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중대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변호사의 검토사항
중대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 변호사의 검토는?
회사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라고 하면 대개 안전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일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로 잘 정리된 문서 한 세트가 회사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저희가 사고 이후의 사건을 맡아 보면, 그 문서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결과가 생각만큼 갈리지 않습니다. 문서가 있어도 지는 사건이 있고, 문서가 부실해 보였는데 다투어 볼 만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유는 형사 절차에서 검증되는 것이 문서의 완성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 확인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누가 이 법의 수범자인가, 그 사람에게 실제로 권한과 예산이 있었는가, 그리고 정한 대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안전 전문가가 이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본다면, 변호사는 이 문서가 나중에 무엇을 증명하는가를 봅니다. 두 관점은 상당 부분 겹치지만 같지는 않고, 겹치지 않는 부분에서 사건이 갈립니다.
변호사는 어떻게 보나요?
첫째, 이 법의 수범자가 누구로 정리되어 있는가
문서를 받으면 저는 안전 관련 절차서보다 조직도와 위임 문서를 먼저 봅니다.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지정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그에게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이 실제로 넘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지점에서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19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충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안에서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하였고, 2026년 2월 10일 의정부지방법원은 대표이사를 원칙적인 수범자로 보면서 다른 사람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려면 그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견해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실무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어느 쪽 논리를 따르든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문서라는 것입니다. 이사회 결의와 직무 위임 문서, 예산 전결 규정, 그리고 그 권한이 실제로 행사된 결재 이력이 있으면 첫 번째 견해를 주장할 수 있고, 없으면 두 번째 견해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둘째, 문서가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수준인가
여기가 안전 컨설팅과 법률 검토가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잘 만든 절차서는 대개 높은 수준을 정합니다. 매일 무엇을 점검하고, 매주 무엇을 회의하고, 각 단계마다 서명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수준을 현장이 감당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회사가 정한 절차를 회사가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으면, 그 문서는 방어 자료가 아니라 공격 자료가 됩니다. 아무 절차도 정하지 않은 것보다 불리한 상황이 여기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서를 검토할 때 항목을 추가하는 방향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봅니다. 현장 인원과 작업 형태를 확인하고, 실제로 매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눕니다. 낮은 수준이라도 지켜진 기록이 남는 편이 높은 수준의 미이행 기록보다 낫습니다.
셋째, 이행의 흔적이 남는가
시행령이 정한 항목 중 다섯 가지는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거나 평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종사자 의견 청취, 대비 매뉴얼, 도급과 용역, 위탁에 관한 기준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확인되는 것은 점검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점검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조치를 했으며 그 조치가 끝났는지입니다. 모든 항목에 이상 없음이 기재된 점검표가 반기마다 반복되는 자료는 이행의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근거로 읽힙니다.
그래서 저희가 요청하는 것은 서식의 개선이 아니라 흐름의 정비입니다. 발견된 항목이 담당자에게 배정되고, 기한이 정해지고, 완료가 확인되어 다음 점검에 반영되는 형태여야 합니다. 이 흐름이 있으면 발견 사항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넷째, 도급 관계의 경계가 어디까지 그어져 있는가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도급이나 용역, 위탁 관계에서 시설과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하며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행령은 수급인의 재해 예방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 안전보건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 건설업과 조선업의 공사기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합니다.
여기에서 회사가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은 대상의 범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규정이 계약기간이나 금액에 관하여 별도의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해석합니다. 며칠짜리 보수 작업이나 소액 발주도 평가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고는 그런 짧은 작업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계약서와 현장의 불일치도 확인 대상입니다. 계약서에는 협력업체가 안전을 책임진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원청 직원이 작업 지시를 하고 있었다면, 그 계약 조항은 오히려 실질적 지배를 인정하는 자료와 함께 놓이게 됩니다.
다섯째, 사고가 났을 때 그 자료를 꺼낼 수 있는가
마지막입니다. 자료가 존재해도 부서별로 흩어져 있거나 담당자의 개인 저장 공간에만 있으면,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정비가 끝나면 감독기관이 요구할 자료를 미리 요구해 보고 실제로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검토 지점 정리
실제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이렇게 작용합니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두 개의 판결을 나란히 놓았을 때입니다.
