었다는 사실은 영업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쓰입니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고정된 비율이나 웃돈 형태였다면 그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본인 계산으로 사고팔아 생긴 차익이라면 성격이 다르므로, 이 구분을 자료로 보여 주셔야 합니다.
Q. 텔레그램 대화를 지웠는데 괜찮을까요?
A. 지웠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상대 쪽 기기나 서버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결국 드러납니다. 이미 지우셨다면 왜 지웠는지를 설명할 준비를 하셔야 하고, 지금이라도 남은 자료는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Q. 조사에 나가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거래소 매매 내역, 지갑 주소와 전송 기록, 계좌 입출금 내역, 상대와의 대화를 시간순으로 맞춰 정리하십시오. 거래별로 상대가 누구였고 얼마를 어떤 시세로 주고받았는지가 정리되어야 설명이 통합니다. 준비 없이 나가서 기억에 의존해 말씀하시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