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왜 변호사 선임이 급한가
압수수색이 진행된다면?
영장이 나왔다는 것은 법관이 이미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제 시작이 아니라,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진행된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 절차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권리는 그 순간에만 행사할 수 있고, 지나가면 복구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판결이 하나 있습니다. 2025년 4월 24일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이 피압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피의자 본인이 참여했더라도 변호인에게는 별도로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해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그 권리는 변호인이 있어야 생깁니다. 선임되어 있지 않으면 통지받을 사람이 없고, 통지가 없으면 참여할 기회도 없으며, 나중에 그 절차를 문제 삼을 근거도 줄어듭니다. 선임이 급하다는 말은 여기서 나옵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하루 동안 이후 사건의 뼈대가 거의 결정됩니다. 무엇이 정해지는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정해지는 것 1. 혐의의 윤곽
영장에는 죄명과 혐의 사실의 요지가 적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자료이고, 그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해지는 것 2. 압수 대상의 범위
영장에 적힌 대상을 넘어서면 위법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넘었는지 아닌지를 나중에 따질 수가 없습니다.
정해지는 것 3. 참여권의 행사 여부
원칙적으로 집행 일시와 장소를 미리 통지해야 하고, 급속을 요하는 때라는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변호인에게는 별도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해지는 것 4. 전자정보를 가져가는 방식
법원은 세 단계로 봅니다. 원칙은 현장에서 필요한 범위만 골라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 복제본을 반출하며, 그것도 어려울 때 원본을 반출합니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다는 점은 수사기관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원본이 나가면 사건과 무관한 개인 자료와 거래처 정보까지 전부 함께 나갑니다.
정해지는 것 5. 압수목록의 내용
수사기관은 압수 방법과 장소, 대상자별로 구분해서 품종과 종류, 명칭, 수량, 외형상 특징까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특정해 적어야 합니다. 이 목록이 이후 무엇이 증거로 쓰일지의 출발점입니다.
정해지는 것 6. 임의제출 여부
영장에 없는 물건을 자발적으로 냈다고 정리되면 영장 없이도 적법한 압수가 됩니다. 임의성이 인정되면 나중에 뒤집기 어렵습니다.
정해지는 것 7. 야간 집행의 적법성
야간에 집행하려면 영장에 그 취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기재가 없으면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는 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할 항목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영장 원본을 직접 보았다
☐ 죄명과 혐의 요지를 확인했다
☐ 수색 장소와 압수 대상 기재를 읽었다
☐ 유효기간을 확인했다
☐ 야간 집행 기재 여부를 확인했다
☐ 변호인에게 연락했다
☐ 집행 시각과 경과를 메모해 두었다
☐ 압수목록을 받았다
☐ 목록과 실제 가져간 물건을 대조했다
☐ 무관한 물건이 포함되었다면 그 취지를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서류가 없다
☐ 자료를 지우거나 숨긴 적이 없다
압수수색 대응 변호사 조력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참여권 시계입니다. 저장매체를 가져간 경우 그 안에서 자료를 찾고 복제하고 출력하는 작업이 며칠에 걸쳐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도 참여권이 있고, 여기서 어떤 파일이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골라지느냐가 정해집니다. 통지를 받고도 나가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나고, 통지받을 변호인이 없으면 그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사건과 무관한 별건 자료가 발견되면 원칙적으로 별도의 영장이 필요합니다. 이 원칙이 지켜지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지켜집니다.
두 번째는 불복 시계입니다. 압수에 관한 처분에 위법이 있으면 법원에 그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복은 자료가 이미 분석되고 수사가 진행된 뒤에는 실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빠를수록 의미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진술 시계입니다. 영장 집행 직후에 조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가져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술하면, 나중에 자료가 나오면서 그 진술 때문에 더 어려워집니다.
