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 칼럼
단체협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었다면
어떤 단체협약 위반이 처벌되나요?
먼저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단체협약을 어겼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협약 위반을 폭넓게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1998년 헌법재판소가 무엇이 처벌되는지를 법률에 정하지 않고 사실상 협약에 넘겨 둔 방식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뒤로 법은 처벌 대상을 여섯 가지로 나눠 직접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첫 질문은 늘 같습니다. 어긴 조항이 그 여섯 가지 안에 들어가는가입니다. 들어가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고, 들어가지 않으면 형사 문제는 아니지만 민사로는 여전히 책임이 남습니다.
이 구분을 모르고 고소부터 하거나, 반대로 형사가 아니니 괜찮다고 넘기다가 이행청구와 손해배상을 함께 당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처벌되는 여섯 가지
유형 1. 임금과 복리후생비, 퇴직금에 관한 사항
협약으로 정한 임금 인상률이나 상여금, 각종 수당, 퇴직금 산정 방식을 지키지 않은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됩니다.
유형 2.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
협약이 정한 근무 형태나 연차 부여 방식, 특별휴가를 지키지 않은 경우입니다.
유형 3. 징계와 해고의 사유, 그리고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협약에 인사위원회 구성이나 소명 기회 부여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건너뛴 경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절차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다툼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징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차로서 근로자의 방어권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항으로 한정해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유형 4. 안전보건과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안전 조치나 재해 발생 시 지원에 관한 약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입니다.
유형 5. 시설과 편의 제공, 근무시간 중 회의 참석에 관한 사항
노조 사무실이나 게시판 제공,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보장을 약정해 두고 이행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유형 6.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
쟁의 기간 중의 조치나 필수 유지 업무에 관한 약정 위반입니다.
처벌되지 않지만 책임은 남는 경우
유형 7. 위 여섯 가지에 들어가지 않는 조항을 어긴 경우
인사 협의나 동의 조항, 경영 사항에 관한 약정, 그 밖의 일반 조항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사상 이행청구와 손해배상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별도로 처벌되는 경우
유형 8.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을 어긴 경우
협약에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을 명할 수 있습니다. 이 명령을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유형 9. 조정서나 중재재정서를 지키지 않은 경우
단체협약과 별개로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유형 10. 협약의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하거나 날인해야 합니다. 이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협약으로서의 효력 자체가 다퉈집니다.
사항별 정리
형사 말고 어떤 방법이 있나요?
형사 말고 어떤 방법이 있나요
형사는 좁고 민사는 넓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시면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열거되지 않은 조항을 어긴 경우 형사로는 다툴 수 없지만, 협약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므로 이행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체협약에는 규범적 효력이 있어서, 협약이 정한 근로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가 됩니다. 그래서 임금이나 수당에 관한 단체협약 위반이라면 조합이 나서지 않더라도 개별 근로자가 직접 미지급분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실무에서 잘 쓰이지 않는데 유용한 절차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약의 해석이나 이행 방법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 노동위원회에 견해 제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명확한 견해를 제시해야 하고, 제시된 견해는 중재재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문구 해석 자체가 다툼인 사안이라면 고소나 소송보다 이 절차가 훨씬 빠릅니다.
부당노동행위와의 관계도 정리해 두겠습니다. 협약을 어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협약을 무시하는 태도가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것으로 이어지면 별도의 문제가 됩니다. 참고로 2026년 8월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쪽에서 대응하실 때는 네 가지를 확인합니다. 어긴 조항이 열거된 여섯 가지 안에 있는지, 협약 문구가 의무를 명확히 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노력 조항에 가까운지, 실제로 위반이라고 볼 사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후에 이행했거나 협의한 경위가 있는지입니다. 조사 전에 협약 전문과 부속 합의서, 그동안의 운영 관행을 함께 정리하셔야 합니다. 협약 한 조항만 떼어 보면 위반처럼 보이지만 부속 합의나 오랜 관행으로 달리 운영해 온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노조 쪽에서 오신 경우라면 고소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형사는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행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과 미지급분 청구,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해석 요청을 함께 검토하는 편이 목적에 맞습니다. 그리고 위반 사실을 그때그때 문서로 남기셔야 합니다. 구두로 항의한 것은 나중에 확인되지 않습니다.
협약 자체도 점검하십시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고, 서면으로 작성해 쌍방이 서명하거나 날인해야 하며, 체결한 뒤 일정 기간 안에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위법한 내용이 들어 있으면 시정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오래된 협약을 그대로 쓰고 있다가 형식 요건이나 기간 문제로 다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약 문구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석해 관행을 바꾸는 것, 조합에 알리지 않고 먼저 시행하는 것, 그리고 문제가 생긴 뒤에 합의서를 소급해 만드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형사 사건을 하나 더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예방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분쟁의 상당수는 문구에서 시작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조항과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조항을 섞어 쓰면 나중에 양쪽이 다르게 읽습니다. 협약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하실 때 이 구분만 정리해 두어도 다툼이 크게 줄어듭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유형에서 문제된 조항이 열거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리해 형사 부분을 마무리한 사례, 부속 합의와 운영 관행을 근거로 위반 자체를 다툰 사례, 그리고 협약 해석에 관한 노동위원회의 견해 제시를 받아 다툼을 조기에 정리한 사례를 맡아 왔습니다.
이 사건은 어느 조항이 문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방향이 거의 정해집니다. 고소장이나 진정을 받으셨다면 협약 전문을 들고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FAQ
Q. 단체협약을 어기면 모두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법이 여섯 가지 사항을 열거해 두었고 그 안에 해당하는 위반만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그 밖의 조항 위반은 형사 문제가 아니지만 민사 책임은 남습니다.
Q. 어떤 사항이 처벌 대상인가요?
A. 임금과 복리후생비, 퇴직금에 관한 사항, 근로와 휴게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 징계와 해고의 사유 및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안전보건과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시설과 편의 제공 및 근무시간 중 회의 참석에 관한 사항, 그리고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입니다.
Q. 중요한 절차라는 표현이 모호하지 않나요?
A. 헌법재판소는 징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차로서 근로자의 방어권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항으로 한정해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Q. 형사가 안 되면 방법이 없나요?
A. 있습니다. 이행을 구하는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임금 관련 조항이라면 개별 근로자가 직접 미지급분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협약 문구 해석이 갈립니다.
A. 노동위원회에 해석이나 이행 방법에 관한 견해 제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일부터 30일 안에 견해가 제시되고 그 견해는 중재재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Q.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A. 협약에 위법한 내용이 있어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명한 것입니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므로 이행 여부와 불복 여부를 먼저 정하셔야 합니다.
Q. 오래된 협약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A.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고 서면 작성과 쌍방의 서명 또는 날인이 필요합니다. 갱신 시점에 형식과 문구를 함께 점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