2024년 12월 19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네 가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중대산업재해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었다는 점, 안전관리자가 매일 순회 점검을 하고 있었다는 점, 법 시행 이전부터 위험성평가 규정을 제정하여 운영해 왔고 사고가 난 공정에 대한 평가도 완료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작업표준이 문제된 방식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고 회사가 그 사용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2025년 9월 23일 수원지방법원은 23명이 사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의무의 미이행, 유해·위험요인 점검의 미실시, 대비 매뉴얼의 미비를 지적하였습니다.
두 목록을 겹쳐 놓으면 같은 항목들이 나옵니다. 매뉴얼, 점검, 위험성평가, 작업표준입니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사고 이전의 항목만 나열되어 있습니다. 사고 당일에 회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결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법률 문제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나중에 제출하게 될 자료의 목록은 이미 판결이 알려 주고 있고, 그 목록은 사고가 나기 전에만 채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가 이 작업을 하면서 회사에 가장 자주 드리는 말은 항목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줄이자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키지 못할 문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회사에서는 매일 세 종류의 점검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그중 하나만 실제로 쓰이고 나머지는 월말에 몰아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두 가지가 동시에 드러납니다. 회사가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과, 기록이 사후에 작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그 회사에서 점검표를 하나로 통합하고 항목을 절반으로 줄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안전 수준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고 있는 것과 문서가 일치하게 된 것입니다.
도급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협력업체 평가 서식이 열 장 가까이 되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업체만 평가하고 며칠짜리 작업을 맡기는 업체는 아예 평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계약기간이나 금액에 따른 예외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상태가 그대로 결손이 됩니다. 서식을 한 장으로 줄이고 대상을 전부로 넓히는 편이 법적으로도 안전하고 현장에서도 지켜집니다.
경영책임자 관련 문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항목입니다. 이사회 결의와 위임 문서, 전결 규정을 정비하는 데는 며칠이면 충분한데, 이것이 없으면 하급심이 어느 견해를 취하든 대표이사가 수범자가 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난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업의 목적이 형사 방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항목들은 결국 위험을 실제로 찾아내고 고치는 흐름을 만드는 일이고, 그 흐름이 돌아가면 사고 자체가 줄어듭니다. 방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관리한 흔적이 방어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문서만 늘고 현장은 그대로인 결과가 나옵니다.
자문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작업에서 경영책임자의 권한과 예산 관계를 문서로 확정한 사례, 점검 서식을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한 사례, 협력업체 평가 대상을 단기와 소액 계약까지 넓히면서 서식을 간소화한 사례, 계약 조항과 현장 운영의 불일치를 정리한 사례, 그리고 흩어져 있던 자료를 제출 가능한 상태로 모은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문서를 두껍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것을 정하고 지킨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현재 보유하신 문서를 목록으로 주시면 어느 항목이 그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FAQ
Q. 안전 컨설팅을 이미 받았는데 법률 검토가 또 필요한가요?
A.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안전 전문가는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보고, 변호사는 그 문서가 나중에 무엇을 증명하는지를 봅니다. 특히 수범자 특정과 도급 경계, 자료의 제출 가능성은 법률 검토에서 다루어지는 영역입니다.
Q. 문서를 잘 갖추면 유리한 것 아닌가요?
A.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수준을 정한 문서는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근거로 사용됩니다. 실제로 하고 있는 것과 문서가 일치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Q. 안전보건 담당 임원을 선임했는데 대표이사도 책임을 지나요?
A.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고 있습니다. 어느 견해를 따르든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이 실제로 부여되었음을 보여 주는 문서가 있어야 유리합니다.
Q. 반기 점검은 어떻게 해야 인정되나요?
A. 점검을 했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조치를 했으며 그 조치가 완료되었는지가 확인됩니다. 발견 사항이 없는 점검표가 반복되면 오히려 불리합니다.
Q. 며칠짜리 작업을 맡기는 업체도 평가해야 하나요?
A. 고용노동부는 계약기간이나 금액에 관한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해석합니다. 평가 서식을 간소화하여 대상을 넓히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Q. 자료가 있기는 한데 부서마다 흩어져 있습니다.
A. 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제출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목록을 만들고 담당자를 지정해 두셔야 합니다.
Q.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나요?
A. 경영책임자 관련 문서가 첫 순서입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효과가 크며, 사고 이후에는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