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칼럼
함께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준강간 혐의를 받았나요?
술 마신 후 준강간 혐의를 받았다면?
술자리 이후 준강간 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 결론을 가르는 것은 음주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 상대방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상태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반대로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인식하고 행위했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존 기간이 짧은 영상과 대화 기록을 가장 먼저 확보하고, 첫 조사를 받기 전에 무엇을 다툴지 정해 두는 것이 이 사건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왜 이 유형의 사건이 특히 어려운가
목격자가 없습니다.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르고, 한쪽은 기억 자체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방 안에서 있었던 일은 어느 쪽의 진술로도 확정되지 않고, 결국 그 전후의 주변 자료가 사실상 전부가 됩니다.
법정형도 무겁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 강간죄의 예에 따르도록 하고 있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라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추행에 그친 준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사정이 형을 낮춰 주지도 않습니다. 준강간은 그 수단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상대방의 상태를 요건으로 삼는 것이고, 법정형은 강간죄와 같습니다.
술에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준강간이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요건은 음주가 아니라 그 시점의 상태입니다. 이 지점을 정확히 나누는 것이 준강간 혐의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의식을 잃은 상태와 기억이 남지 않은 상태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2021년 2월 4일 선고한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이 둘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이른바 패싱아웃은 의식을 잃은 상태이고, 블랙아웃은 의식과 판단 능력은 유지되었으나 그 시간의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즉 블랙아웃은 그 당시에는 말을 하고 걷고 판단을 했지만 나중에 그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폐쇄회로 영상과 목격자 진술, 그 무렵의 행동 양태, 시간과 장소, 두 사람의 위치 관계 같은 객관적 자료로 실제 상태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깊은 잠에 빠진 상태는 항거불능으로 평가됩니다.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이면 항거불능에 해당합니다. 깊은 수면 상태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법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 무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3월 28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피고인이 상대방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할 의사로 간음했으나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던 사안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했습니다.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되면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는 취지입니다. 세 분의 대법관이 무죄가 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다수의견이 유지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의식이 있었다는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상태 요건과 함께 그 상태에 대한 본인의 인식까지 함께 다투어야 합니다.
약물이나 촬영이 개입되면 사안이 달라집니다.
수면유도제나 그 밖의 약물이 사용된 정황이 있으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고, 촬영물이 있다면 그 자체로 별개의 죄가 성립합니다.
고소장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고소장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몇 시에 어디서 만났는지, 무엇을 얼마나 마셨는지, 자리를 몇 번 옮겼는지, 누가 결제했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그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두는 작업입니다. 기억이 확실한 부분과 흐릿한 부분을 처음부터 구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흐릿한 부분을 확실한 것처럼 말했다가 나중에 자료와 어긋나면 확실했던 부분까지 함께 신빙성을 잃습니다.
그다음이 자료 확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유형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바꾸는 것이 바로 이 단계인데, 실패하는 이유도 대부분 여기에 있습니다. 상점과 주점, 건물과 숙박업소의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몇 주가 지나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이미 늦은 경우가 많고, 조사를 기다리다가 사라지는 경우는 더 많습니다. 영상은 상대방이 혼자 걸었는지 부축을 받았는지,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스스로 결제를 했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런 장면은 어느 쪽의 기억보다 강한 자료가 됩니다.
같은 이유로 카드 결제 내역과 교통카드 기록, 호출 이력,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함께 있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한꺼번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그날 밤과 다음 날 오간 메시지는 그 시점의 두 사람 관계와 인식을 보여 주는 자료여서 양쪽 모두에게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진술 단계에서는 다툴 지점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준강간 혐의 사건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크게 셋입니다. 그 시점의 상태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었는지, 본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동의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입니다. 앞서 본 불능미수 법리 때문에 첫 번째만 다투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두 번째를 함께 다투지 않으면 미수범으로 남습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것이 성인지 감수성입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고, 이 원칙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그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확립된 증거 법리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상대방의 인격이나 평소 행실을 공격하는 방식의 방어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남깁니다. 다투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실이고, 그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자료입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방향을 일찍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준강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어서 감경을 받아야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에 들어갑니다. 그 단계에서는 진지한 반성과 피해 회복, 그리고 합의 여부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다만 접촉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야 하고,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연락하는 순간 합의는 멀어지고 압박으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유죄가 확정되면 형 자체보다 부수처분이 더 오래 남습니다. 신상정보 등록과 경우에 따른 공개 및 고지, 아동과 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사안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까지 이어집니다. 직업과 자격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부터 계산에 넣고 방향을 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메시지나 사진을 지우는 일입니다. 대부분 복구되고, 삭제 자체가 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상대방이나 그 지인에게 연락하는 일입니다. 사과의 뜻이라도 그렇습니다.
셋째, 함께 있던 사람들과 진술을 맞추는 일입니다. 영상과 어긋나는 순간 전부 무너집니다.
넷째, 무혐의 결론이 나기 전에 무고로 맞고소하는 일입니다. 대부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다섯째,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커뮤니티에 사건을 올리는 일입니다.
여섯째,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확실한 것처럼 진술하는 일입니다.
사안별로 갈리는 지점
아래 표는 실제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억울한 사정이 있는데도 자료가 이미 사라진 뒤에 상담을 오시는 경우입니다. 영상은 몇 주면 지워지고, 그 몇 주 안에 무엇을 했느냐가 결론을 정합니다. 반대로 다투기 어려운 사안인데 끝까지 부인하다가 감경 기회를 모두 잃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방향을 빨리 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고소 사실을 인지한 직후 영상과 통신 자료를 확보해 상태 요건을 다툰 사례,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의 구분을 쟁점화해 불기소 결정을 받은 사례, 인식과 고의를 함께 다투어 불능미수 성립을 방어한 사례, 경찰 조사 단계부터 동석해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한 사례, 사실관계를 인정한 사안에서 피해 회복과 합의를 거쳐 형을 낮춘 사례,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의 범위를 함께 다툰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고소장을 받으셨거나 경찰에서 연락을 받으셨다면, 조사 날짜가 잡히기 전에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날의 이동 경로와 남아 있는 대화 내용을 가지고 오시면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부터 짚어 드리겠습니다.
FAQ
Q. 상대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바로 처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의식을 잃은 상태와 기억만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구분하고,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영상과 목격자 진술, 당시의 행동 양태 같은 객관적 자료로 실제 상태를 판단합니다.
Q. 상대방이 사실은 의식이 있었다면 무죄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인식하고 이용할 의사로 행위했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입니다. 그래서 상태와 인식을 함께 다투어야 합니다.
Q.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으니 가볍게 처리되지 않나요?
A. 준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대신 상대방의 상태를 요건으로 합니다. 법정형은 강간죄와 같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벌금형이 없습니다.
Q. 지금 가장 급한 일은 무엇인가요?
A. 영상 확보입니다. 주점과 건물, 숙박업소의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몇 주가 지나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장면이 당시 상태를 보여 주는 가장 강한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Q. 대화 내용을 정리해서 지워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대부분 복구되고, 삭제 행위 자체가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원본 그대로 두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오해를 풀고 싶은데 직접 연락해도 되나요?
A. 하지 마셔야 합니다. 사과의 뜻이라도 직접 연락은 압박이나 2차 가해로 평가되고, 그 자체가 별도의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접촉이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해야 합니다.
Q. 무고로 맞고소하면 도움이 되나요?
A. 결론이 나기 전에 하는 맞고소는 대부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로 이어지기 쉽고, 무고죄 자체의 성립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시점과 방식은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