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혐의로 조사받게 되었다면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유형과 체크리스트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혐의로 조사받게 되었다면
들어오는 경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구직 사이트에서 채권 회수나 법원 경매 관련 외근이라는 광고를 보고 지원했고, 면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통화 몇 번을 거쳐 일을 시작했고, 시키는 대로 사람을 만나 현금을 받아 지정한 장소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만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유형에는 정반대의 결론이 함께 존재합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된 사례가 있고, 초범인데도 징역 2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 갈림은 사람이 착했는지 나빴는지가 아니라, 남아 있는 정황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정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적용되는 죄명
가장 기본은 사기입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이 조항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히는 것들입니다.
조직 전체의 피해액이 본인에게 귀속된다고 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넘어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조직이 몇 달 굴러간 사건이라면 이 구간에 닿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 범죄단체 가입이나 활동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 죄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되 감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인정되면 개별 행위가 아니라 가담 기간 전체가 하나로 묶여 판단됩니다.
통장이나 카드를 넘긴 적이 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별도로 걸립니다.
유형 1. 구직 광고를 보고 시작한 경우
가장 흔하고, 다툴 여지도 가장 큽니다. 어떤 광고였는지,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유형 2.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경우
소개한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함께 문제됩니다. 그 사람과의 대화가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형 3. 중간에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계속한 경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지점부터는 다투기가 어려워집니다. 다만 언제부터 그렇게 느꼈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집니다.
유형 4. 통장이나 카드까지 넘긴 경우
죄명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유형 5. 여러 차례 반복한 경우
한 번과 열 번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반복성 자체가 인식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형 6. 다른 사람을 끌어들인 경우
말단이 아니라 그 위로 올라갑니다. 조직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혐의별 정리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어떤 죄명으로 조사받는지 들었다
☐ 처음 본 구인 광고의 화면이나 링크가 남아 있다
☐ 채용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 있다
☐ 지시를 받은 메신저 기록을 지우지 않았다
☐ 일당이 얼마였고 어떻게 받았는지 안다
☐ 몇 번 일했는지 정확히 안다
☐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시점을 기억한다
☐ 그때 무엇을 물어봤고 어떤 답을 들었는지 안다
☐ 가명이나 대포폰을 쓴 적이 없다
☐ 통장이나 카드를 넘긴 적이 없다
☐ 다른 사람을 소개하거나 데려온 적이 없다
☐ 조사 통지를 받은 뒤 윗선과 연락한 적이 없다
상황별 조력 사례
이 사건의 전부는 알았느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몰랐다는 것을 본인이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무죄가 확정된 사례에서 법원이 든 사정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해 취업했다는 점, 조직이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지시했고 의심을 제기하면 정상적인 채권회수업무라고 답변했다는 점입니다. 일반인이 그런 채용 공고만 보고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 정황이 쌓이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법원이 무겁게 보는 것들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 일당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 남의 명의 계좌에서 돈을 뽑아 옮긴 점, 신분을 드러내지 말라거나 하는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점, 새벽 같은 비정상적인 시간대에 움직인 점, 가명을 쓰거나 대포폰을 받은 점, 영수증 하나 없이 현금만 다룬 점, 그리고 대화를 지우라는 지시를 받은 점입니다.
이 중 두어 가지만 겹쳐도 몰랐다는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사건의 준비는 결국 하나입니다. 처음 광고를 본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일한 날까지를 시간 순서로 세우는 것입니다. 광고 화면, 채용 과정의 대화, 지시받은 메시지, 일당이 들어온 내역, 이동 경로, 만난 사람과 장소를 날짜별로 놓습니다. 이 표를 만들어 보면 어느 정황이 나에게 유리하고 어느 정황이 불리한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여기서 가장 아까운 것이 지워진 대화입니다. 조사를 받게 되면 겁이 나서 메신저부터 지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조직이 정상적인 업무라고 안심시킨 문장이 들어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것이 무죄를 받은 사례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 자료입니다. 지우는 순간 유리한 자료를 스스로 없애는 것이고, 지운 사실 자체가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 부분도 있습니다. 중간에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하셨다면 그 시점부터는 다투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방향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언제부터 인식했는지를 정확히 특정해서 그 앞뒤를 나누고, 인정할 부분을 인정한 뒤 피해 회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부인하다가 자료가 나와서 인정하는 경우를 재판부가 가장 무겁게 봅니다.
