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채무자가 빌린 용도와 다르게 사용했다면 용도사기에 해당될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빌려준 돈이 다른 데 쓰인 것을 아셨다면
됩니다. 대법원 1996년 2월 27일 선고 95도2828 판결은 용도를 속여 돈을 빌린 경우, 진정한 용도를 알렸다면 상대방이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라면 기망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기망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일 필요가 없고 재산적 처분의 판단 기초가 되는 사실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을 함께 봅니다. 대법원 2016년 4월 28일 선고 2012도14516 판결은 차용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나중에 갚지 못해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소장 낼 곳이 달라졌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어 공소청에는 고소·고발을 제출할 수 없고, 경찰이 모든 범죄의 고소·고발을 접수합니다.
용도사기를 물어 오시는 분들은 대개 이미 화가 많이 나 계십니다. 사업자금이라더니 도박에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합니다. 다만 화가 난 상태로 고소장을 쓰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확립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95도2828 판결은 1995년 9월 15일 선고 95도707 판결의 취지를 이어받아, 돈의 용도를 속인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기망이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진정한 용도를 알았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여야 합니다. 즉 그 용도가 대여를 결정하게 만든 기초였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어차피 빌려줬을 사이였다면, 용도가 무엇이었든 돈은 나갔을 것입니다. 그러면 기망과 처분행위 사이의 연결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이것입니다. 용도를 솔직히 말했으면 안 빌려주셨겠습니까. 여기에 답할 근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방어 논리도 미리 아셔야 합니다. 학계에는 채권자가 실제로 중시하는 것은 변제 가능성이고 돈의 용도는 부대상황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거래에서 이익과 손실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자기책임 원칙이 사기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대방 변호인이 이 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옵니다.
금액이 크면 법이 바뀝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합니다.
갚을 생각이 있었다면 다시 어려워집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막히는 대목입니다.
2012도14516 판결의 내용을 정확히 보겠습니다. 사기죄 성립은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차용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나중에 갚지 못하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변제의사와 능력은 행위 당시의 재력, 거래 이행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봅니다.
그리고 한 문장이 더 있습니다. 지인이나 친인척 사이, 또는 반복 거래에서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알고 있어 변제 지체나 변제불능의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차용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나중에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편취의 범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유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의심이 가도 증명이 부족하면 유죄가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용도만 어긋났고 갚을 의사와 능력은 있었다면 다툼이 커집니다. 반면 용도도 속였고 차용 당시 이미 갚을 능력이 없었다면 결론이 빨리 납니다. 그래서 두 축을 같이 준비하셔야 합니다.
용도를 속였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증거의 중심은 자금 흐름입니다. 빌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전부입니다.
먼저 용도가 적힌 자료를 찾으셔야 합니다. 차용증에 사용 목적이 쓰여 있다면 가장 좋고, 없다면 문자나 메신저 대화가 그 역할을 합니다. 사업자금으로 쓸 거라는 말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면 그것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말로만 들은 용도는 상대방이 부인하면 입증이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차용 당시 상태를 복원해야 합니다. 그 시점에 이미 다른 채무가 얼마나 있었는지, 신용 상태가 어땠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명목으로 빌리고 있었는지입니다. 같은 시기에 여러 사람에게 같은 명목으로 빌렸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사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금 사용 내역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은 채권자가 직접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 계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소장에 추적이 필요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 수사기관이 계좌 추적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하고, 민사를 함께 간다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26년 10월부터 고소장 낼 곳이 달라졌습니다
열흘 조금 지난 변화라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습니다. 수사와 기소가 조직으로 분리되어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었습니다. 검사는 송치된 기록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부족하면 수사기관에 보완수사요구나 재수사요구를 합니다.
그래서 공소청에는 고소·고발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 모든 범죄의 고소·고발을 접수하고, 부패와 경제범죄 등 중대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에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금액 기준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특경법상 이득액 5억원 이상 사건은 통보 의무가 있어 중수청으로 이첩될 가능성이 있고, 그 미만은 경찰 수사가 중심입니다. 어떤 죄명으로 구성하고 어디에 접수하느냐에 따라 실제 수사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완수사요구는 1개월이고 1개월 연장이 가능하며, 재수사요구는 3개월입니다. 경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공소청이 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과도기 규정도 있습니다. 2026년 12월 30일까지는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영장 청구가 필요한 불가피한 사건에 한해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7년 2월 5일에 수사권 관할조정협의회가, 2027년 8월 5일에 압수수색 전 과정의 영상녹화 의무가 시행됩니다.
불송치가 나오면 3개월입니다
달라진 것 중 가장 조심하실 부분입니다.
종전에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기한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입니다. 담당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관서의 장에게 제출하고,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과 기록이 검사에게 송부됩니다. 다만 그것이 기소나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장도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관서의 장이 연장할 수 있는데,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한 날부터 6개월을 넘길 수 없습니다. 원래 3개월에 6개월이 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송치 결정서는 기록 송부 후 7일 안에 이유와 이의신청 방법, 서식과 함께 서면으로 통지됩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한되거나 거부될 수 있고 그 경우 이유를 알려 주어야 하며, 제한된 기록을 오용하면 처벌 문제가 생깁니다.
