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금융실명법위반 피의자가 되었다면, 어떤 혐의이고 어떻게 처벌되는가
어떤 경우가 문제 되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이 죄명으로 조사를 받게 되신 분들은 대부분 이 법이 무슨 법인지부터 물으십니다. 금융실명제라는 말은 들어 보셨어도, 남의 이름으로 계좌를 쓰는 것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입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씀이 있습니다. "가족 계좌를 썼을 뿐인데요", "친구가 부탁해서 이름만 빌려줬는데요"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중 상당수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이 법은 차명거래 자체를 벌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뒤에 무엇이 있었느냐입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불법재산을 숨기거나, 자금세탁을 하거나, 강제집행을 피하거나, 그 밖의 탈법행위를 할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방어는 거의 언제나 목적을 둘러싸고 이뤄집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가 걸리고 어떤 경우가 걸리지 않는지, 그리고 조사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처벌 수위를 말씀드립니다
탈법행위 목적의 차명거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매길 수도 있습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실명확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직원이 위반하면 행위자와 별도로 법인에도 벌금을 매기는 규정이 있고,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면 면제됩니다.
유형 1. 채권자를 피하려고 다른 사람 계좌를 쓴 경우
빚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압류를 피하려고 배우자나 부모, 지인 명의 계좌로 돈을 받거나 옮긴 경우입니다.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가장 전형적인 유형에 속합니다.
압류가 들어온 시점이 중요합니다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했거나 압류를 시도한 시점 전후로 계좌 사용이 바뀌었다면 그 자체가 목적을 보여 주는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그 전부터 오래도록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 온 계좌라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유형 2. 세금 문제로 차명계좌를 쓴 경우
소득을 분산하거나 매출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대금을 받은 경우입니다. 조세포탈 목적이 인정되면 이 법 위반과 함께 조세 관련 처벌도 검토됩니다.
유형 3. 사업상 계좌를 나눠 쓴 경우
직원이나 가족 명의 계좌로 일부 거래를 처리한 경우입니다. 실무상 편의였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계좌로 들어온 돈이 신고에서 빠져 있었다면 설명이 어려워집니다.
유형 4. 내 계좌를 빌려준 경우
본인이 쓴 것이 아니라 남에게 명의를 제공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방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계좌를 제공한 사람이 상대의 구체적인 목적까지 알지 못했더라도 탈법행위에 쓰인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면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유형 5. 코인 거래나 자금 이동에 얽힌 경우
가상자산 거래나 해외 송금 과정에서 다른 사람 명의 계좌가 사용된 경우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국내외 시세 차이를 이용한 거래를 하면서 타인 명의 법인 계좌를 이용한 사람에게 이 법 위반이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이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업무방해가 함께 붙는 일이 많습니다.
유형 6. 처벌되지 않는 차명거래
모든 차명거래가 범죄는 아닙니다. 계를 관리하려고 대표가 계좌를 만든 경우,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돈을 자기 계좌로 관리한 경우, 동창회나 단체의 회비를 총무 명의로 모은 경우처럼 탈법 목적이 없는 거래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조사에서 이 점을 설명하지 못해 억울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상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출석 요구를 받았고 죄명에 금융실명거래 관련 법률이 적혀 있다
☐ 내 명의 계좌를 다른 사람이 사용한 사실이 있다
☐ 다른 사람 명의 계좌를 내가 사용한 사실이 있다
☐ 그 계좌를 쓰기 시작한 시점을 특정할 수 있다
☐ 당시 소송이나 압류,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 계좌를 부탁하거나 부탁받을 때 어떤 설명이 오갔는지 기억한다
☐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
☐ 그 계좌로 오간 금액의 규모를 안다
☐ 계좌에 들어온 돈이 신고에서 빠져 있다
☐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
☐ 관련해서 다른 죄명으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 대화 기록을 지운 적이 있다
조사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사건의 방어는 목적범이라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은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거래에 탈법 목적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계좌를 썼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유죄가 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계좌를 왜 그렇게 관리하게 되었는지, 그 시점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 결론이 달라지는 사건이 상당수입니다. 상담에서 제가 가장 먼저 여쭤보는 것도 언제부터 그렇게 하셨는지입니다. 시작 시점이 채권자의 압류 시도나 세무조사 직후라면 설명이 어려워지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라면 목적을 다툴 자리가 생깁니다.
다만 몰랐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2022년 대법원 판결은 타인 명의 계좌를 제공해 탈법행위를 도운 경우, 제공한 사람이 상대의 구체적인 목적까지 전부 알지 못했더라도 탈법행위에 쓰인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면 방조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범죄수익 은닉이나 자금세탁, 관세 포탈 같은 것이 여기서 말하는 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계좌를 빌려주신 분이라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시기보다, 어떤 설명을 듣고 응했는지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 설명이 왜 의심할 만한 것이 아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부탁받을 당시의 대화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자료입니다.