피해액 문제도 반드시 챙기셔야 합니다. 내가 직접 옮긴 금액과 조직 전체가 편취한 금액은 다릅니다. 그런데 조직 전체 피해액이 본인에게 귀속된다고 보면 특경법 구간으로 넘어가고 형량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느 범위에서 가담했는지를 특정하는 작업이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이 작업을 하지 않고 뭉뚱그려 인정하면 하지 않은 부분까지 떠안게 됩니다.
양형 이야기도 드리겠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실형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액이 수천만원을 넘고 회복이 없으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감경 요소로 실제 작동하는 것은 피해 회복입니다. 합의금은 정해진 기준이 없고 편취된 피해금 전액이 기본이 되며, 피해자가 여럿이면 개별로 합의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응하지 않으면 형사공탁을 활용합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십시오.
민사도 별개로 남습니다. 형사에서 유리한 결론이 나와도 공동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받은 일당은 범죄수익으로 보아 추징 대상이 됩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하겠습니다. 윗선에 연락하는 것, 대화를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것, 조사를 받으면서도 일을 계속하는 것, 그리고 연락을 피하며 잠적하는 것입니다. 수사 중에 다시 같은 일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것으로 사건이 끝납니다. 그리고 잠적은 구속으로 직행하는 길입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료를 그대로 두고, 채용 경위부터 마지막 날까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인식 시점을 기준으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고, 가담 범위를 특정하고, 그 위에서 피해 회복을 준비합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를 그대로 두고 오십시오. 불리해 보이는 대화가 있어도 지우지 마십시오. 이 사건에서 무죄를 만든 자료는 대부분 지우고 싶었던 그 대화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사에서 진술하기 전에 먼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 사건은 억울함과 책임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몰랐던 분도 계시고, 어렴풋이 알면서도 형편 때문에 계속한 분도 계십니다. 저희가 첫 상담에서 하는 일은 그 경계를 정확히 찾는 것입니다. 그 경계가 어디냐에 따라 다툴 사건인지 회복할 사건인지가 정해지고, 그 판단이 결과의 대부분을 결정합니다.
FAQ
Q. 정말 몰랐는데도 처벌되나요?
A. 몰랐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실제로 구직 사이트 광고를 보고 취업한 경위 등이 인정되어 무죄가 확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Q. 그런데도 유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액 일당, 남의 명의 계좌에서의 인출, 신분 노출 금지 지시, 발설 금지 요구, 새벽 활동, 가명 사용 같은 정황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이 두어 가지만 쌓여도 인식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대화 기록을 지웠는데 괜찮을까요?
A. 좋지 않습니다. 지운 사실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되고, 무엇보다 그 안에 정상적인 업무라고 안심시킨 문장 같은 유리한 자료가 함께 사라집니다. 아직 지우지 않으셨다면 절대 지우지 마십시오.
Q. 제가 옮긴 돈만 책임지면 되나요?
A.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직 전체 피해액이 귀속된다고 보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형량 구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담 시점과 범위를 특정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Q. 초범인데 집행유예가 나올까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피해액이 크고 회복이 없으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회복이 사실상 가장 확실한 감경 요소입니다.
Q. 받은 일당은 어떻게 되나요?
A. 범죄수익으로 보아 추징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형사와 별개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윗선에 연락하는 것, 기록을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것, 조사를 받으면서도 일을 계속하는 것, 그리고 연락을 피하며 잠적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두 가지는 구속으로 직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