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한국기업과 소송 분쟁이 발생한 외국기업이라면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마주치는 분쟁은 어떤 유형인가요?
핵심 사항
한국 기업과 분쟁이 생긴 외국 기업이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청구의 내용이 아니라 세 가지 전제입니다. 어디에서 다툴 것인가, 어느 나라의 법으로 판단되는가, 그리고 이긴 결과를 어디에서 집행할 것인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안 주장을 먼저 내놓으면 그 자체로 불리한 위치가 굳어집니다.
기준은 최근 몇 해 사이 크게 정비되었습니다. 2022년 7월 5일 시행된 개정 국제사법은 그전까지 판례에 맡겨져 있던 국제재판관할을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했습니다. 일반관할과 영업소 소재지 관할, 재산소재지 관할, 계약과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 합의관할과 변론관할, 그리고 대한민국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까지 조문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중재 쪽은 더 최근입니다.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규칙이 전면 개정되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분쟁금액 5억원 이하 사건은 간이절차로 3개월 이내, 5억원 초과 40억원 이하 사건은 신속절차로 6개월 이내에 판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제3자 자금조달 약정의 공개 의무가 새로 들어갔습니다.
시장 자체도 커졌습니다. 대한상사중재원 접수 사건의 분쟁금액은 2024년 7,417억원에서 2025년 1조 6,355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1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의 고액 사건은 2024년 16건에서 2025년 2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첫째, 국제물품매매와 대금 분쟁입니다.
가장 건수가 많은 유형입니다. 물품을 공급했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받은 물품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외국 기업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은 영업소가 서로 다른 국가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체약국입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준거법을 한국법이라고만 적어 두었다면 그것만으로는 이 협약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배제하려면 배제한다는 뜻을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둘째, 판매점과 대리점 계약의 종료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외국 본사가 국내 판매점 계약을 끝내려 할 때 발생합니다. 계약 기간 만료인지 해지인지, 통지 기간을 지켰는지, 재고와 미수금을 어떻게 정산하는지, 그동안 쌓인 고객 정보와 영업권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셋째, 합작투자와 주주 사이의 분쟁입니다.
합작 상대방과의 의사결정 교착, 주주간계약 위반, 지분 매수 청구 조항의 발동 요건이 문제됩니다. 계약서 문언이 결론을 정하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넷째,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입니다.
특허와 상표 침해, 영업비밀 유출, 기술자료 반환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유형은 민사와 형사가 함께 가는 경우가 많고, 국내 등록 여부가 출발점이 됩니다.
다섯째, 제조물책임과 품질 분쟁입니다.
부품을 공급한 외국 기업이 완성품 사고의 책임을 함께 지게 되는지가 문제됩니다. 손해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면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여섯째, 규제와 행정 관련 분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세무조사, 인허가 관련 처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민사 절차와 전혀 다른 일정과 기한으로 움직입니다.
일곱째, 채권 회수와 보전입니다.
상대방의 자산이 한국에 있다면 가압류나 가처분이 실질적인 승부처가 됩니다. 본안에서 이겨도 회수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여덟째, 외국 판결이나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입니다.
본국이나 제3국에서 이미 이겼는데 상대방의 재산이 한국에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새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승인과 집행의 요건을 갖추는 일이 과제가 됩니다.
한국기업과 분쟁 중인 외국 기업 소송 절차
관할을 가장 먼저 다툽니다.
개정 국제사법은 피고의 일상거소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으면 일반관할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에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경우 그 업무와 관련된 소에 관하여 특별관할을 인정합니다. 계약에 관한 소는 이행지 등을 연결점으로, 불법행위에 관한 소는 행위지나 결과 발생지를 연결점으로 관할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에도 관할이 인정될 수 있는데, 다만 분쟁이 대한민국과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근소한 경우, 그리고 그 재산의 가액이 현저히 적은 경우는 제외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위험한 조항이 변론관할입니다. 국제재판관할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지 않은 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면 그것으로 관할이 생깁니다. 한국에서 소장을 받은 외국 기업이 본사 법무팀의 판단으로 우선 반박 서면부터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순간 관할을 다툴 기회가 사라집니다. 대한민국 법원이 심리하기에 부적절하고 다른 나라 법원이 더 적절하다는 사정을 들어 관할권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고 신청하는 길도 있지만, 이 신청에는 시기 제한이 있고 관할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준거법을 확정합니다.
당사자가 계약에서 준거법을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에 따릅니다. 정하지 않았다면 국제사법의 연결 규칙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볼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네덜란드 법인과 국내 법인 사이의 물품대금 사건에서,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이 소멸시효를 규율하지 않으므로 시효에 관한 준거법은 국제사법에 따라 따로 정해야 하고,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다투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당연히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고 전제한 원심의 판단은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시효 하나로 청구 전부가 갈리는 사건이 적지 않기 때문에, 외국기업 소송에서는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쟁점에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를 항목별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송달과 기한을 확인합니다.
한국은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의 체약국입니다. 국외로 소장이 나가고 들어오는 경로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외국 기업이 본국에서 서류를 받은 시점에 이미 한국의 절차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류를 받았다면 회신 기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비용 담보제공을 활용하거나 대비합니다.
민사소송법은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와 사무소,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경우 피고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담보제공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적이 아니라 주소를 기준으로 하는 규정입니다.
