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중대재해 자문, 사고 이후가 아니라 지금 법률검토가 필요한 이유
중대재해처벌법은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하나요?
핵심 사항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사고 이전에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였는지를 처벌하는 법입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것은 사고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무엇을 하였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2025년과 2026년에 선고된 하급심 판결들이 이 점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23일 수원지방법원은 23명이 사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이 지적한 위반 항목은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의무의 미이행, 유해·위험요인 점검의 미실시,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의 미비였습니다. 세 항목 모두 사고 당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의 문제입니다.
반대 방향의 판결도 나왔습니다. 2025년 12월 19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충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안에서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하였고, 2026년 2월 10일 의정부지방법원은 대표이사가 원칙적인 수범자라는 전제 아래 다른 사람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였습니다. 하급심의 판단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그 사이에서 개별 기업의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권한과 예산이 실제로 부여되었음을 보여 주는 문서입니다.
사고 이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중대재해 법률검토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하나요
1. 적용 범위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고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나, 그 판단은 상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하므로 파견과 도급 인력의 산입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2.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가 해당합니다. 직업성 질병 요건은 사고가 아닌 형태로도 법 적용이 개시된다는 점에서 특히 간과되기 쉽습니다.
3. 중대시민재해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의 이용자에게 발생한 재해도 별도로 규율됩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해당할 수 있습니다.
4.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법 제4조는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를 정하고,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사고가 발주자나 원사업자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근거가 이 조항입니다.
5. 시행령이 정한 이행 항목
시행령 제4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로 아홉 가지를 열거합니다.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의 설정, 전담 조직의 설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의 마련과 점검, 재해예방에 필요한 예산의 편성과 집행,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권한과 예산의 부여 및 평가기준의 마련,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등 전문인력의 배치,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의 마련,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의 마련, 도급과 용역, 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기준과 절차의 마련입니다.
이 가운데 유해·위험요인 개선 절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 평가, 종사자 의견 청취, 매뉴얼, 도급 관련 기준과 절차는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거나 평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누락되는 부분이 이 반기 점검의 기록입니다.
6. 벌칙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고,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위반한 경우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7. 민사와 행정 제재
법 제15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법인의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발생 사실이 공표될 수 있습니다.
8. 다른 법률과의 병존
동일한 사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이 함께 문제되고, 파견 관계가 있으면 파견법 위반이, 시설의 문제가 있으면 건축법 위반이 추가됩니다. 앞서 본 화성 사건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건축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무 항목과 확인 사항
사고 이전의 법률검토가 결과를 어떻게 바꾸나요?
첫째,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문서입니다.
화성 사건에서 법원이 지적한 세 항목은 비상구와 비상통로의 유지, 유해·위험요인 점검, 대비 매뉴얼입니다. 사고 이후에 이 항목들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사고 전에 갖추어 두었다면 그 자체가 방어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이행 여부는 진술이 아니라 문서로 판단되며, 문서는 소급하여 만들 수 없습니다.
둘째, 경영책임자의 특정이 결론을 바꿉니다.
법 제2조 제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고 있습니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있는가 하면, 대표이사가 원칙적 수범자라는 전제에서 다른 사람이 경영책임자가 되려면 그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졌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실무상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선임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그에게 인사와 예산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었는지, 그 권한이 이사회 결의나 위임 문서에 나타나는지, 실제로 그 권한을 행사한 기록이 있는지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중대재해 법률검토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항목이 이것입니다.
셋째, 반기 점검은 실시 여부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됩니다.
점검을 하였다는 확인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확인되는 것은 점검의 결과 어떤 위험이 발견되었고 그에 대하여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그 조치가 완료되었는지입니다. 발견 사항이 없는 점검표가 반복되는 자료는 오히려 형식적 이행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넷째, 도급 관계가 위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법 제5조에 따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협력업체 종사자에 대해서도 같은 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협력업체 선정 기준에 안전보건 역량이 반영되어 있는지, 계약서에 안전 관련 조항이 있는지, 작업 전 협의와 점검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가 검토 대상입니다. 계약서와 현장 운영이 어긋나 있는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확인됩니다.
다섯째, 사고 직후의 72시간이 이후 전체를 좌우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보고 의무의 이행, 현장 보존, 작업중지명령에 대한 대응,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가 짧은 기간에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 단계에서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진술하고 나면 이후 방향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사전에 대응 절차를 정해 두고 연락 체계를 갖추어 두는 것이 실질적 차이를 만듭니다.
여섯째, 형사와 행정, 민사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형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업무상과실치사상이 함께 검토되고, 행정에서는 작업중지와 공표가, 민사에서는 손해액의 5배까지 인정될 수 있는 배상책임이 문제됩니다. 각 절차에서의 진술과 인정이 서로 영향을 미치므로 대응 방향을 하나로 맞추어야 합니다.
일곱째,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고 이후에 점검표나 교육 기록을 소급하여 작성하는 것, 영상 기록을 삭제하는 것, 근로자의 진술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이 행위들은 본안에서의 방어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증거인멸로 별도의 사건이 됩니다. 실제로 양형에서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중 하나입니다.
법률검토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것
시행령이 정한 아홉 가지 항목을 문서 목록으로 놓고 현재 상태를 대조하는 작업이 출발점입니다. 이어서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권한 위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반기 점검의 실질이 있는지, 도급 관계에서의 기준과 절차가 계약과 현장에서 일치하는지를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사고 발생 시의 대응 절차를 문서로 정리합니다. 중대재해 법률검토는 서류를 갖추는 작업이 아니라 서류와 현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단계별 검토 사항
아래 표는 실제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시사점 및 대응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회사를 방어하는 자료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기 점검의 기록, 예산의 편성과 집행 내역, 권한 위임 문서, 협력업체 평가 자료는 모두 평시에 축적되는 것이며, 사고 시점에 존재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시행령이 정한 이행 항목을 대조하여 누락된 부분을 정비한 사례,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 담당 임원의 권한과 예산을 문서로 명확히 한 사례, 도급 관계의 계약 조항과 현장 운영의 불일치를 조정한 사례, 그리고 사고 발생 직후의 초기 대응을 통해 절차별 방향을 정리한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현재 사업장을 운영하고 계신다면, 시행령 제4조의 아홉 개 항목에 대응하는 문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확인만으로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보완이 필요한 지점이 드러납니다.
FAQ
Q. 50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되나요?
A.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고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 산정에서 파견과 도급 인력의 취급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선임하면 대표이사는 책임을 면하나요?
A. 하급심의 판단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에게 충분한 권한이 있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있는 반면, 대표이사를 원칙적 수범자로 본 판결도 있습니다. 선임 사실보다 인사와 예산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문서로 부여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Q.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고도 우리 책임인가요?
A. 법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 시설과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 여부로 판단됩니다.
Q. 사고가 나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나요?
A.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여야 처벌 조항이 적용되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은 사고와 무관하게 감독 대상입니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는 이미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Q. 점검표만 잘 갖추어 두면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점검의 실시 여부가 아니라 발견된 위험과 그에 대한 조치, 조치의 완료 여부입니다. 발견 사항이 없는 점검표가 반복되면 형식적 이행의 자료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A. 구조와 보고를 우선하고, 현장을 보존하며,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진술하기 전에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점검 기록이나 교육 자료를 소급하여 작성하거나 영상 기록을 삭제하는 행위는 별도의 사건으로 이어지므로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Q. 배상 책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법 제15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진행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