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칼럼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혼변호사상담에서 먼저 정리할 것들
어떤 경우에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나요?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을 때 법이 보는 것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파탄에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입니다. 정작 오래 다투게 되는 것은 이혼 여부 자체가 아니라 재산분할과 위자료, 그리고 자녀에 관한 문제이고 각각 청구할 수 있는 기간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그래서 첫 상담에서 할 일은 이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확보해야 할 자료와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기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2026년 3월 19일 발표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그해 이혼은 8만 8천 건으로 전년보다 3.3퍼센트 줄었고 조이혼율은 1.7건이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간별 분포입니다. 혼인을 30년 이상 지속한 뒤의 이혼이 전체의 17.7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오래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이 가장 많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사건에서는 이혼 성립 여부보다 재산분할이 사실상 전부가 됩니다. 반대로 혼인 기간이 짧고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과 면접교섭이 핵심이 됩니다. 같은 이혼이라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협의로 할 수 있다면 절차는 단순합니다.
두 사람이 이혼 자체와 조건에 합의했다면 협의이혼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이혼 안내를 받은 날부터 양육해야 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의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럼 당사자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예상되는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법원이 이 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이혼의사 확인을 신청할 때 친권자와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협의서를 함께 내야 합니다. 확인서 등본을 받은 뒤에는 3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가 되어야 비로소 이혼의 효력이 생깁니다.
어떤 경우에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나요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민법 제840조가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입니다.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합니다. 다만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이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 사유로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게 된 시점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나중에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와 부양, 협조 의무를 저버린 경우입니다. 집을 나가 연락을 끊고 생활비도 보내지 않는 상황이 전형적입니다.
셋째와 넷째,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입니다.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가 각각 별개의 사유입니다. 폭언과 폭행, 모욕, 지속적인 무시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일회적인 다툼이 아니라 혼인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인지가 기준이 됩니다.
다섯째,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입니다.
여섯째,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항입니다. 앞의 다섯 가지에 딱 들어맞지 않는 사정들, 이를테면 오랜 별거와 신뢰의 완전한 파괴, 경제적 문제, 성격과 가치관의 근본적인 충돌, 반복된 폭언 같은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어느 한 장면이 아니라 혼인생활 전체의 흐름을 보기 때문에, 이 사유로 다툴 때는 시간 순서로 정리된 자료가 특히 중요합니다.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이 이혼을 청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상대방도 사실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의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유책배우자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거나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경우입니다.
2022년 대법원 판결은 이 기준을 더 구체화했습니다. 상대방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는 소송에서 말로 표명한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소송에서 드러난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회복을 위한 협력을 거부하거나 상담에 응하지 않은 사정도 함께 평가됩니다. 그리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변호사 첫 상담에서 정리할 것
첫 상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간표를 만드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재산 목록을 만드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별거는 언제부터인지, 생활비는 어떻게 오갔는지를 순서대로 적어 두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사유로 다툴지가 대체로 보입니다. 이혼변호사상담이 길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부부가 협력해 모은 재산을 나누는 것이고,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는지는 기준이 아닙니다. 가사노동과 육아도 협력에 포함됩니다.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과 증여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기여했다면 그 부분은 들어올 수 있습니다. 퇴직금과 연금은 아직 받지 않았더라도 변론이 끝나는 시점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금액을 평가할 수 있다면 포함됩니다. 채무도 마찬가지여서 공동재산을 만들면서 생긴 빚이나 일상적인 가사에 관한 빚은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기간이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해야 하고, 이 기간은 늘릴 수 없습니다. 이혼부터 먼저 하고 재산 문제는 나중에 정리하겠다고 미루다가 이 선을 넘기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상대방 재산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배우자 명의의 재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법원을 통한 재산명시와 재산조회,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과세관청에 대한 과세정보 제출명령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재산을 미리 빼돌릴 정황이 보인다면 가압류와 가처분, 사전처분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이 조치가 늦으면 나중에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그리고 제3자가 개입한 사안이라면 그 상대방을 함께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고, 협의이혼을 한 경우에는 이혼신고일을 기준으로 3년을 봅니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보통 이혼청구와 함께 진행하므로 기간이 문제되는 일이 적지만, 협의이혼으로 먼저 정리한 뒤 뒤늦게 청구하려는 경우에는 이 3년이 결정적입니다.