외국 기업이 피고라면 상대방이 국내에 거점이 없는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외국 기업이 원고로 제소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담보제공 신청을 예상하고 자금 계획을 세워 두어야 합니다.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보전처분의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국은 미국식의 광범위한 증거개시 절차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가진 자료를 폭넓게 받아 보는 것을 전제로 전략을 세우면 실패합니다. 대신 문서제출명령과 사실조회, 그리고 형사 절차와 행정조사 기록의 활용이 실질적인 자료 확보 수단이 됩니다. 그리고 자산이 옮겨지기 전에 가압류나 가처분을 해 두는 것이 결과를 가장 크게 바꿉니다.
중재라면 규칙 개정을 반영합니다.
계약에 중재조항이 있다면 절차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의 체약국이므로 판정의 국외 집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재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2026년 1월 1일 시행된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규칙은 국제중재심판원을 신설해 중재인 선정과 병합, 관할 판단을 맡겼고, 단독중재인과 3인 중재의 지명 기한을 각 15일로 정했으며, 긴급중재인 관련 기한을 단축했습니다. 청구나 항변이 유지될 수 없거나 법적 실익이 명백히 없는 경우 조기에 종결하는 절차도 들어갔고, 판정서 초안은 변론 종결일부터 6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정해졌습니다. 서로 다른 계약에 기한 청구를 하나의 절차에서 다루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외국 판결을 집행하려면 요건을 맞춥니다.
이미 외국에서 받은 확정재판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민사소송법이 정한 승인 요건을 갖추고 집행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될 것,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으로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 응소했을 것, 그 내용과 소송절차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것, 상호보증이 있거나 승인 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않을 것이 요건입니다.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이 대한민국의 법률이나 대한민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2014년에 들어왔습니다.
송달 요건에 관하여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23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입장을 바꾸어, 동거인 등 수령대행인에게 교부하는 보충송달도 적법한 송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함께 거주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을 통해 서류가 전달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어 공시송달과는 다르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관할을 다투지 않은 채 본안 서면부터 내는 일입니다. 변론관할이 생깁니다.
둘째,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적었으니 유엔협약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는 일입니다.
셋째, 본국 절차와 같은 방식의 증거개시를 기대하고 자료 확보 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넷째, 본안 승소만 준비하고 자산 보전을 미루는 일입니다.
다섯째, 계약서의 분쟁해결 조항을 마지막 형식 조항으로 취급하는 일입니다. 이 한 줄이 결과를 정합니다.
여섯째, 번역을 절차 후반으로 미루는 일입니다. 외국어로 된 서증에는 번역문이 필요하고, 번역의 정확성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갈리는 지점
아래 표는 실제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시사점 및 대응
외국기업 소송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대체로 본안의 논리가 아니라 초반의 절차 판단입니다. 어느 법원이나 중재기관에서 다툴 것인지,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되는지, 그리고 이긴 뒤에 무엇을 집행할 수 있는지가 먼저 정해지고, 본안은 그 위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소장을 받은 뒤 몇 주 안에 내려야 합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국내 법원에 제소된 해외 본사를 대리해 관할과 준거법을 먼저 다툰 사례, 국제물품매매 사건에서 협약의 적용 범위와 시효 준거법을 정리해 청구를 방어한 사례, 판매점 계약 종료 과정에서 통지와 정산 조건을 조정해 분쟁을 마무리한 사례, 자산 이전 정황을 확인하고 가압류로 회수 가능성을 확보한 사례, 중재조항에 따라 절차를 중재로 이동시킨 사례, 그리고 외국 확정재판과 중재판정에 관하여 국내 집행 절차를 진행한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분쟁해결 조항과 준거법 조항을 정리해 이후의 위험을 줄이는 자문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내용증명이나 소장을 받으셨거나, 반대로 국내에서 권리를 행사해야 할 상황이라면 계약서와 지금까지 오간 서면을 함께 보시면서 남은 기한과 다툴 수 있는 지점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FAQ
Q. 한국에 법인이나 사무소가 없는데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당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개정 국제사법은 계약의 이행지나 불법행위의 행위지 또는 결과 발생지, 그리고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의 소재지 등을 연결점으로 특별관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산소재지 관할은 분쟁이 대한민국과 관련이 없거나 재산의 가액이 현저히 적은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소장을 받았는데 일단 반박 서면부터 내면 되나요?
A.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국제재판관할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지 않고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면 변론관할이 생겨 이후에는 관할을 다툴 수 없습니다. 첫 서면의 성격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입니다.
Q. 계약서에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적었으면 유엔협약은 적용되지 않나요?
A. 적용됩니다. 특정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것만으로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배제하려면 배제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적어야 합니다.
Q. 소멸시효도 그 협약에 따라 판단되나요?
A. 아닙니다. 협약은 소멸시효를 규율하지 않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별도로 준거법을 정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이를 다투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Q.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제소하려는데 담보를 걸어야 하나요?
A.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와 사무소, 영업소를 두지 않은 경우 피고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소송비용 담보제공을 명할 수 있습니다. 국적이 아니라 주소가 기준이며,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Q. 소송과 중재 중 무엇이 유리한가요?
A.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판정을 여러 나라에서 집행해야 한다면 중재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의 체약국입니다. 2026년 1월 1일 시행된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규칙은 5억원 이하 사건을 3개월, 5억원 초과 40억원 이하 사건을 6개월 이내에 판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 본국에서 받은 판결을 한국에서 바로 집행할 수 있나요?
A. 바로는 어렵고 집행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국제재판관할, 적법한 송달 또는 응소,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위반이 없을 것, 상호보증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송달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이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보충송달도 적법한 송달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해 종전보다 집행 가능성이 넓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