금융실명법위반은 혼자 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압류를 피할 목적이었다면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이 함께 붙고, 소득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면 조세 관련 처벌이 따라옵니다. 계좌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별도로 성립하고, 오간 돈에 범죄로 얻은 돈이 섞여 있었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가상자산이 얽혀 있다면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영업 문제까지 검토됩니다. 실제로 국내외 시세 차이를 이용한 거래에서 허위 서류로 은행을 속여 송금하고 타인 명의 법인 계좌를 이용한 사건에서, 이 법 위반과 업무방해, 특금법 위반이 함께 인정되어 징역형이 선고된 예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이 죄명 하나만 보고 준비하시면 안 됩니다. 어떤 조항이 어디까지 걸릴 수 있는지 전체를 놓고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자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그 계좌를 실제로 누가 지배했는지입니다. 명의자는 통장만 만들어 주고 카드와 인증서,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면 명의자와 실질 사용자의 위치가 분명히 다릅니다. 반대로 명의자가 직접 입출금하고 자금 사용에 관여했다면 단순 제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개설 경위, 인증서 발급 기록, 실제 입출금이 이뤄진 위치와 기기 정보가 이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둘째는 그 계좌로 오간 돈의 성격입니다. 정상적인 사업 대금이나 가족 간 자금 이동이 섞여 있는데 전부가 문제 되는 것처럼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별로 나눠 어떤 입금이 무엇이었는지 표로 만들어 두시면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셋째는 시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언제부터 그렇게 했는지가 목적 판단의 핵심이므로, 계좌 개설일과 최초 사용 시점, 그 무렵의 개인 사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세무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는 점도 미리 아셔야 합니다. 차명계좌가 확인되면 국세청 쪽에서 별도로 움직입니다. 명의자 계좌에 들어 있던 돈이 증여로 추정되어 증여세가 문제 되거나, 신고에서 빠진 소득에 대해 세금과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형사에서 정리되었다고 해서 이쪽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형사 진술을 준비하실 때 세무 쪽에서 어떻게 쓰일지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형사에서 편하게 인정한 문장이 세무조사에서 그대로 근거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대 하지 마셔야 할 것을 정리하겠습니다. 계좌를 해지하거나 잔액을 옮기는 것, 명의자나 실제 사용자에게 연락해 말을 맞추는 것, 대화 기록을 지우는 것입니다. 금융거래 내역은 금융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어 계좌를 정리한다고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조사가 시작된 뒤에 움직인 흔적이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명의자와 연락해 진술을 맞추는 것은 그 자체로 별도의 문제가 되고, 여러 명이 조사받는 사건에서 진술이 부자연스럽게 일치하면 짜 맞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준비의 순서입니다. 출석 요구를 받으시면 먼저 문제 된 계좌와 기간을 확인하시고, 해당 기간의 거래 내역 전체를 발급받으십시오. 그다음 입금과 출금을 성격별로 나눠 표시하고, 계좌를 그렇게 쓰게 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적어 두십시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조사에서 설명이 통하고, 없으면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 기록과 어긋나면서 신빙성을 잃습니다. 금융실명법위반 사건은 결국 계좌 하나하나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의 문제이고, 그 설명은 조사 전에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거래 내역을 가져오실 때 문제 되는 구간만 뽑지 마시고 전체를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앞뒤 기간을 함께 봐야 그 계좌가 원래 어떻게 쓰이던 것인지가 드러나고, 그것이 목적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부탁을 주고받은 대화도 불리해 보이는 부분까지 그대로 보여 주셔야 방어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죄명으로 조사를 받게 되신 분들 중에는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가족 계좌를 쓰신 분도 있고, 알면서 그렇게 하신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필요한 것은 계좌의 흐름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 법은 목적을 보는 법이고, 목적은 결국 시점과 흐름으로 드러납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형사사건, 금융범죄, 조세사건, 민사소송
FAQ
Q. 가족 계좌를 쓴 것도 처벌되나요?
A. 차명거래 자체가 아니라 목적이 기준입니다. 불법재산을 숨기거나 자금세탁을 하거나 압류를 피하거나 그 밖의 탈법행위를 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됩니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돈을 관리하는 경우처럼 목적이 없는 거래는 대상이 아닙니다.
Q. 이름만 빌려줬는데도 처벌되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대법원은 제공한 사람이 상대의 구체적인 목적까지 알지 못했더라도 탈법행위에 쓰인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면 방조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어떤 설명을 듣고 응했는지가 핵심이므로 그 당시 대화가 중요합니다.
Q. 대가를 받지 않았으면 괜찮은가요?
A. 대가가 없었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지만 그것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가가 있었던 경우와 없었던 경우는 인식 판단과 양형에서 분명히 다르게 평가됩니다.
Q. 계좌를 지금 정리하면 안 되나요?
A. 안 됩니다. 금융거래 내역은 금융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어 사라지지 않고, 조사가 시작된 뒤에 계좌를 움직인 사실이 오히려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Q. 형사가 끝나면 세금 문제도 같이 끝나나요?
A. 아닙니다. 차명계좌가 확인되면 세무 쪽 절차가 별도로 진행됩니다. 신고에서 빠진 소득에 대한 세금과 가산세, 명의자 계좌 잔액에 대한 증여 문제가 따로 검토됩니다. 형사 진술이 그쪽에서 그대로 쓰이므로 함께 보고 준비하셔야 합니다.
Q. 다른 죄명도 같이 붙을 수 있나요?
A. 자주 붙습니다. 압류 회피 목적이면 강제집행면탈, 소득 은닉이면 조세 관련 처벌, 대가를 받고 계좌를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오간 돈에 범죄수익이 섞였다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함께 검토됩니다.
Q. 조사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문제 된 계좌의 전체 거래 내역을 발급받아 입출금을 성격별로 나누시고, 그 계좌를 그렇게 쓰게 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십시오. 특히 언제부터 그렇게 했는지가 목적 판단의 핵심이므로 시작 시점과 당시 사정을 명확히 해 두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