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계좌지급정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이 입금되었는데 통장이 묶였다면?
어떤 경우인지부터 나눠 보겠습니다
아무 거래도 하지 않았는데 낯선 이름으로 돈이 들어옵니다. 며칠 뒤 계좌가 전부 막히고, 다른 은행 계좌까지 함께 정지됩니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옵니다. 얼마를 주면 풀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사연으로 오시는 분들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이른바 통장묶기라고 부르는 수법입니다.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사정이 있으면 즉시 계좌를 정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절차를 악용하는 것입니다. 소액을 보내 놓고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의 계좌가 그대로 막힙니다. 최근에는 특정 계좌를 묶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수수료를 챙기는 팀까지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사회초년생이 정체불명의 100만원 입금 때문에 계좌가 막혀 해제까지 두 달이 걸린 경우가 있었고, 후원 계좌를 운영하던 사람이 물건조차 살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다른 어떤 조언보다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려 합니다. 그 돈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그리고 입금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상황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유형 1. 계좌를 묶는 것 자체가 목적인 입금
돈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 계좌를 마비시키는 것이 목적인 경우입니다. 사업상 경쟁 관계나 개인적인 원한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해제를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해제 대가를 요구하면 그 자체가 범죄입니다.
계좌를 풀어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공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협박 메시지가 오히려 우리 쪽 이의제기의 가장 강한 자료가 됩니다. 그러니 지우지 마시고 그대로 보관하십시오.
유형 2. 실제 사기 피해금이 흘러온 경우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내 계좌로 송금하게 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신고한 사람은 진짜 피해자이고, 내 계좌는 그 흐름의 중간에 놓인 것입니다. 앞의 유형과 달리 상대가 악의적으로 나를 노린 것이 아니어서 협박 연락도 오지 않습니다.
유형 3. 단순한 착오송금
계좌번호를 잘못 눌러 들어온 경우입니다. 이때는 지급정지가 아니라 반환 문제로 정리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송금인이 사기 피해를 주장하면서 신고하면 계좌가 묶이기도 합니다.
유형 4. 지인이나 가족의 실수
예전에 거래하던 사람이 계좌를 바꾸지 않고 보낸 경우, 가족이 다른 계좌로 잘못 보낸 경우입니다. 확인해 보면 금세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형 5. 사업 계좌에 정체불명 입금이 들어온 경우
매출 계좌에 알 수 없는 입금이 찍히는 일은 자영업자에게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손님이 계좌이체로 결제하면서 이름을 다르게 적는 경우도 있어서, 진짜 모르는 돈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유형별 비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지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쪽 항목일수록 급합니다.
☐ 입금된 돈에 아직 손대지 않았다
☐ 계좌 거래내역을 캡처해 두었다
☐ 은행에 반환 의사를 알리고 접수 기록을 남겼다
☐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받았다
☐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났는지 확인했다
☐ 공고가 났다면 공고일이 언제인지 안다
☐ 모르는 번호로 온 연락과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 해제를 대가로 돈을 요구받은 사실이 있다
☐ 입금자에게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
☐ 상대가 알려 준 계좌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
☐ 급여나 사업 매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 생활이나 사업에 당장 지장이 생기고 있다
지금부터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가
첫날 하실 일은 네 가지입니다.
먼저 들어온 돈을 그대로 두시고 계좌 거래내역을 화면 그대로 캡처해 두십시오. 입금 시각과 입금자명, 금액이 함께 보이도록 남기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은행에 연락해 지급정지 사실을 확인하고, 그 돈을 돌려줄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십시오. 이때 통화만 하지 마시고 접수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남기셔야 합니다. 그다음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으십시오. 마지막으로 모르는 번호로 온 연락이 있다면 그 메시지를 하나도 지우지 마십시오. 이 네 가지가 이후 모든 절차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절대 하지 마셔야 할 일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입금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입니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그 연락으로 내 정보가 넘어가고 협박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상대가 알려 준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입니다. 돌려주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하시지만, 그 계좌가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라면 자금 흐름을 한 단계 더 만든 것이 되어 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반환은 반드시 은행이나 수사기관을 통해 하십시오. 셋째는 그 돈을 인출하거나 쓰는 것입니다.
세 번째를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이니 일단 옮겨 두었다가 나중에 돌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법원은 착오로 송금된 돈에 대해서도 받은 사람이 신의칙상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임의로 쓰면 횡령이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계좌지급정지로 답답한 상황에서 그 돈까지 손을 대시면 피해자였던 분이 피의자가 됩니다. 실제로 이 한 번의 인출 때문에 사건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봤습니다.
그다음이 이의제기입니다. 법이 정한 이의제기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난 뒤에 하는 절차이고,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합니다. 그러니 먼저 공고가 났는지, 났다면 며칠이 지났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아직 공고 전이라면 지금은 은행에 소명자료를 내면서 해제를 요청하는 단계입니다.
