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중대재해법에 대비하지 않은 기업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대비하지 않은 기업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핵심 사항
같은 법 아래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두 사건이 있습니다.
2025년 9월 23일 수원지방법원은 23명이 사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이 지적한 것은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의무의 미이행, 유해·위험요인 점검의 미실시,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의 미비였습니다.
한편 2024년 12월 19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이 근거로 삼은 사정은 매뉴얼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점, 안전관리자가 매일 순회 점검을 실시하고 있었다는 점, 법 시행 이전부터 위험성평가 규정을 제정하여 운영해 왔고 해당 공정에 대한 위험성평가도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는 점, 작업표준상 문제가 된 수공구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고 회사가 그 사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사고의 우연에 있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회사에 어떤 문서가 남아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대비하지 않은 기업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국면을 사례 형태로 정리하고, 각 국면에서 가능한 조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경영책임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안전보건 담당 임원을 두었으나 그에게 부여된 권한과 예산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가 그대로 피의자가 됩니다. 하급심의 판단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있는 반면, 대표이사를 원칙적 수범자로 보고 다른 사람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려면 그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어느 쪽 논리를 택하든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위임 문서와 예산 집행 기록입니다.
사례 2. 점검표는 있으나 발견 사항이 없는 경우
반기마다 점검표가 작성되어 있으나 모든 항목에 이상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공정의 위험이 한 번도 기록되지 않았다면, 이 자료는 이행의 증거가 아니라 형식적 운영의 근거로 평가됩니다.
사례 3. 예산은 편성되었으나 집행 내역이 없는 경우
안전보건 예산 항목은 존재하나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경우입니다. 시행령은 예산의 편성뿐 아니라 용도에 맞게 집행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례 4.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고를 당한 경우
법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 시설과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안전 관련 조항이 없거나 협력업체 선정 기준에 안전보건 역량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면, 원사업자가 그대로 수사 대상이 됩니다.
사례 5. 사고 직후 보고가 지연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며,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매뉴얼과 연락 체계가 없으면 현장에서 판단이 지연되고, 보고 의무 위반이 별도의 과태료 사유로 추가됩니다.
사례 6. 작업중지명령으로 사업이 정지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대하여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해제는 신청과 심의를 거쳐 이루어지므로, 개선 계획과 이행 자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정지 기간이 길어집니다. 형사 절차보다 이 부분의 손실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사례 7.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진술하는 경우
사고 직후 현장 책임자, 안전관리자, 임원이 각자 조사를 받으면서 서로 다른 내용을 진술합니다. 이후 방향을 조정하려 해도 이미 확보된 진술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례 8. 사고 이후 서류를 소급 작성하는 경우
점검표나 교육 기록을 뒤늦게 만들거나 영상 기록을 삭제하는 행위입니다. 본안에서의 방어가 무너질 뿐 아니라 증거인멸로 별도의 사건이 되고, 양형에서 가장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사례 9. 사고가 없는데 법이 적용되는 경우
중대산업재해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가 포함됩니다. 화학물질이나 분진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사고 형태의 재해가 없어도 법 적용이 개시될 수 있습니다.
사례 10. 전문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의 배치 의무가 있음에도 겸직 상태로 운영되거나 선임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행 항목 중 가장 확인이 쉬워 초기에 지적됩니다.
사례 11. 반복 위반으로 가중되는 경우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위반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첫 사건 이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두 번째 사건의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사례 12. 형사 종결 이후에도 부담이 남는 경우
법 제15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생 사실의 공표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교육 이수 의무가 더해집니다.
사례별 결손 항목과 결과
중대재해법 자문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사고 직후
먼저 법정 기한이 있는 조치부터 처리합니다. 작업 중지와 대피, 보고 의무의 이행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 단계에서의 지연은 그 자체로 별도의 위반이 됩니다. 동시에 현장을 보존하고, 수사기관이 확보할 자료의 범위를 먼저 파악합니다. 회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맞으면 이후 대응이 계속 뒤따라가는 형태가 됩니다.
자료의 재구성
없는 자료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하는 일은 흩어져 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서 인정된 자료를 보면 그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매뉴얼, 안전관리자의 일일 순회 점검 기록, 법 시행 이전부터 운영해 온 위험성평가 규정과 해당 공정의 평가 실시 자료, 작업표준입니다. 이러한 자료는 대개 안전관리자의 개인 기록이나 부서별 파일, 전자결재 이력에 남아 있으며, 회사 차원에서 정리되어 있지 않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재해법 사건에서 초기에 확보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자료들입니다.