이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장 원본을 요구해서 직접 읽으십시오. 죄명, 혐의 요지, 수색 장소, 압수 대상, 유효기간, 야간 기재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촬영하십시오. 그리고 변호인에게 바로 연락하십시오. 수사관이 도착을 기다려 줄 의무는 없지만, 연락한 사실과 시각이 남는 것만으로도 이후에 의미가 있습니다. 집행이 진행되는 동안 시각과 경과를 메모하십시오. 나중에 절차를 다툴 때 이 메모가 유일한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압수목록은 반드시 대조하십시오. 실제로 가져간 물건과 맞는지 확인하고, 내 것이 아니거나 사건과 무관한 물건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취지를 목록에 적어 달라고 요구하십시오. 이 한 줄이 나중에 범위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임의제출 요구는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영장에 없는 물건을 두고 이것도 같이 주시죠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냥 응하면 스스로 압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되고,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정리되면 다투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응할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니 그 자리에서 혼자 결정하지 마십시오. 서명을 요구하는 서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을 읽지 않고 서명하는 순간 그 내용이 사실로 굳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료를 지우거나 숨기는 것, 기기를 초기화하는 것, 관계자에게 연락해 말을 맞추는 것, 물건을 밖으로 빼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증거인멸로 별개의 사건이 되고, 구속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원래 사건에서 다툴 수 있었던 부분까지 함께 잃습니다. 압수수색을 겪은 그날 저녁에 벌어지는 일들이 사건 전체를 바꾸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그 증거는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나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정도, 구체적인 경위와 회피 가능성, 권리 침해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실제로 참여가 이뤄졌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기록해 두는 일이 결정적입니다. 나중에 기억으로 주장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고 계시다면 압수물 반환도 함께 챙기십시오. 영업에 필요한 장부나 자료는 사본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필요하면 환부나 가환부를 청구합니다. 회사라면 직원들이 어떻게 응대할지, 거래처에 어떻게 알릴지도 그날 안에 정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수사와 별개로 사업이 먼저 흔들립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날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나중에 확인할 수 없고, 그날 요구하지 못한 것은 나중에 요구할 수 없습니다. 선임이 급한 이유는 변호사가 마법을 부려서가 아니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시간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집행이 끝난 뒤라면 지금이라도 기억나는 순서대로 적어 두십시오. 몇 시에 왔고, 몇 명이었고, 어디를 봤고, 무엇을 가져갔고, 어떤 서류에 서명했는지입니다. 하루만 지나도 순서가 흐려집니다. 그리고 받으신 서류는 한 장도 버리지 마십시오.
압수수색을 겪고 오시는 분들은 대개 두 가지를 물으십니다. 구속되느냐, 그리고 이제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그런데 그 답은 그날 무엇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상당 부분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상담을 영장 기재와 압수목록부터 시작합니다. 그 두 장이 이 사건의 지도이기 때문입니다.
FAQ
Q. 변호인이 있으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요?
A.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피압수자 보호를 위해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으로 보고, 피의자가 참여했더라도 변호인에게 별도로 통지해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임되어 있지 않으면 통지받을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Q. 집행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적법한 영장에 따른 집행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장 없이 하려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고, 영장이 있더라도 그 기재 범위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취지를 밝히고 목록에 남기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가도 되나요?
A. 원칙은 현장에서 필요한 범위만 골라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것입니다. 복제본이나 원본을 반출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수사기관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Q. 사건과 무관한 자료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A. 원칙적으로 별도의 영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료를 골라내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임의제출을 요구받으면 응해야 하나요?
A.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정리되면 영장 없이도 적법한 압수가 되고 나중에 다투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서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확인 후 결정하십시오.
Q.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증거가 무조건 배제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위반의 정도와 경위, 회피 가능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실제 참여 여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남긴 기록이 중요합니다.
Q. 가져간 물건은 언제 돌려받나요?
A. 사건 진행에 따라 다릅니다. 영업이나 생활에 필요한 자료라면 사본을 요청하거나 환부와 가환부를 청구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