검사가 불송치를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면 원칙적으로 기록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그 사실을 고소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은 기한이 또 다릅니다. 항고는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재정신청은 항고 기각 통지 후 10일 안에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제출하며 원칙적으로 항고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재정신청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30일 안에 재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2027년 2월 5일부터는 재정신청 범위가 확대되고 심사하는 법원이 바뀝니다.
3개월, 30일, 10일, 6개월이 각각 다른 날짜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건에서 날짜 관리가 절반입니다.
용도사기변호사의 대응은?
첫째, 용도가 적힌 자료를 먼저 찾습니다. 용도사기 상담에서 저희 형사팀이 가장 먼저 요청하는 자료는 차용증과 메신저 대화입니다. 용도가 문서로 남아 있는지가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차용 당시 상태를 복원합니다. 그 시점의 채무 규모와 신용 상태, 같은 시기 다른 사람에게 빌린 내역을 정리합니다. 변제능력 쟁점이 여기서 갈립니다.
셋째, 추적 범위를 고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어느 계좌에서 어디로 갔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적어야 계좌 추적이 실제로 들어갑니다.
넷째, 민사를 함께 갑니다. 형사에서 유죄가 나와도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대여금반환청구와 가압류를 병행하는 쪽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다섯째, 접수처를 정합니다. 금액과 죄명 구성에 따라 경찰과 중수청 중 어디로 가는 것이 유리한지 검토합니다.
여섯째, 기한을 달력에 적어 관리합니다. 이의신청 3개월, 항고 30일, 재정신청 10일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일곱째, 저희가 하지 않는 일을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고소장에 없는 사실을 보태 금액을 부풀리는 방법, 대화 기록의 일부를 잘라 내 제출하는 방법, 채무자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려 압박하는 방법, 채무자의 집이나 사업장에 찾아가 물건을 가져오는 방법은 안내하지 않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무고와 증거 관련 문제가 되고,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뒤의 두 가지는 명예훼손과 협박, 주거침입, 절도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압박한 사정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이 민사 분쟁으로 보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이 사건에서 법률사무소 정로의 강점은?
첫째, 두 축을 함께 준비합니다. 용도 기망만으로 가는 고소장은 상대방 방어에 쉽게 흔들립니다. 변제의사와 능력을 같이 다룹니다.
둘째, 바뀐 절차를 기준으로 접수합니다. 10월 2일 이후 접수처와 수사 주체가 달라졌고, 모르고 넣으면 시간을 잃습니다.
셋째, 기한을 관리합니다. 이의신청에 기한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넷째, 형사와 민사를 같이 봅니다. 목표가 처벌인지 회수인지에 따라 들이는 비용이 달라집니다.
다섯째, 추적 요청을 구체적으로 씁니다. 자금 흐름 확인 없이 결론이 나는 사건이 많습니다.
여섯째, 결과를 과장하지 않습니다. 용도가 어긋난 것만으로는 어려운 사안이라면 그렇게 말씀드리고, 민사로 가시는 편이 낫다고 솔직하게 알려 드립니다. 저희가 따뜻한 변호사들이 뭉친 로펌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겁을 주어 사건을 맡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용도를 속인 것도 기망이 되지만, 그 용도를 알았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라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차용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증거의 중심은 용도가 적힌 기록과 자금 흐름입니다. 용도사기 사건은 고소장을 얼마나 세게 쓰는지가 아니라 그 두 가지를 갖췄는지에서 결론이 납니다. 법률사무소 정로는 메신저 기록으로 용도 기망을 세운 사건들, 차용 당시 채무 상태를 복원해 변제능력을 다툰 사건들, 같은 명목의 다수 피해 사건을 묶어 진행한 사건들, 불송치 이후 이의신청으로 되돌린 사건들을 쌓아 왔습니다.
빌려준 돈이 다른 곳에 쓰인 것을 아셨다면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오시면 됩니다. 차용증과 송금 내역, 당시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는 재산 정보를 가져와 주십시오. 고소가 실제로 가능한 사안인지, 민사로 가는 쪽이 나은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FAQ
Q. 용도만 달랐고 돈은 갚겠다고 합니다. 고소가 됩니까?
A. 가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차용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Q. 용도를 말로만 들었는데 증거가 됩니까?
A. 상대방이 부인하면 입증이 어렵습니다. 문자나 메신저에 용도가 남아 있는지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Q. 고소장은 어디에 내야 합니까?
A. 경찰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공소청에는 고소·고발을 낼 수 없고, 이득액이 큰 경제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에도 제출할 수 있습니다.
Q. 불송치되면 끝입니까?
A. 아닙니다.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사건과 기록이 검사에게 송부됩니다.
Q. 형사에서 유죄가 나오면 돈을 돌려받습니까?
A.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대여금반환청구와 가압류를 병행하셔야 회수 가능성이 생깁니다.
Q. 금액이 크면 처벌이 달라집니까?
A.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됩니다.
Q.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A. 용도가 적힌 기록과 송금 내역을 모으시고, 차용 당시 상대방의 채무 상태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으십시오. 그다음이 접수처 결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