제출할 자료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통장묶기가 의심되는 사안이라면 협박 메시지와 경찰 신고 접수증이 핵심입니다. 해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있으면 이는 공갈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사실 자체가 내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사업 계좌라면 거래명세와 매출 자료를, 급여 계좌라면 급여명세를 함께 냅니다. 그리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은행에 알린 기록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기록이 있느냐 없느냐가 판단에서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 단계가 최근 개선되었다는 점도 말씀드리겠습니다. 2026년 5월부터 은행권에서는 명의인이 충분한 소명자료를 내면 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도록 절차가 바뀌었습니다. 제출 자료도 간소화되어 물품 거래라면 사업자등록증과 거래 관련 서류 중 한 종류, 대화 내역 정도로 정리되었습니다. 또 소액이고 지급정지 이력이 없으며 생계 목적이 분명하면 문제 된 금액만 제한하고 나머지 잔액은 바로 쓸 수 있게 하는 일부 지급정지도 도입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협박 증거가 없더라도 계좌의 입출금 내역이나 사용 형태를 살펴 신속히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길이 넓어졌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는 사안이 있습니다.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다가오면, 그 시점에 계좌에 남은 돈에 대한 권리가 사라지고 그 돈은 신고한 사람에게 환급됩니다. 이때 쓸 수 있는 것이 신고한 사람을 상대로 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입니다. 이 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가 제외되어 시계를 멈출 수 있습니다. 다만 소를 제기했다고 계좌가 바로 풀리는 것은 아니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 최종적으로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정받는 절차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계좌지급정지 사건에서 이 소송을 검토하는 시점은 대개 2개월의 절반이 지났는데 아무 답이 없을 때입니다.
착오송금으로 밝혀진 경우라면 절차가 다릅니다. 송금인 쪽에서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5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는 2021년 7월 이후, 1천만원 초과 5천만원 이하는 2023년 1월 이후 발생한 착오송금이 대상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수취인에게 자진 반환을 권유하고, 응하지 않으면 법원의 지급명령을 거쳐 회수합니다. 받으신 분 입장에서는 이 절차에 협조해 반환하시면 되고, 그 과정이 정리되면 계좌 문제도 함께 풀립니다.
마지막으로 마음가짐에 관한 말씀입니다. 이 상황에 놓이면 억울함이 가장 큽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내 돈이 묶이느냐는 생각이 드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은행에 항의 전화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자료입니다. 그 돈이 어디서 왜 들어왔고, 나는 그것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돌려줄 의사를 이미 밝혔다는 세 가지를 문서로 보여 드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계좌지급정지는 억울함을 설명하는 절차가 아니라 소명하는 절차입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상담 오실 때 계좌 거래내역 전체를 뽑아 오시고, 문제 된 입금 앞뒤로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도 함께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한 건만 떼어 보면 설명이 어려워도, 평소 계좌가 어떻게 쓰이던 것인지를 함께 보면 사정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온 연락은 하나도 지우지 마십시오.
이 유형은 정말로 아무 잘못이 없는 분들이 겪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그래서 더 급하게 움직이다가 손대지 말아야 할 돈에 손을 대는 일이 생깁니다. 지금 하실 일은 그 돈을 그대로 두고, 기록을 남기고,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민사소송, 형사사건, 금융범죄, 기업자문
FAQ
Q. 들어온 돈을 그냥 돌려주면 안 되나요?
A. 상대가 알려 준 계좌로 직접 보내지 마십시오. 그 계좌가 다른 사람 명의라면 자금 흐름을 한 단계 더 만든 것이 되어 오히려 의심을 받습니다. 반환 의사는 은행이나 수사기관을 통해 밝히시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셔야 합니다.
Q. 제 계좌에 들어온 돈인데 인출하면 안 되나요?
A. 안 됩니다. 법원은 착오로 송금된 돈에 대해서도 받은 사람이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임의로 쓰면 횡령이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손대는 순간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Q. 풀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받았습니다.
A. 그 요구 자체가 공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응하지 마시고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그대로 보관한 뒤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그 자료가 은행 이의제기에서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Q. 은행에서 이의제기를 받아 주지 않습니다.
A. 아직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나지 않아 시기가 되지 않았거나, 자료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공고 전이라면 소명자료를 내며 해제를 요청하는 단계이고, 자료 문제라면 보강해 다시 내셔야 합니다.
Q. 사업 계좌라 당장 급합니다.
A. 소액이고 지급정지 이력이 없으며 생계 목적이 분명하면 문제 된 금액만 제한하고 나머지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사업자등록증과 매출 자료를 준비해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소송까지 해야 하나요?
A. 소명으로 풀릴 사안이라면 필요 없습니다. 다만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다가오는데 진전이 없다면, 소를 제기해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Q. 착오송금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요?
A. 송금인이 예금보험공사의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받으신 분은 그 절차에 협조해 반환하시면 됩니다. 5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 금액이 대상이며, 응하지 않으면 법원의 지급명령을 거쳐 회수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