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칼럼
술자리 원나잇 준강간으로 고소 당한 경우 변호사 조력이 필수인 이유
술에 취했다는 것만으로 준강간이 되나요?
이 사건의 상담은 대개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합의된 관계였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고소장에는 대체로 그날의 상당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담겨 있습니다.
두 사람만 있던 자리이고, 두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리며, 한쪽은 기억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죄명과 형을 정확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를 처벌하며, 준강간은 강간죄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벌금형이 없습니다. 미수범도 형법 제300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죄의 요건은 술을 많이 마셨는가가 아니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는가입니다. 대법원은 이 둘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가 실제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면 이 사건은 다투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때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 것인지를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자료에 근거해 정하는 것이 첫 단계이고, 이 판단을 잘못하면 결과가 크게 나빠집니다.
술에 취했다는 것만으로 준강간이 되나요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의미
심신상실은 의식이나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항거불능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상태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블랙아웃과 의식 상실을 구분합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을 특정 기간의 기억이 뇌에서 형성되지 않는 현상으로 보고, 의식이 없는 상태와는 다르다고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영상을 비롯한 객관적 자료와 당시의 의식 상태, 행동 능력, 반항 가능성, 상황의 전개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준강간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이 판결이 방어의 중심축이 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십니다. 상대가 정신이 있었다는 점만 밝히면 무죄가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행위한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상대의 실제 상태와 함께 당시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나란히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 진술은 어떻게 평가되나요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지된다는 점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진술을 검증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검증의 방식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합의해도 사건은 진행됩니다.
준강간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고소가 취소되어도 수사와 기소는 그대로 진행되며, 합의는 양형에서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형벌 외의 처분도 따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공개와 고지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문제됩니다. 사안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검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는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하나요?
가장 먼저 방향을 정합니다.
다툴 사건인지 아닌지를 정하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섭니다. 이 판단을 희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다투기로 한 뒤 뒤늦게 자료가 반대로 나오면 그때는 반성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되어 형이 무거워집니다. 반대로 다툴 근거가 뚜렷한데도 겁이 나서 인정하시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먼저 보고 방향을 정합니다.
그날의 시간표를 시각 단위로 복원합니다.
이 사건은 시간표 싸움입니다. 주점의 결제 내역과 카드 승인 시각, 이동 경로와 택시 호출 기록, 숙박업소 입실 시각,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기록, 휴대전화에 남은 걸음 수와 위치 기록이 모두 자료가 됩니다. 사람의 기억보다 이 기록들이 정확하고, 무엇보다 다투기 어렵습니다.
영상 확보가 가장 급합니다.
주점 내부, 이동한 거리, 건물 입구와 승강기, 숙박업소 로비의 영상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대체로 2주에서 한 달이면 사라집니다. 고소 사실을 아신 그날 해야 할 일이 이것입니다.
다만 직접 찾아가 영상을 달라고 하시는 방식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보존과 확보를 요청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셔야 합니다. 임의로 움직이시면 그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영상에서 무엇을 보는가
스스로 걸었는지, 부축이 필요했는지,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선택적인 행동을 했는지를 봅니다. 직접 결제를 했는지,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방 번호를 확인했는지 같은 장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법원 판결이 요구하는 객관적 자료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인식에 관한 부분도 함께 정리합니다.
불능미수 법리가 있기 때문에 상대의 상태만 다투어서는 부족합니다.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어떤 근거로 상대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는지를 사실에 근거해 정리해야 합니다.
첫 조사가 사건 전체를 좌우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채우지 않는 것입니다. 술을 드셨으니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조사관 앞에서 불리해 보일까 걱정되어 확정적으로 진술하시면, 나중에 영상과 어긋나는 순간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까지 함께 무너집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시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고 하시면 됩니다.
상대 진술은 절차에 맞게 검토합니다.
진술의 시간적 일관성,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를 봅니다. 이는 상대를 공격하는 작업이 아니라 증거를 검증하는 작업이며, 그 방식과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면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변호인을 통해 절차 안에서 진행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합의는 방향을 정한 뒤에 논의합니다.
비친고죄이므로 합의가 사건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양형과 부수처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다만 다투기로 한 사건에서 성급하게 합의를 시도하시면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순서를 지키셔야 합니다.
무고는 나중의 문제입니다.
허위 고소였다면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협상 수단으로 쓰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상대에게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알리는 순간 협박이나 2차 가해로 평가될 수 있고, 본안 사건에서 태도 문제로 되돌아옵니다. 무고 고소는 본안의 결과가 나온 뒤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절대로 하지 마셔야 할 것
첫째, 상대에게 연락하는 일입니다. 직접이든 지인을 통해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접근금지 조치의 사유가 되고, 증거인멸이나 2차 가해의 우려로 신병에 관한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메시지나 사진, 통화 기록을 지우는 일입니다. 상당 부분 복구되고,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오히려 그날의 대화가 유리한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함께 있던 지인에게 이렇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입니다. 이는 별개의 범죄가 될 수 있고, 드러나는 순간 본안보다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넷째, 사건 내용이나 상대의 신상을 주변에 알리는 일입니다.
다섯째, 변호인 없이 첫 조사를 받는 일입니다.
확인 항목과 보존 기한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유형에서 영상과 결제 기록으로 그날의 시간표를 복원해 혐의를 다툰 사례,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술만으로는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의 취지를 적용한 사례, 삭제될 위기에 있던 영상의 보존을 서둘러 확보한 사례, 그리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다투지 않기로 하고 양형과 부수처분에 집중하여 결과를 줄인 사례를 맡아 왔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 방향인지는 사건마다 다르며, 그 판단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준강간 혐의로 연락을 받으셨다면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움직이셔야 합니다. 상대에게는 연락하지 마시고, 휴대전화는 그대로 두시고,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 적어 두신 뒤 조사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FAQ
Q. 상대가 술에 취해 있었으면 무조건 준강간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요건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입니다. 대법원은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알코올 블랙아웃과 의식이 없는 상태를 구분하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Q. 상대가 정신이 또렷했다는 것만 밝히면 무죄인가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로 그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그러한 상태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행위했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대의 상태와 당시의 인식이 함께 쟁점이 됩니다.
Q.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영상 확보입니다. 주점과 거리, 승강기와 로비의 영상은 대체로 2주에서 한 달이면 사라집니다. 다만 직접 찾아가지 마시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셔야 합니다.
Q.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준강간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고소가 취소되어도 수사와 기소는 진행됩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과 부수처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Q.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나요?
A. 준강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벌금형이 없습니다. 유죄가 되면 징역형만 남으므로 사건 초기의 방향 설정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Q. 상대에게 오해를 풀자고 연락해도 되나요?
A. 하지 마십시오. 접근금지의 사유가 되고 증거인멸이나 2차 가해의 우려로 평가되어 신병에 관한 판단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연락은 변호인을 통해 절차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Q. 허위 고소라면 무고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를 압박 수단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본안 사건의 결과가 나온 뒤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