경영책임자의 특정
앞서 본 것처럼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고 있으므로, 회사의 실제 운영 형태에 맞는 주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해 왔다면 이사회 결의와 위임 문서, 예산 전결 기록, 실제 결정 사례를 정리하여 그 점을 증명합니다. 반대로 그러한 실질이 없다면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 판단은 초기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견가능성의 다툼
무죄 판결이 든 근거 중 하나는 해당 사고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고 형태가 기존 위험성평가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는지, 동종 업계에서 알려진 위험이었는지, 작업표준이 금지한 방식이 사용된 것인지가 이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진술의 방향
회사와 개인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이사, 안전보건 담당 임원, 현장 책임자의 입장이 갈릴 수 있으므로 초기에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대리를 분리합니다.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되면 이후 어느 쪽도 방어하기 어려워집니다.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형사 대응과 병행하여 진행합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 동일 작업에 대한 개선 조치, 근로자 의견 청취 결과를 정리하여 해제 신청의 자료로 삼습니다. 이 자료는 이후 형사 절차에서 재발 방지 노력의 증명으로도 사용됩니다.
유족과의 협의
양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정입니다. 다만 조사 초기의 접촉 방식과 시점에 따라 오히려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절차와 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병합되는 다른 죄명
동일한 사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이 함께 문제되고, 파견 관계나 시설의 문제가 있으면 파견법과 건축법 위반이 추가됩니다. 화성 사건에서도 이 죄명들이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각 죄명의 요건이 다르므로 하나의 진술이 다른 죄명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사건 종결 이후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위반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므로, 사건이 끝난 뒤의 개선이 다음 사건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리고 손해액의 5배까지 인정될 수 있는 배상책임이 별도로 진행되므로 민사 대응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국면별 조력 내용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시사점 및 대응
무죄가 선고된 사건과 중형이 선고된 사건의 차이는 사고 당일이 아니라 그 이전 수개월 동안 회사에서 무엇이 이루어졌는지에 있었습니다. 순회 점검이 매일 이루어졌는지, 위험성평가가 해당 공정을 포함하고 있었는지, 작업표준이 존재하고 준수되고 있었는지가 그것입니다. 이 자료들은 사고 이후에 만들 수 없고, 만들려고 시도하는 순간 사건이 더 나빠집니다.
저희는 중대재해법 관련 자문에서 사고 직후의 보고와 현장 대응을 정리하여 추가 위반을 막은 사례, 흩어져 있던 점검과 평가 자료를 확보하여 이행 사실을 증명한 사례, 경영책임자의 권한과 예산 부여 관계를 문서로 정리한 사례,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신청을 통해 정지 기간을 단축한 사례를 수행해 왔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라면 지금 남아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면 시행령이 요구하는 항목에 대응하는 문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점검하셔야 합니다. 중대재해법 사건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은 사고 이후의 설명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기록입니다.
FAQ
Q.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인명 구호와 대피, 작업 중지, 그리고 지체 없는 보고입니다. 이 조치들의 지연은 그 자체로 별도의 위반이 됩니다. 이후 현장을 보존하고 회사가 보유한 자료의 범위를 파악합니다.
Q. 안전 관련 서류가 부족한데 지금이라도 보완하면 되나요?
A. 사고 이후에 소급하여 작성하는 것은 증거인멸로 이어져 별도의 사건이 되고 양형에서 가장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대신 이미 존재하는 자료를 찾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Q.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고인데 왜 우리가 조사를 받나요?
A. 법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 여부로 판단됩니다.
Q.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있는데도 대표이사가 조사를 받습니다.
A.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고 있어 선임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사와 예산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었고 실제로 행사되었음을 문서로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Q.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2024년 12월 19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첫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매뉴얼과 일일 순회 점검, 법 시행 이전부터의 위험성평가 운영, 작업표준의 존재가 인정 근거였습니다.
Q.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졌는데 언제 풀리나요?
A. 해제는 신청과 심의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원인 분석과 개선 조치, 근로자 의견 청취 결과가 준비되어 있는지에 따라 기간이 달라집니다.
Q. 형사 사건이 끝나면 마무리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손해액의 5배까지 인정될 수 있는 배상책임이 별도로 진행되고, 형 확정 후 5년 이내에 다시 위반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