자녀 문제는 성격이 다릅니다. 친권자와 양육자는 반드시 같은 사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판단의 기준은 부모의 사정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입니다. 그동안 누가 주로 돌봐 왔는지, 양육 환경이 어떤지, 자녀의 의사는 어떤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양육비는 서울가정법원이 2021년 12월에 공표하고 2022년 3월부터 시행한 산정기준표를 참고해 정합니다. 부모의 합산 소득과 자녀의 나이로 표준양육비를 찾은 뒤 부모의 재산 상황, 자녀의 거주 지역, 자녀 수, 고액의 의료비와 교육비를 반영해 더하거나 뺍니다. 다만 이 기준표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안에 따라 조정됩니다.
양육비를 실제로 받는 문제도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2025년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되어,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게 회수합니다. 시행 첫해인 2025년 7월부터 2026년 5월까지 6,923가구의 미성년 자녀 10,917명에게 167억 3,000만원이 지급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보충적인 장치이므로, 양육비 채권 자체를 판결이나 조정으로 확실히 확보해 두는 일이 여전히 먼저입니다.
증거를 모으는 방식에 관해서도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인 경우의 녹음은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 보거나,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하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은 별개의 법적 책임이 생깁니다. 그렇게 얻은 자료는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줍니다. 증거는 적법하게 모은 것만 힘을 가집니다.
가정폭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순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재산이나 절차보다 신변 보호가 먼저이고, 접근금지를 포함한 임시조치와 보호명령, 숙려기간의 단축이나 면제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상담에서 가장 먼저 말씀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메시지를 길게 보내는 일입니다. 그 메시지가 그대로 제출됩니다.
둘째, 자녀를 데리고 연락을 끊는 일입니다. 양육자 지정에서 크게 불리해집니다.
셋째, 재산을 미리 옮기거나 숨기는 일입니다. 대부분 확인되고, 확인되면 분할 비율과 신뢰 모두에서 손해를 봅니다.
넷째,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각서나 합의서에 서명하는 일입니다.
다섯째, 재산분할 2년과 위자료 3년이라는 기간을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여섯째,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증거를 모으는 일입니다.
사안별로 갈리는 지점
아래 표는 실제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혼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자료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계좌는 정리되고 부동산은 넘어가며 기억은 흐려집니다. 반대로 급하게 서명한 합의서 한 장이 이후 모든 협상의 출발선을 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장기간 혼인 후 이혼 사건의 재산분할 비율을 다툰 사례, 상대방 명의 재산을 조회와 제출명령으로 확인해 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사례, 재산 이전 정황을 발견하고 보전처분으로 집행을 확보한 사례, 유책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혼인 파탄의 경위를 정리해 대응한 사례, 친권과 양육권을 다투어 양육자로 지정된 사례, 양육비와 면접교섭 조건을 이후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한 사례, 그리고 위자료와 상간 소송을 함께 진행한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못하신 상태여도 괜찮습니다. 이혼변호사상담은 이혼을 하라고 권하는 자리가 아니라 선택지와 기한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부동산과 금융 자료, 그동안 오간 문자를 가지고 오시면 지금 확보해야 할 것과 남은 기간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FAQ
Q. 상대방이 이혼을 해 주지 않으면 못 하나요?
A. 민법 제840조가 정한 사유가 있으면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습니다. 부정한 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 3년 이상의 생사 불명, 그리고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입니다. 실무에서는 마지막 사유가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Q. 제 잘못이 더 큰데 이혼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방도 사실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보복의 감정으로 거부하는 경우, 또는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로 책임이 상쇄되었거나 오랜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Q. 외도 사실을 안 지 1년이 넘었습니다.
A.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는 안 날부터 6개월, 그 일이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사정을 포함한 전체 사정을 근거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주장하는 길은 남아 있으므로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Q. 전업주부였는데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가사노동과 육아도 재산 형성에 대한 협력으로 인정됩니다. 명의가 배우자 앞으로 되어 있는 재산이라도 혼인 중 협력해 모은 것이면 분할 대상입니다.
Q. 이혼부터 하고 재산 문제는 나중에 정리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해야 하고 이 기간은 늘릴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 재산이 처분되면 되찾기도 어려워집니다.
Q. 양육비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서울가정법원이 2021년 공표해 2022년 3월부터 시행 중인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참고합니다. 부모의 합산 소득과 자녀의 나이로 표준 금액을 찾은 뒤 재산 상황과 거주 지역, 자녀 수, 고액의 의료비나 교육비를 반영해 조정합니다. 기준표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양육비를 안 주면 어떻게 하나요?
A. 판결이나 조정으로 확보한 채권을 근거로 이행명령과 강제집행 등의 수단을 쓸 수 있고, 2025년 7월부터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미지급 부모에게 회수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보충적인 장치이므로 양육비 채권 자체를 확실히 정해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